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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파를 꼭 1m 스티로폼박스에 포장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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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04 14: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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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한 이커머스 업체로부터 주문해 받은 1만8000원어치 신선식품 꾸러미를 보고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닭가슴살, 느타리 버섯, 대파 등 자질구레한 식재료들을 샀을 뿐인데 현관문 앞에 각종 포장박스들이 한 가득 쌓였다.

오프라인으로 샀다면 저 박스들은 장바구니나 비용을 지불하고 산 종량제 봉투 한 장으로 대체됐을 게 분명했다. "편해서"라는 이유 하나로 '새벽배송 문앞배달'을 택했던 것이, 결국 환경오염에 일조했다. 꽤나 마음이 쓰렸다.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는 '신선식품 구매=오프라인'이라는 공식을 깨뜨린 지 오래다. 전날 밤 급하게 어플리케이션 장바구니에 식재료들을 담아도 기상 전 현관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특히 장보러 갈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 소용량 식재료를 선호하는 1인 가구 등에게 폭발적 인기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는 딱히 파손의 위험도 없는 2400원짜리 대파 한 단이 1m 가량의 스티로폼박스에 포장돼 온다는 함정이 숨어있다. 이 같은 무분별한 포장재 사용이 바다거북이의 코에 박힌 빨대나 고래 뱃속에서 나온 수 ㎏의 플라스틱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물론 업계에서도 할 말은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봤지만 조금이라도 상품에 흠집이 생길 경우, 고객들의 민원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나 오프라인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에는 적용되는 환경 관련 규제가 이커머스 업계에는 미치지 않고 있는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포장을 하는 것이 고객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비용이 싸게 먹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성장하는 사업에 정부가 또 하나의 규제를 들이민다는 것이 업계에서는 마땅찮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외부의 강제가 있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친환경 포장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대신 자연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포장재를 쓰는 등 자체적 방안 강구가 시급하다. 주문시 소비자들에게 과대포장을 하지 말것을 선택하는 옵션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이제 선택의 문제인 '친환경'이 아닌, 인류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필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에코 패키징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아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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