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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 생산량 얼마나 줄일까?…트럼프 압박이 변수

등록 2018.12.06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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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오스트리아 빈 OPEC 회의서 감산 논의

트럼프 "높은 유가 원하지 않아"…감산에 제동

이라크·카타르 등 OPEC 내부 반발도 변수

전문가 "日 80만 배럴 감산시 유가 추가 하락 방지"

【빈=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유가를 낮출 것을 압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압력이 오히려 미국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2017년 11월29일 오스트리아 빈 OPEC 회의장에 위치한 깃발들. 2018.09.21

【빈=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유가를 낮출 것을 압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압력이 오히려 미국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2017년 11월29일 오스트리아 빈 OPEC 회의장에 위치한 깃발들. 2018.09.21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산유국들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국제유가를 부양하기 위한 감산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상승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다 국가들 간의 입장도 달라 감산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오는 6~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감산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을 포함하는 'OPEC 플러스'가 참여하는 자리다.

OPEC 플러스는 지난 몇년 간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조정하기 위한 공동 행동을 취해 왔다. 2014년부터 심각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자 2017년 1월부터 일평균 180만 배럴의 생산을 감축했다. 또 올해 상반기 유가가 급등세하자 지난 7월부터는 생산량을 일평균 100만 배럴 늘린 상태다.

하지만 10월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산유국들은 다시 감산에 시동을 걸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OPEC 플러스의 석유 시장 관리 협약을 2019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감산) 수량에 대한 최종 결정은 없었지만 우리는 사우디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석유 생산의 '3강'을 형성하고 있다. 또 사우디는 OPEC 회원국을, 러시아는 비 OPEC 산유국들을 사실상 대표한다. 두 나라가 감산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OPEC플러스의 공동감산점검위원회(JMMC)는 5일 회의를 열고 산유국들에게 9~10월부터 감산을 시작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룸히 오만 석유장관은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러시아도 감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OPEC 회의에서 일평균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OPEC이 이번 회의에서 산유량을 일평균 100만 배럴 이상 줄임으로써 원유 생산량이 2016년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일평균 120만~140만 배럴의 감산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변수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라건대 OPEC이 석유 생산량을 제한하지 않고 현 상태로 유지하면 좋겠다"면서 "전 세계는 더 높은 유가를 원하거나 필요로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OPEC이 담합 행위를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사우디가 변함 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 가능성을 묻자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또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나빠질 경우 "유가가 로켓처럼 폭등할 것"(skyrocket )"이라고 강조했다.

이 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대규모의 감산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가 개입한 정확을 포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우디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OPEC 내에서 감산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담합의 결속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카타르는 지난 3일 내년부터 OPEC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카타르는 OPEC의 구속에서 벗어나 산유량을 늘리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 OPEC에 가입한 카타르는 중동 산유국들 가운데 OPEC에서 탈퇴하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

또 이라크마저 감산에 반대해 OPEC에서 탈퇴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라크는 일평균 4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OPEC 내 2위 산유국이다.

감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3일부터 이틀간 4% 이상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5일 하락 전환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68% 영국 브렌트유는 0.84%씩 떨어졌다.

이번 OPEC 회의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감산이 이뤄지는지가 향후 국제 유가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천연자원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의 앤-루이즈 히틀 부사장은 5일 BBC에 "이번 회의에서 감산 협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것이 없다면 대규모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히틀 부사장은 일평균 80만 배럴 수준의 감산이 이뤄질 경우 가격 안정과 추가 하락 방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생산량을 100만 배럴 감축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몇 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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