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기자수첩]박원순표 보편복지 또다른 실험 '서울형 유급병가' 성공하려면?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8-12-07 17:26:46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바야흐로 예산안의 계절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것 못지 않게 서울시도 내년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시의회를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다.

수많은 내년도 서울시 사업 예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선 7기 핵심공약인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중위소득 100% 이하인 근로소득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이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서울시가 생활임금 1일 8만1184원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다. 

그간 산재보험을 통해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근로자,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계층 간 건강 격차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그 해법으로 상병제도와 같은 서울형 유급병가가 거론된 것이다.

이미 스웨덴,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상병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다만 '사회적 보험'의 형태로 국가에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서울형 유급병가의 경우 국가가 아닌 서울시가 100% 시비(市費)로 지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서울형 유급병가가 실제로 도입되면 당장 특수고용자,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이 질병으로 인해 휴업을 할 경우 의료비 부담과 소득 감소의 이중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현재도 산업재해가 인정되면 관련 기관에 휴업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 산재로 인정받는다 해도 그 기간이 수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시는 이런 제반 사정을 감안해 서울형 유급병가제도 도입 필요성을 그간 역설해왔고, 시의회 역시 그 취지에 공감해 보건복지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조례 제정안과 예산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정상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시는 지난 9월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1억6000만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는 근거 조례 미비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시켰다. 당시 시는 시의회에서 근거 조례 미비를 근거로 제동을 걸 것이라고 예상은 했으나, 내년 1월 초에 모의시행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 개발이 급했다는 다소 모호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행정감사에서도 관련 조례를 시의회 회기 시작 15일 전에 제출토록 돼 있는 규정을 어겼다. 시가 정례회 하루 전에야 조례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임위에서 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긴급한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하지만 도입 취지에 비해 추진 과정에서 계속 불필요한 잡음을 만든 측면이 있었다. 

특히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100% 세금에서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좋은 제도일수록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야만 그 제도의 수명 또한 길어지지 않겠는가.

사회적 합의는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 시행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서울형 유급병가와 유사한 '상병수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해 당장 추진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수급자의 부정 사용을 막을 방지책이나 중복·부정 수급 등을 선별할 장치도 아직 충분치 않다. 시는 지난해 9월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5000명 중 264명이 본래 취지와 부합하지 않게 카드를 사용한 것을 적발해 환수조치를 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는 박원순표 보편복지 실현을 위한 또 다른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 추진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한 설계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yoonseul@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사회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