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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영화 100주년, 관객 '2억명 시대'의 우울한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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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07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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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2019년은 한국 영화의 역사가 100년이 되는 해다. 국산영화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쉬리'(감독 강제규·1999)는 62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를 산업화했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산업으로 유입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2005년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섰다. 2011년까지 6년여간 1억5000여명 안팎을 기록, 정체기를 보내다가 2013년 사상 최초로 2억명을 돌파했다. 이후 매년 2억명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으며, 한국영화는 7년 연속으로 1억 관객 시대를 누렸다.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외화의 공세 속에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흥행성적 10위 안에 든 한국영화는 4편에 불과하다.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누적관객 1227만4996명)이 1위에 올랐고,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1441만1675명·5위), '안시성'(감독 김광식·〃544만186명·8위), '1987'(감독 장준환·〃723만2387명·10위)이 톱10에 진입했다. 이중 작년에 개봉한 영화는 '신과함께-인과 연'과 '안시성' 뿐이다.

한국 영화의 부진 속에 외화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감독 앤서니·조 루소, 〃1121만2710명·2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감독 크리스토퍼 매쿼리,〃658만4919명·4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감독 콜린 트레보로, 〃554만6823명·6위)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줄곧 앞서왔던 한국영화 점유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13년 역대 최고치(59.7%)를 기록한 한국영화 점유율은 2016년 53.7%(외화 46.3%), 2017년 51.8%(〃48.2%), 2018년 50.9%(〃49.1%)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달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31.9%로 외화(68.1%)에 한참 뒤지고 있다.

한국영화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중박' 영화도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대박' 아니면 '쪽박' 영화만 있을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한국영화의 주류는 범죄물, 시대극, 사극 3가지로 요약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나리오다. 관객의 공감을 얻을만한 개연성과 구성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범죄액션물·스릴러·미스터리 등 여러 장르의 영화가 나오고 있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뻔한 이야기다. 참신함이 없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룬다. 고예산 영화, 스타 감독·톱스타가 참여한 작품이 흥행에 참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부실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다.
 
할리우드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성공은 한국 영화계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2018년 영화계를 빛낸 최고 승자는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했다. N차 관람(관객 한 명이 영화 한 편을 여러 번 관람하는 것), 싱얼롱 상영(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관객이 같이 따라 부르는 것) 등을 이끌어내며 개봉 직후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29일(개봉 60일차) 900만 관객 고지를 밟았으며, 2018년 최고 흥행작 3위에 랭크됐다.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도 높다.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입소문이다.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려도, 형편없는 작품이면 관객이 철저히 외면한다. 쓴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한국영화의 미래는 잿빛일 수 밖에 없다. 신뢰를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문화스포츠부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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