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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학대' 불안한 민간 돌보미…대안 못 되는 정부 서비스

등록 2018.12.15 10: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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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돌보미, 아동 학대 사건 발생해

우울증 앓았지만 관리·감독 일절 無

정부 검증 '아이돌봄서비스' 있지만

대기자만 잔뜩…이용하려면 '하세월'

정부, 19년 예산 늘려 개편안 냈지만

"개별 돌봄 공공 기반 여전히 부족"

"가정 눈높이 맞출 인력 공급 시급"

【서울=뉴시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김진욱 기자 =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15개월 영아를 숨지게 한 민간 아이돌보미(베이비시터) 김모(38)씨가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지난 10월12일께부터 문모(당시 15개월)양을 열흘 동안 하루 한 차례 우유 200㏄만 먹이고 수시로 주먹과 발로 때리는 등 학대했다. 경련이 일어나고도 24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문양은 결국 지난달 10일 사망했다.

김씨는 본인의 거주지에서 영아 5명을 한 번에 돌보고 있었는데, 그는 10여년 간 우울증 치료를 받고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등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던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민간 아이돌보미는 일하는 데 아무런 자격 요구나 제약이 없고, 정부의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문양의 아버지(22)는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시위를 열고 "김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며 "나라에서 법적으로 허용한 정식 (아이돌봄) 기관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부 보증 '아이돌봄서비스', 공급 턱없이 부족

형편상 영아 곁에 항상 붙어있을 수만은 없는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범죄 경력 및 파산 여부 조회, 건강 검진 등 검증을 통해 정부(여성가족부)가 보증하는 '아이돌봄서비스'다. 하지만 이 서비스도 일반 가정에서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뉴시스가 최근 서울의 한 건강지원센터(아이돌봄서비스 운영 기관)에 확인한 결과 12월 현재 종일제 아이돌봄서비스 대기자는 20여명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대기자가 많은 만큼 지금 대기 순번에 이름을 올려도 12월 안에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아이돌보미 수가 부족해 당장 이용이 어려운 상황은 서울의 다른 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부 지역에서 두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임지영(29)씨는 "그동안 아이를 봐주던 시어머니 건강이 나빠져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약 한 달을 기다렸다"면서 "시간은 흐르는데 차례는 오지 않아 결국 지인 소개를 받아 검증된 민간 아이돌보미를 어렵게 구했다"고 전했다.

서울 서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김수현(41)씨는 "유치원 하원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의 '공백기'인 오후 4시~7시에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센터에서 '그 시간대는 맞벌이 가정 등 이용자가 특히 많아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면서 "대기자 수 등을 봤을 때 1~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기 학대' 불안한 민간 돌보미…대안 못 되는 정부 서비스

◇잠재 수요 커…지원 늘려야

서울 외 지역 여건은 더 나쁘다. 지난달 말 강원 등 전국 8개 시·도의 41개 기관은 아이돌봄서비스 지원금이 중단되거나, 앞으로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10억여원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가부에서는 2019년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예산을 올해(1084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2246억원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놨다. 지원 시간과 아이돌보미 인력 공급 등을 늘리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 가정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부모의 단념이나 홍보 미비 등으로 인해 잠재돼있는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이정원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 중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한 가정은 1.6%에 불과해 '이용률 통계'를 낼 수도 없을 정도로 공급이 적다"면서 "(예산 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아이돌봄서비스와 같은 개별 돌봄에 대한 우리나라의 공공 기반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혁준 가톨릭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는 "저출생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큰데 아이돌봄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국회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일반 가정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인력 공급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만 12세 아동을 둔 가정 전부를 서비스 수요자로 보기는 어렵고,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돌봄 등 다른 서비스도 존재한다"면서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다가 연계되지 못한 가정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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