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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진짜기타의 강림···그녀가 곧 '알함브라궁전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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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07 07:07:00  |  수정 2019-02-18 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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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뮤직앤아트컴퍼니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한국에서 클래식 기타는 뒷전이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어쿠스틱·일렉 기타에 가려졌고, 클래식음악계에서는 낯설어했다. 이병우(54)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지만 좀 더 힘을 실을 우군이 필요했다.
 
5년 전부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됐다. 키 150㎝ 남짓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커 보이는 박규희(34)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관심이 차차 늘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일도 생겼다. 귤을 쥘 수 있올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박규희의 손은 작지만, 기타 줄 위를 마치 고니의 물밑 다리처럼 움직이는 손가락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우로 확인된다.

 박규희가 세 살에 기타를 잡은 이후 벌써 30년이 흘렀다. "튀고 싶지 않고 소박하며 잔잔한 제 성격이랑 기타랑 잘 맞아요. 예나 지금이라 마찬가지"라며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기타에 대한 여전한 애정이 묻어난다.

세계적인 명문 도쿄음대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기타를 배운 박규희는 국제 콩쿠르에서 9번 우승했다. 특히 벨기에 프렝탕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아시아 최초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으로서도 해당 콩쿠르 첫 우승자였다.

지금까지 총 여덟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폰텍 레이블에서 발매한 2010년 데뷔앨범 '스에뇨'와 2012년 선보인 '소나타 누아르'는 '롱 베스트셀러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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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뮤직앤아트컴퍼니
이런 박규희가 이번에 청중을 스페인으로 데려간다.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박규희의 스페인 기타여행'을 통해서다. 알함브라 국제 콩쿠르의 우승자이자 앨범 '스페인 여행'을 발매했으며, 스페인 여행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크게 주목 받은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을 수 있다. 같은 음을 같은 속도로 여러 번 연주하는 트레몰로 주법이 애잔함을 안기는 이 곡은 스페인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럽에 현존하는 아랍계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궁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상징이 된 곡이다.

최근 종방한 현빈(37)·박신혜(29) 주연의 tvN 드라마가 이 곡의 제목을 드라마 제명으로 삼았는데 곡도 주제가처럼 흘러 나왔다. 그라나다가 배경인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게임이 시작될 때마다 이 곡이 흘러나왔다. 극 중에서 박신혜가 기타로 직접 이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을 받는 일본에서 '기타 요정'으로 통하는 박규희가 현지에서 이름을 알린 것도 이 곡 때문이다. 그녀가 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NHK 전파를 탄 이후 현지에서 이 곡은 박규희를 대표하는 곡이 됐다. 그녀의 연주는 가상 속이 아닌 진짜 현실에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하는 건 이번 콘서트가 처음이다. "수없이 연주한 곡인데 한국에서는 처음 들려드리는 곡이라 더 떨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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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Ji Young Ha
박규희는 알베니즈의 카탈루니아 기상곡, 토로바의 소나티나 등 다른 스페인 클래식 기타 명곡도 들려준다. 플루티스트 최나경(36)과 함께 피아졸라의 히스토리 오브 탱고를 플루트와 기타 듀오로도 선보인다.

스페인은 박규희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라다. 2016년 상반기 6개월을 스페인 남부 알리칸테 음악원에서 '마스터 과정'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고 위로를 받았다.

알리칸테는 1970~80년대 기타계를 호령한 지역이다. 음악원에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세고비야의 수제자 호세 토마스 등이 선생으로 있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러셀은 1976년 '알리칸테 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마스터 과정'은 알리칸테 음악원이 옛 명성을 되찾고자 개설한 코스로 세계에서 기타 유망주로 꼽히는 이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고 수업을 받게끔 한다. 박규희는 4기로,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13명과 함께 생활하며 배웠다. 이 코스를 밟기 전까지 잇따르는 연주로 배터리가 나간 듯, 살아가던 그녀다. 그런 상황에서 이 배움이 충전이 됐다.

"각 분야의 대가들이 오셔서 2주간 가르침을 주세요. 지휘법, 뇌신경학 등을 간단히 배웠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의 뇌가 최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이래요. 그래서 연습할 때 20분 집중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거죠. 쉴 때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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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Mitsuo Shindo
교수가 떠날 때마다 여는 환송 파티는 또 다른 음악회였다. "한국, 중국, 일본, 남아메리카에서 온 학생들이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와 다 같이 나눠 먹고 지중해가 보이는 곳에서 같이 연주를 하며 즐거웠죠."

박규희는 연주를 마치고 4월 다시 알리칸테로 간다. 이번에는 석사 학위 공부를 위해서다. 70장을 써야 하는 논문 주제는 고민 중이다.

최근 박규희에게 다른 목표가 생겼다. '마스터 클래스' 등을 통해 후배를 잘 가르치기로 이름 났던 그녀에게 제자가 생겼는데 그녀를 잘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일본에서 유망주 통하는 에리카(16)다. 에리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났는데 그녀의 레슨을 받은 뒤 일취월장, 콩쿠르 우승을 휩쓸고 있다. 자신이 속한 나이대는 물론 대학생까지 통틀어서도 전체 장원을 차지하기도 일쑤다.

"제가 주는 대로 아낌 없이 다 받아들이니까, 놀라워요. 정말 성장이 기대되는 친구예요. 제가 스페인에서 공부하는 동안 믿을 수 있는 후배에게 레슨을 부탁해놓았어요. 그 사이 더 성장할 겁니다."

박규희는 프랑스 명기타 제작자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2009년 제작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악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끔 만든다. "연주할 때마다 세포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기타는 도구를 통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연주를 하는 악기잖아요.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죠. 이제 몸의 일부가 됐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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