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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건축대통령' 승효상의 오만한 신년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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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28 18: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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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28일 오후 간담회를 열었다. 행사제목은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에게 한국 건축을 묻다'였다.

행사장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승 위원장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세계 건축가들의 행사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로 승 위원장은 이 비엔날레의 운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처럼 승 위원장은 서울시 총괄건축가(2014~2016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서울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2대 서울시 총괄건축가인 김영준씨와 현 3대 총괄건축가인 김승회씨가 모두 참석해 승 위원장의 위세를 짐작케 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사회자는 "승 위원장이 이 토크쇼를 자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긍정했다. 승 위원장은 "SNS를 자주하진 않지만 가끔 들여다보면 백가쟁명 현상이다. 한국 건축의 뭔가 지도부에 있는 사람을 향한 많은 공격적 어휘들이 등장한다. 그중에 틀린 사항들이 많고 물어보면 해결할 문제들이 꽤 있어서 언제 한번 모아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응하고 항변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여느 정치인 못지않은 행보다.

사회자는 승 위원장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그를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에 비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성계라는 의미다. 사회자는 "아웃사이더 승효상과 문재인의 관계를 보면서 아웃사이더 정도전과 이성계를 생각해봤다"며 "조선조 당시처럼 지금 권력의 가장 강력한 지근거리에 건축가 승효상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대통령 지근에서 많은 고언과 정책을 수반하는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연결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조선왕조를 연 개국공신 정도전에 빗대는 다소 과한 평가에 승 위원장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승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부산 경남고 동창이다.

사회자는 1월4일 보도된 뉴시스 기사 '서울총괄건축가 서울대 건축과 독식 논란…동문나눠먹기?'를 언급했다. 사회자는 "뉴시스에 보니까 총괄건축가가 패밀리경영을 하고 있다, 학연과 연고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고 했다. 세간에 불거진 총괄건축가 학연 대물림 비판에 어떤 답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승 위원장은 "그 뉴스가 단발성으로 그친 것은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보면서 제가 '(서)울대' 출신임을 비로서 다시 깨달았다. 저는 대학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한 건축가다. 학연이 있으면 발전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학연을 떠난 건축가그룹을 형성한 게 4·3그룹이었고 한국건축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학연과 무관한 인물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승 위원장은 건축에는 장기집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총괄건축가는 2년 만에 그만둘 게 아니다. 건축프로젝트는 장기간 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최소한 5년을 하고 연임해 10년이 대부분이다. 이게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는 시장과 러닝메이트로 총괄건축가도 나온다.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앞선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이른바 토건세력에게 내줬던 '건축 권력'을 박원순 시장 부임 후 되찾은 만큼 이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승 위원장은 한국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올랐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나는 왜 공공적인 일에 몸을 바쳐서 일할까. 저는 공공에 헌신한다는 위대한 사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태생 유대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인간성의 완성은 밀실에 있을 때가 아니라 광장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투여할 때 이뤄진다'는 말을 인용하며 "공공에서 일하는 것은 제 인격과 인간성의 완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건축위원장을 하기 싫어서 도망갔다. 장관이 요청해도 몇번 고사했다. 그런데 후배들이 하라고 윽박질렀다. 당신이 가장 적임인데 이걸 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떠밀려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았다고 하지만 승 위원장은 열심히 일한다. 승 위원장은 광역지자체장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모든 세계역사를 보면 모든 행정의 결과는 건축으로 나온다. 결국 건축은 행정의 중요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행정가들이 그렇지 않다. 건축에 관해 아주 단편적인 인식만 갖고 있다"며 "광역자치단체장들을 만나 총괄건축가제도를 도입하라고 권유했는데 이미 법령을 만드는 곳도 있지만 미동도 안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

광화문광장 문제를 다룰 때도 승 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사회자가 '현 광화문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승 위원장의 과거 인터뷰 발언을 상기시키며 "이런 발언을 했던 분이 광화문광장 설계공모 심사위원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냐"고 묻자 승 위원장은 즉각 받아쳤다. 승 위원장은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이자는 것은 제가 주장했다.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그 프레임을 놓고 공모작들이 제출된 것이다. 프레임 속에서 안에 있는 것을 하라고 (공모)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그의 작품이며 공모 당선자들은 인테리어를 하는 수준이다.

행사 말미에 한 건축가가 승 위원장의 위상을 짐작할 만한 질문을 했다. 이 건축가는 젊은 건축가들의 생활고 문제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승효상 건축가님이 건축에 있어서 대통령 같은 분이시다. 평소에 승 건축가님이 젊은 건축가와 소통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가 마련돼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 건축가는 나아가 대통령식의 기자회견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건축가는 "(행사 내내)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할 만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말하시고 있다. (젊은 건축가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축소하는 게 아닌가. 대통령께서 질문 받으시는 기회처럼 직접 소통하는 게 낫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서울시 (총괄건축가) 일을 할 때 젊은 건축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일을 많이 만들었고 많은 젊은 건축가들에게 주어지는 일이 많아졌다고 들었다"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것이다. 제가 서울시에서 했던 것처럼 할 것이고 점점 나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건축가 일자리 창출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승 위원장의 간담회가 마무리되자 '서울시 마을건축가' 제도를 소개하는 행사가 바로 이어졌다. 100명 가까운 건축가들이 이 제도를 경청했다. 서울시 마을건축가 주요역할은 ▲건축·공간환경 관련 주요 현안 사항 관련 자문 ▲집수리·마을활동가 등의 지역 활동에 대한 총괄 기획 ▲공공·민간사업의 코디네이터 역할 수행, 시범사업 추진 ▲현장 조사를 통한 마을 공공성지도 작성과 정책사업 발굴 ▲지역 공동체 개선과 건축문화진흥을 위한 시민인식도 제고 ▲기타 지역의 공간복지 향상 사업 지원 등이다. 승 위원장이 말했던 건축가 일자리 창출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승 위원장은 '건축 대통령'이라는 칭송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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