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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
“정치할 것 같은 연예인 1위로 항상 꼽히지 않느냐? 이번에 ‘제발 정치 관심 갖지 말고 연기에 집중해라’ ‘연기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 등의 댓글을 보면서 ‘배우는 좋은 연기 보여주고 평가 받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오지랖이 넓고, 친근한 아저씨 같은 성격이라서 어딜 가든 리더를 많이 한다. 주변에서 ‘너처럼 사람들 잘 챙기고 성격 좋은 사람이 정치해야 된다’고 해 가끔 흔들린다. ‘사나이가 정치 한 번 해봐야지’ ‘트럼프도 하는데 못할게 뭐있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한다. 다른 모임에 가서 ‘정치 절대 하면 안 돼’ ‘이용당하는 거야’ 등의 얘기를 들으면 또 ‘연기에 충실해야지’ 싶다가도 계속 흔들린다.(웃음)”
아직도 정준호는 정치와 연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듯 했다. 다만 ‘SKY캐슬’을 통해 ‘팬들이 연기자 정준호의 모습을 더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정치, 사업이 아닌 “연기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류층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 교육에 목숨을 거는 과정을 그렸다. 첫 회 시청률은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저조했지만, 마지막 20회는 23.8%로 대성공을 거뒀다. “우리 사교육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 같다”며 “처음에 염정아씨가 ‘시청률 너무 안 나온 것 아니냐’며 실망했다. 다들 3~5%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했는데, 배우들끼리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 ‘잘한다 잘한다’고 하면 더 잘하지 않느냐. 이렇게 대사 NG가 없는 촬영장은 처음이다. 다들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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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운한 면도 없지 않았다. “드라마 하면서 제작발표회에 안 간 건 처음”이라며 “여배우들만 제작발표회에 나간다고 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냐’고 했다. 포스터도 같이 찍었는데, 여배우들 사진만 나오더라. 주위에서 ‘드라마 한다면서 포스터에도 없더라’ ‘단역 하냐?’고 해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포스터에 못나올 정도의 배역인가 싶고 ‘상의도 없이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에 서운했다”면서도 “‘드라마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여배우 5명의 포스터를 봤을 때 이 드라마를 어떻게 끌고 갈지 선전포고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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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컴백에 내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6~7kg 정도 몸무게를 감량했고, 안경에 수염으로 날카롭고 까칠한 느낌을 강조했다. 염정아(47)의 남편인 정형외과 전문의 허일(48)씨와 닮은꼴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정작 여자 스태프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면서 “감독님도 반신반의 했지만, 첫 신 촬영 후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태어나서 처음 수염을 길렀는데, 중후한 느낌이 나고 캐릭터 성격도 잘 묻어 나온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사우나 한증막에서도 종이에 대사를 적어 외웠다”며 “대본이 너덜너덜해졌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공부했으면 판검사가 됐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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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상은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나타나 승승장구하는 자기 인생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생각했을 거다. ‘내가 쌓아온 인생을 망가트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혜나가 죽은 후 후회하지만 고작 할 수 있는 건 엄마를 쫓아가서 ‘내 인생 어떡할거냐’고 울부짖는 거 밖에 없었다.”
이후 강준상은 윤여사와 한서진 앞에서 병원에 사표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에게 ‘병원장 아니라도 엄마 아들 맞잖아요’라며 ‘나 그냥 엄마 아들이면 안 돼요?’라며 울부짖는 신은 많은 공감을 샀다.
“좋은 대학 혹은 좋은 직장에 다니든 못 다니든 내 아들, 딸 아니냐. 부모님들은 내가 못한 걸 자식에게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 자식 성공하는 게 제일 인정받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 중압감은 자식들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 같다. 그 한 신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게 많지 않았을까. 대사를 보고 나도 한참 동안 멍했다.”
정준호 역시 자식이자 부모의 입장을 모두 이해했다. ‘SKY캐슬’을 통해 사교육의 민낯을 알게 됐지만,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 부모로서 사교육을 간과할 수 없지 않느냐”며 “아이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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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서 부부의 일상도 공개하고 있다. “잘 살고 있는데 ‘쇼윈도 부부’라는 악플을 보고 아내가 충격을 많이 받았다”면서 “아내가 처음으로 ‘하고 싶다’고 부탁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상시 잘 못하지만 방송에서라도 같이 음식을 해먹고 대화하니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다”며 행복해했다.
정준호는 1시간40분 동안 인터뷰를 했지만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촬영 분량의 아쉬움을 인터뷰로 달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래도 많이 줄인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실 나는 장손으로 시골에서 농사 짓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살았다. 부모님이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다들 ‘성공해야 된다’고 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강남 대치동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붙여 공부했으면 소위 ‘명문대 가서 의사, 판검사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난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 ‘1등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고민했고,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서 극복하자’고 마음 먹었다. 경조사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고, 내가 만난 분들은 수첩에 적어 놓고 주기적으로 인사했다. 잘 됐다고 무명일 때 밥, 술 사준 형들을 모른 척 하기 미안하지 않느냐. 예전엔 우선 순위를 못 정하고 의리만 생각하는 철부지였지만, 지금은 가정이 먼저다. 가정에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연기자로서 본분을 잃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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