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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곳곳 '파열음'…상반기 해법 찾을까

등록 2019.02.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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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 두고 대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간제 노동자 전환도 합의 안 돼

【대전=뉴시스】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은 2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올바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추진을 위한 노사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사진=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대전=뉴시스】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은 2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올바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추진을 위한 노사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2017.05.25 (사진=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해를 넘겨도 계속되고 있다.

10일 국무조정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은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직접고용 여부를 두고 대립이 극심하다. 교육 분야 출연연 중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25곳의 기간제 노동자 2088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다만 간접고용된 용역직은 노사 간 대립이 더욱 커지고 있다. 출연연 25곳 중 21곳이 용역직을 직접고용하는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을 승계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자회사 방식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공부문 2단계 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명시한 용역직의 정규직 직접고용 방식 중 하나로,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불가피하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용역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구노동조합 등은 지난달 15일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이달 말 17개 기관 간접고용 노동자 1000여 명이 전면 파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자회사에서 직접고용하더라도 여전히 내부 차별이 존재하고, 교섭을 통한 처우 개선 요구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회사로 고용할 때 드는 부가가치세와 이윤 등 10%의 비용이 쓰이기 때문에, 직접고용 시 이 비용을 아껴 임금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연구노조 정상협 조직국장은 "사회 양극화 해소 등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서는 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이 최선"이라면서 "단순히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정책을 거스르면서까지 관리가 편한 방안을 고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햇다.

인문사회 분야도 갈등은 남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와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무조정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출연연 26곳 중 유일하게 기간제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해진 예산으로 인력을 꾸려나가기 보다는 외부로부터 사업을 수탁해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행정·연구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윤수 예산부장은 경제인문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수탁과제가 많은 연구원은 인건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과학기술계와 달리 인문사회 분야는 여러 부처의 사업을 따다보니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3~4개월짜리 연구과제를 위해 전공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상시지속업무라 보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예외적으로 비정규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정보공시 알리오(alio.kr)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무기계약직 2명과 비정규직 102명, 파견용역 25명 수준지만 정규직 전환실적이 전무하다. 전환계획도 내놓지 못했다.

쟁점은 정규직 전환 근거가 되는 '상시지속되는 업무' 기준이다. 이에 따라 전환될 인원 규모가 달라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여전히 20~30명의 수탁사업 인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두고 노사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향후 2년간의 지속 성과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일 경우 상시 지속되는 업무로 보고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과거 3년간 지속된 업무, 사업예산 5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정하면서 내부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기존 석·박사급 연구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연봉을 삭감하고, 직급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폭로도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학준 경영기획실장은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기준을 두고 관점 차이가 있다"면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게 돼 있는데, 일단 복수노조 체제이다보니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중 합의를 이루겠다는 성기선 평가원장의 의지가 강하다. 기간제 전환 규모를 선행한 후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도 원활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등 이미 노사합의를 이룬 기관도 향후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각 출연연의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결정한 기준을 인정하다보니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인문사회분야 출연연도 노사합의가 이뤄졌다지만 고학력 연구인력의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비정규직이더라도 고용절차를 밟아 채용된 만큼, 정기적으로 행정·연구직의 처우와 고용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국무조정실이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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