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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보료 월 2000원 인상이 아깝게 느껴진 이유

등록 2019.02.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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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이승주기자

경제부 이승주기자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달에 20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메리카노(3500원)나 자장면 한 그릇(5000원)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이것이 이번에 인상된 자동차보험료(자보료)라면 어떨까.

올초 주요 손해보험사가 일제히 자보료를 약 3~4%대 인상했다. 손보사들은 "적자분을 생각하면 약 7% 정도 인상해야 하지만 (눈치가 보여) 절반 수준만 올렸다"는 입장이다. 여론은 싸늘하다. '퍽퍽한 살림에 보험료까지 올라 부담된다'는 기사 댓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개인용 자보료가 연평균 약 64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상승분은 월 2100원 정도다.

이같은 가격저항은 2000원이 갖는 '절대적 가치'보다 '심리적 가치'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 입장에서 자보료 만큼 아까운 것이 없다. 중요성을 알지못해 매번 '생돈' 나간다고 생각하면 보험가입 기준은 '최저가'일 수밖에 없다. 비교견적에 각종 할인까지 붙여 최저 보험료만을 찾는 소비자에게 인상분 2000원은 결코 적지않다.

이런 소비자를 탓할 수만은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대비해 현재를 희생하는 보험 특성상 소비자 스스로 그 가치를 깨닫기 쉽지 않다. 그래서 보험설계사가 존재한다. 고객에게 중요성을 설명하고 필요한 보장을 넣어 최적의 상품을 설계한다. 그런데 이런 설계사 역할이 자보 시장에서 유독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리설계가 판치고 보험가입시 지켜야 할 기본의무가 지켜지지 않는다. 전화로 대충 묻고 가입시킨 그 설계사는 사고가 나면 연락이 닿지 않는다. 불완전판매가 판을 친다.

한 설계사는 "자보는 수수료를 별로 받지 못한다"면서 "자보 설계관련 제대로 배울 기회도 거의 없다보니 자보에 통달한 설계사가 전무하다.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이번 자보료 인상을 두고 여론과 당국 눈치를 보던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자보는 골치덩어리라며 투덜댔다. 손해율 높고 민원이 많아 보험사로도 큰 이익을 내지 못하는데 보험료 인상때마다 욕먹는 것이 속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보험업계에서 중시하지 않는 자보의 가치를 소비자가 알기란 쉽지 않다. 2000원이 아까운 것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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