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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슬프기만 해야 하나요?"…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등록 2019.01.22 13: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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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슬프기만 해야 하나요?"…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장애인은 슬프기만 해야 되나요?"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구르님’(18·김지우)은 편견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

구르님은 22일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유튜브 크레이어터와의 대화’에서 “TV나 영화를 보면서 ‘왜 장애인 연예인은 많이 없을까?’ 생각했다. 외국에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지 않느냐. 우리는 보통 눈물 쏙 빼는 감동 스토리나 후원 방송에서만 장애인들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이 ‘장애인은 아무것도 못한다’는 차별을 만드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 주변의 장애인들은 불쌍하지 않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뿐”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한다는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특히 가족에게 말하기가 부끄러웠다”면서 “우리 부모님은 비장애인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을 영상에 담은 적이 있는데, 아빠가 ‘장애인인 딸을 키우고 있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몰랐다’ ‘아빠도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굴러라 구르님’은 뇌병변 장애가 있는 고교생 김지우양이 일상을 공유하는 채널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개설했다. 구독자는 3만2000여명이며, 누적 조회수는 129만 뷰를 기록 중이다. 훨체어로 꾸미기,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 소수자의 인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구르님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며 “‘1분 구르님’이라는 코너가 있다. 스스로 답을 내리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구독자들에게 반말로 묻는다. 브이로그에서는 편하게 내 일상을 보여준다. 중학생 때부터 단편 영화를 제작했는데 유튜브 방송은 내 스토리를 담으니까 더 새롭게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는 일본 장애인과 인터뷰한 영상을 꼽았다. 직접 통영하고 자막을 다는 등 “가장 공을 많이 들여서 애정이 간다”고 한다.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고, 복지시설도 잘 돼 있었다”며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았다”고 전했다.

“장애인인 친구들이 내 영상을 보고 용기를 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하더라. 장애인들은 ‘너는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너는 못해’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무의식 중에 본인을 가두는 게 아니라 ‘나라고 못할게 뭐 있어’라고 용기를 주고 싶다. 나도 다리뿐만 아니라 손이 불편해 일일이 자막을 못 달 때가 있는데, 공지를 올리니 다들 도와주더라. 장애인들도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다.”
"장애인, 슬프기만 해야 하나요?"…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이번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대화 주제는 ‘다름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다양성 크레에이터’다. 구르님을 비롯해 퀴어 유튜트 채널 ‘수낫수’를 운영하는 ‘수’(29),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 조소담(28) 대표가 다양성 크리에이터 대표로 참석했다. 이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알리고, 다양한 구성원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퀴어, 장애인 등 혐오 콘텐츠를 만드는 유트버들도 많다. 구르님은 “유튜브를 하면서 이전보다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도 “양면성이 있다. 예전엔 혐오 콘텐츠를 보면 ‘무조건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유튜브가 없어져도 이들은 또 다른 플랫폼에서 혐오할 게 분명하다. 유튜브에서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혐오를 양산할 수 있지만, 유튜브가 자정적인 역할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규제보다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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