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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초점]공연계, 주52시간 본격 영향···평일 오후 7시30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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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10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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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주 52시간 근무제'가 공연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예술의전당이 올해부터 콘서트홀·IBK챔버홀·리사이틀홀 등 음악당 대관규약을 변경했다. 음악당 평일 공연시작 시간을 오후 8시와 오후 7시30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부터는 평일 공연시작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 우선이다. 다만 오후 8시로 변경 신청도 가능하다.

예술의전당은 "공연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공연단체나 기획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평일저녁 공연시간이 오후 8시로 정착된 것은 2005년 음악당 리노베이션 이후다. 13년 만에 대관 규약을 바꾼 셈이다. 당시 오후 7시30분에 공연을 시작하면, 직장인들이 퇴근 후 공연을 관람하기에 빠듯하다는 여론이 제기됐었다. 예술의전당이 음악당 공연시간을 오후 7시30분으로 앞당기려는 시도는 2014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고객의소리 등 게시판에 직장인 관람객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무산됐다.

이번에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면서 공연시작 시간 오후 7시30분이 힘을 받았다. 예술의전당이 작년 11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호하는 클래식 공연 시작 시간'을 설문조사한 결과 '오후 7시30분'이 '오후 8시'보다 8%포인트 가량 높았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이번 대관규약 변경을 통해 시민들이 늘어난 여가시간을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단체와 공연기획사는 공연시작 시간을 용이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워라밸'이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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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지난해 7월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가 부각되자 공연계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다.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공예술기관들이 앞장서 일찍 귀가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패키지, 프로그램 등을 내놓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또 저녁 시간을 이용해 발레를 비롯한 춤, 악기 등 문화예술을 체험하려는 직장인들도 점차 눈에 띄었다. 서울 신촌 인근 무용학원 운영자는 "등록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수강 문의가 상반기보다 확실히 많아졌다"고 전했다. 백화점 등지의 문화센터 이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남산예술센터는 평일 저녁 공연 시작 시간을 오후 8시에서 7시30분으로 30분 앞당겼다. 국립극단 등은 평일 오후 7시30분에 공연을 시작했으나 이곳은 오후 8시에 시작했다.

몇몇 공연은 이미 오후 7시30분에 시작했다. 작년 11월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자로 나선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 시작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었다.

비교적 러닝타임이 긴 공연들은 오후 7시30분 공연이 관례였다. 오후 11시에 끝날 경우 직장인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발레 시작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었다. 클래식 공연도 종료 후 출연자의 사인회가 예정돼 있을 경우, 청중의 귀가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진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오페라극장·CJ 토월극장·자유소극장 등 오페라하우스에 속한 공연장의 경우 대관규약에 명시된 공연시작 시간이 따로 없어 공연기획사들이 공연의 특성을 고려해 공연시작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오후 7시30분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교통체증 등을 고려하면 시작 시간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롯데콘서트홀, LG아트센터, 금호아트홀, 충무아트센터 등 다른 공연장은 올해 오후 8시 공연을 대부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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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정체로 인해 공연장과 지하철 역 사이의 거리도 중요한 요소다. 저녁 시간에 공연을 한번이라도 관람한 직장인이라면 10, 20분의 여유가 공연 관람 태도와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체감한다.  

우면산 자락에 자리잡은 예술의전당 내부로 들어가려면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걸어서 15분 안팎이 걸린다. 남부터미널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공연시간이 가까우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예술의전당 본래 건설 계획에는 남부터미널역까지를 연결하는 지하도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공간에는 쇼핑몰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비 문제로 취소됐다. 대중이 공연장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예술계 종사자에게 52시간은 그늘, 정착에 시간 걸릴 듯

하지만 정작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주 52시간 근무제는 곧 '그늘'이다. 근로 특성상 근로 시간을 특정하기 힘든 데다 야근이 당연시되는 관례상 '주 52시간 근로제'는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특성상 주말 근무가 많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대형 국공립 공연장 등은 탄력근로제 등으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공연이 쉬는 월요일 휴무 등을 골자로 한 '대체 휴가' 등을 도입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부터 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 등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 도입 등도 계획하고 있다.

문화예술업계라도 사무직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문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다. 공연 개막을 앞두고 야근은 물론 밤샘 근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공연 시간이 밤이 대부분이어서 개막해도 야근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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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LG아트센터
음향, 조명, 전기 등을 관리하는 기술직군이 중심이 된 서울 중구 산하 충무아트센터 노동조합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여전히 대립하는 상황이다. 현 김승업 사장이 이달 퇴임하는만큼 현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없어 진전이 없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도 52시간 근무제에서 제일 먼저 살펴야 하는 직군이 무대기술이라고 짚으며 "지난해 말부터 충원을 하는 중인데 이를 통해서도 해결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이달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는데 3월까지 해보고 직원들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민간 공연기획사다. 소수 인원으로 유지되는 구조여서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정적인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장기적으로도 인력을 더 뽑기 힘들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직원들도 초과 근무를 하소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52시간이 사회적 흐름인만큼 공연계의 근로 환경과 제작 관행에는 점차 변화가 생기리라는 예상이다. 당분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9일 '2019 공연계가 주목해야 할 6가지 키워드'에서 '주 52시간제'를 첫 번째로 꼽으면서 "국공립 공연장은 당장 주 52시간제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민간단체와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작품을 제작하려면 작업 기간을 늘리거나 인력을 증원하는 등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면서 "2019년은 우리 사회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기 위한 과도기이며, 공연계 역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본래 지난해 말 종료하기로 했던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처벌 유예기간)을 3월까지 연장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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