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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현황은⑤] 경영위기·노사갈등…이중고 겪는 세계 최고 조선소

등록 2018.12.07 08:30:16수정 2018.12.17 09: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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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단협도 노사 갈등 속에 해 넘길 가능성 커

【울산=뉴시스】울산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2018.12.07.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울산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2018.12.07.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안정섭 기자 =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의 지역경제를 이끌던 현대중공업이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973년 창사 이래 우리나라를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이끌던 회사는 현재 2013년 말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6년째 경영난을 겪고 있다.

 회사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자 이에 반발하는 노조가 20년 만에 파업에 나서는 등 노사 갈등도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자리잡은 울산 동구지역 경제도 이미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대단지 아파트 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빈 원룸이 즐비하고 있으며 지역상권도 겨우 숨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끝없이 침몰하던 현대중공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 하반기 들어 청신호가 감지됐다.

 4년 만에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니 선박 수주도 잇따라 일감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지역경제 상황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세계 최고 조선소, 글로벌 경기 침체의 늪에 휘말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73년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울산 동구 일원에서 현대건설 조선사업부로 첫 출발했다.
【울산=뉴시스】안정섭 기자 =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선박 블록 용접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자. 2017.06.20. yohan@newsis.com

【울산=뉴시스】안정섭 기자 =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선박 블록 용접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자. 2017.06.20. [email protected]

당시 정부의 제2차 경제개발 정책에 힘입어 7년 만인 1980년 세계 10위의 조선소로 올라서더니 5년 후에는 세계 1위의 조선소로 등극, 한국 조선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30여년간 이어진 현대중공업의 호황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지난 201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 급감으로 2013년 4분기 8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저가 수주, 공정 지연 등의 여파로 2014년 3조2500억원, 2015년 1조54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9분기 연속으로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환골탈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본격화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은 생존을 위해 임직원 희망퇴직과 사업부 분할, 자산 매각 등에 본격 나섰다.

 인력 감축을 결정한 회사는 지난 2015년 상반기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듬해 5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울산=뉴시스】작업 물량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내 조선3도크. 2018.12.07.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작업 물량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내 조선3도크. 2018.12.07.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해 4월에는 조선해양엔진 부문만 남기고 사업부 분할에 나서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이 독립법인으로 분리됐다.

 아울러 온산공장과 해양사업부 부지 일부를 비롯해 러시아 호텔사업 법인과 영농사업 법인, 상가건물과 토지 등 비핵심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희망퇴직과 사업부 분할 등으로 현대중공업 임직원 수는 2014년 말 기준 2만8000여명에서 올해 10월 말 1만5000여명으로 반토막 났다.

 조선업의 특성상 사내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사 수도 같은 기간 290여곳에서 120여곳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 기간 협력사 직원은 3만8000여명에서 1만2000여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경영 위기의 책임을 왜 우리가..." 이어지는 노사 갈등

 회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노사간 단체교섭에서 난항을 겪은 노조는 2014년 11월 20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경영 위기의 책임을 왜 조합원들에게 돌리느냐"며 희망퇴직과 사업부 분할 등에 반대하며 최근까지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대 현안이 있을 경우에는 전면파업을 하고 부분파업과 사업부별 순환파업 등을 전개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지난 7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전면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 2018.07.19.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지난 7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전면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 2018.07.19. [email protected]

그러나 파업 참가인원이 많지 않고 선박 1척을 건조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조선업의 특성상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미미한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조 간부가 울산시의회 옥상에 올라가 구조조정 중단과 임단협 타결을 요구하며 4개월간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극심한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서 2016년도 임단협이 표류했고 올해 2월이 돼서야 2017년도 임금협상과 함께 겨우 마무리됐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노조가 생활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회사가 곧바로 경영 정상화가 될 때까지 기본급 20%을 반납하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8월 일감이 바닥나 가동을 멈춘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문제와 최근 불거진 노조 사찰 의혹 등으로 노사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말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임단협도 노사 갈등 속에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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