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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리뷰] 조성진다운 DG 120주년 축하···모차르트는 아름다웠네

등록 2018.12.07 19: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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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크레디아

조성진 ⓒ크레디아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입을 오리처럼 오므리고, 앞머리를 찰랑거리며 연주하고 있는 gif 파일이 떠올랐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연주하고 있는 곡이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완벽하게 잘생겼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우아하게 생겼을까."

올해 여름 계간 '창작과 비평' 신인 부문 당선작인 소설가 장류진(32)의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묘사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다.이 소설은 하반기에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읽혔을 것이다. 창비가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한 덕에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 판교벤처밸리에 입주한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안나'의 빡빡한 직장 생활 이야기다..직장인의 공감을 샀다.

조성진은 안나에게 도피처다. 소설 속에서 그녀에게 작은 깨달음을 안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우동마켓 애용자인 대기업 다니는 아이디 '거북이알'의 표현을 빌리면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두고 생각만 하고 보는 아름다운 것'이다.

안나 생각처럼 조성진은 연주하는 모습 만으로 그 작곡가를 상상하게 한다. 서정성을 뽐내는 동시에 어떤 풍경을 상상하는 것처럼 보이면 드뷔시다. 절정에서 뒷머리까지 찰랑거릴 정도로 격정적이면 그를 스타덤에 올린 쇼팽이다. 그 만큼 집중력이 돋보인다는 얘기다. 괜히 조뷔시, 쵸(CHO)팽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6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도이치 그라모폰(DG) 12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에서 리오넬 브랑기에(32)가 지휘한 서울시향과 협연한 조성진은 '조차르트'였다.

그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화려한 모차르트에 청량한 강렬함을 심었다.이 곡은 최근 발매된 조성진의 도이치 그라모폰 세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에도 실린 곡인데 무엇보다 그의 모차르트는 '아름답다는 것'을 지어내는 듯했다.

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을 가리키는 카덴차에서 투명함과 서정성 그리고 타건에 대한 확신이 어우러져 유려했고 부드러웠다. 2악장 감성은 그대로 음표가 돼 공연장에 흩뿌려졌다.

첫 번째 앙코르는 조성진이 전날 출연한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대표와 인터뷰한 뒤 들려준 모차르트 판타지였다. '뉴스룸'이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이 곡이 공연장에서 실연으로 울려 퍼지자 더 몽환적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앙코르. 월광 소나타로 시작해 '생일 축하 노래'가 됐다. 이날은 도이치그라모폰의 120주년 생일 당일이었다. 조성진의 센스 있는 연주로, 도이치그라모폰은 최고의 잔칫상을 맞았다. 조성진은 빠듯한 연주 일정에도, 공연이 끝난 뒤 사인회에서도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온기를 불어넣었다.

2부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사실 비창은 서울시향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지휘자 정명훈(65)이 예술감독으로 재직 당시 자주 연주했다.

하지만 이날 사실 이 곡을 연주하기에 최적의 상황은 아니었다. 정 전 예술감독은 건강상 이유로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지휘봉을 들지 못하게 됐다. 조성진뿐만 아니라 서울시향과 오랜만의 호흡이 무산해 클래식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게다가 서울시향은 최근 유럽 투어를 호평 받고 돌았으나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로감이 쌓였다.
리오넬 브랑기에 ⓒ크레디아

리오넬 브랑기에 ⓒ크레디아


이런 상황에서 차이콥스키가 비애, 절망감 등을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우였다. 서울시향은 쌓인 내공을 밑에서 끌어냈고, 기꺼이 대타로 나선 브랑기에는 과하지 않게 절제한 감정선으로 안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의 조합은 앙코르에서 백화제방했다.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 5번'. 프랑스 레퍼토리에 강한 서울시향, 프랑스 지휘자의 조합의 시너지였다.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 중 한 명인 정 지휘자의 지휘가 무산한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이 레이블이 아끼는 조성진, 브랑기에 덕에 미래도 밝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7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을 기념하는 갈라 공연이 한 차례 더 열린다. 이 레이블 대표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소피 무터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1월19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등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기념 행사가 내년까지 이어진다.

특히 5월1일 영국 런던 로열 알버트 홀에서 비킹구르 올라프손과 피터 그레그손이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여는데 한국에서도 관련 공연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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