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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실내 미세먼지 직접 재보니…단 한곳도 '좋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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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20 10:00:00  |  수정 2019-01-28 09:53:25
뉴시스, 도심 속 실내 장소들 직접 측정기 실험
대형병원 미세먼지는 148㎍/㎥ '매우 나쁨' 수준
어린이 교육관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모두 '나쁨'
노인정·경로당·실버타운 위험…미세먼지 '나쁨'
'서민 발' 지하철 내부 공기질은 '매우나쁨' 최악
안전지대 없어…"이 정도일 줄은" 직원도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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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과 대부분의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이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바라본 예술의전당 일대가 뿌옇다. 2019.01.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반짝추위가 가고 다시 미세먼지가 밀려온 지난 19일,서울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 조치는 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75㎍/㎥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내려진다. 수도권, 강원영서, 충청권, 호남권, 부산, 대구, 경북, 경남은 미세먼지(PM10) '나쁨' 수준을 보였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했고, 불가피한 경우엔 그나마 편히 숨 쉴만한 공간을 찾아 실내로 모였다.

과연 이런 공간들은 안전할까.

뉴시스 기자들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들고 서울 시내를 돌아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미세먼지의 '안전지대'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떤 곳보다 깨끗하고 안전해야 할 병원, 미세먼지 민감군인 어린이와 노인들의 쉼터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중교통 내의 미세먼지는 '최악 중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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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중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19일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매우 나쁨' 수준을 보였다. 2019.01.19
◇실내이고 병원인데...관계자도 "'나쁨'이라니"놀라

병원의 미세먼지 수치는 밖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고 있었지만 초미세먼지까지 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했다. 환경부 대기환경정보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81~150 구간 '나쁨', 151 이상 '매우 나쁨' 등급으로 나뉜다. 초미세먼지는 36~75 '나쁨', 76 이상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이 기준에 따라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내 미세먼지를 쟀다. 그 결과 70㎍/㎥로 아슬아슬하게 '보통' 수준을 지켰으나 초미세먼지는 41㎍/㎥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구 소재 이비인후과도 마찬가지였다. 미세먼지 73㎍/㎥, 초미세먼지 39㎍/㎥로 초미세먼지만 '나쁨' 수준에 머물렀다.

병원 관계자는 "이비인후과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계속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며 "실내이고 병원인데도 '나쁨' 수치가 나올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오가는 사람이 많고 관리해야 하는 면적이 더 넓은 대형 병원의 상태는 보다 심각했다.

명동의 한 대형병원 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 148㎍/㎥, 83㎍/㎥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였다. 강남구 대형병원과 종로구의 한 대학병원 실내 미세먼지 수치는 각 91㎍/㎥·89㎍/㎥, 초미세먼지 수치는 50㎍/㎥·52㎍/㎥로 '나쁨'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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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종로구의 국립어린이과학관에서 19일 오전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나쁨' 수준으로 측정됐다. 2019.01.19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김흥기(48)씨는 "병원마다 재원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미세먼지에 대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큰 병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피해 실내로 숨어도…갈 곳 잃은 어린이·노인

어린이와 노인, 천식 등 폐질환·심장질환자는 미세먼지 민감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지내는 장소 역시 안전하지 않았다.

많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미세먼지를 피해 찾아 온 종로구의 국립어린이과학관, 미세먼지 수치는 104㎍/㎥, 초미세먼지는 60㎍/㎥으로 둘다 '나쁨' 수준을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를 온 조성희(42)씨는 "로비는 출입이 많으니 어쩔 수 없겠다 싶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국립 시설인데 관리가 미흡하다고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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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종로구의 한 노인정에서 19일 오후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미세먼지 197㎍/㎥, 초미세먼지 115㎍/㎥로 둘다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2019.01.19
강남구의 한 구립 어린이도서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미세먼지 85㎍/㎥, 초미세먼지 48㎍/㎥로 둘다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도서관을 찾은 모원식(41)씨는 "오늘같은 날에 아이들 바깥 활동은 웬만하면 안 시키려고 어린이도서관으로 나온 건데 실내도 이젠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중구 명동에 소재한 복합문화공간의 미세먼지 수치는 131㎍/㎥로 '나쁨', 초미세먼지 수치는 80㎍/㎥로 '매우 나쁨’으로 측정됐다.

두 아들과 놀러 나온 이아름(33)씨는 "실내도 이러면 정말 갈 곳이 없다"며 "밖보다는 안이 낫다는 믿음으로 여기까지 온 건데 밖이랑 똑같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키즈카페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구의 한 키즈카페 내부 미세먼지는 59㎍/㎥로 '보통' 수준이었으나 초미세먼지는 42㎍/㎥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인접한 다른 키즈카페 역시 미세먼지 92㎍/㎥, 초미세먼지 52㎍/㎥로 둘다 '나쁨'을 기록했다.

노인들이 지내는 곳의 대기질도 안심할 수 없었다.

명륜동의 한 경로당은 이미 공기청정기가 설치 돼 있었는데도 미세먼지 92㎍/㎥, 초미세먼지 52㎍/㎥로 둘다 '나쁨' 수준으로 측정됐다. 창신동의 한 노인정은 미세먼지 197㎍/㎥, 초미세먼지 115㎍/㎥로 모두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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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9일 오전 달리는 지하철 1호선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미세먼지 214㎍/㎥, 초미세먼지 118㎍/㎥로 '매우 나쁨’ 수준이다. 2019.01.19
강남의 한 실버타운에서도 미세먼지는 110㎍/㎥, 초미세먼지는 59㎍/㎥로 모두 '나쁨'으로 측정됐다. 시설 관계자는 "문도 잘 안 열어서 깨끗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치가 높다"며 "어르신들 계신 곳이라고 해서 따로 관리를 하거나 설비를 마련해 두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민의 발도 위험하다…지하철 내 수치 최악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서민의 발' 대중교통의 상태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2호선 내부 미세먼지 수치는 183㎍/㎥, 초미세먼지 수치는 106㎍/㎥으로 둘다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1호선 내부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미세먼지 214㎍/㎥, 초미세먼지 118㎍/㎥로 '매우 나쁨'을 보였다. 3호선 열차 내부도 미세먼지 189㎍/㎥, 초미세먼지 102㎍/㎥로 둘다 '매우 나쁨'으로 나타났다.

1호선 서울역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박영란(60)씨는 "늘 불안하지만 또 마스크 하고 다니긴 불편해서 그냥 다니는데 이렇게 지하철 내부도 심한 줄 몰랐다"며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서 들어가게 되면 안 빠져나가고 혈관에 흐르면서 큰 병이 된다더라"고 걱정했다.

2호선 시청역에서 만난 한승민(25)씨는 "이 정도면 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를 껴야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노약자나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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