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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백 화백 "도보다리 회담 감동 회화로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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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2 15:13:30  |  수정 2019-02-12 18:11:50
메조틴트 판화가로 유명...아크릴+유화로 그린 신작 공개
14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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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2일 황규백 화백이 지난해 4월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를 함게 걷던 순간을 담아낸 회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4일부터 3월10일까지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내 생전에 남북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웃으면서 회담하는 모습이 유별나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그렸습니다"

메조틴트(mezzotint) 판화가로 유명한 황규백(87)화백이 도보다리가 보이는 풍경 그림앞에서 아직도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

지난해 4월 TV를 통해 본 남북정상회담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초록빛의 자연속에서 파란색 다리위를 거닐며 정담을 나누는 남북 정상의 모습은 '평화'의 모습이었다. 이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간절히 염원해온 것이기도 하다. 6∙25 참전용사로서 3년간 전쟁터를 지킨 그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극도의 잔혹함을 목도했고, 조국에서 벌어진 참상을 잊지 못해 휴전 후 파리로 떠났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하는 작품 'SOUTH AND NORTH SUMMIT'을 대하는 작가의 마음은 유독 애틋하다. 그는 오래도록 대립과 반목을 거듭해온 남북의 정상이 도보다리를 함께 걷던 순간을 작품으로 남기고자 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 우산에 투영했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반영하듯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풍경을 그렸다. 멀리 도보다리가 보이는 창문 밑에는 5시 5분을 가리키는 시계가 달렸고 검은 우산이 벽에 기대어 있다.

"우산이 나에요. 남북 정상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듣고 있는 겁니다. 허허허~"

황규백 화백 개인전이 14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2,3관에서 열린다. 평면 회화 20점을 선보인다. 그를 유명한 판화가로서 발돋움하게 해준 메조틴트 판화가 아닌 아크릴과 유화로 그린 작품만을 전시한다.

 "판화는 힘이 듭니다. 인체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나이가 되니 체력적인 한계가 오더라고요. 또 판화 세계가 좁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동판위에 직접 그리는 전통적인 기법의 메조틴트 판화는 ‘눈으로 보는 한 편의 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섬세하고 예리한 선으로 사물을 묘사한 판화는 아스라하고 쓸쓸한 서정적인 느낌을 전한다. 특히 70년대 제작한 '손수건' 작품이 인기였는데 황 화백은 "가장 잘 팔린 손수건 작품은 날 살려준 은인이다. 안그랬으면 배추장사를 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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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규백, AN UMBRELLAUMBRELLA

 이번 회화 전시는 판화에서 보여주는 정묘함은 무뎌졌으나, 시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일흔의 나이를 넘겨 붓을 들고서 시작한 회화 작업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마주친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친 마티에르와 사실적인 이미지가 병합된 회화다.

노 화백은 벽에 기대어 있는 우산 그림은 '자화상'이라고 했다. "나는 우산을 사람처럼 생각합니다. 혼자 벽에 기대어 있는 우산이 외롭게 보이죠. 하지만 떳떳합니다. 우산 뒤에 그려진 씩씩한 그림자가 소중한데, 내게 엄청난 에너지를 줍니다."

우산은 2004년 전시때부터 나왔다. "검은 숲 밑에 우산이 누워있는데 나 같더라"면서 "외로운 내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때부터 우산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황규백의 작품은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일상적 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창문, 우산, 바위, 시계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작가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어딘가 비일상적인 느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로 연관되지 않는 단어들이 나열된 시와 같이, 그의 회화 속 사물들은 은유적으로 배치되어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룬다”고 했다.  커튼으로 반쯤 가리어진 창, 연기가 피어오르는 숲, 목욕 가운이 걸쳐진 바위 등 작품속 세계는 밝고 부드러운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의 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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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인 황규백은 1954~1967년 신조형과 신상회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좀 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해 1968년 프랑스로 떠나 파리에 정착했다. 이후 20세기 가장 중요한 판화제작소 중의 하나인 S.W. 헤이터의 아틀리에17에서 수학하면서 판화작업을 했다.1970년 뉴욕으로 자리를 옮기고 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전통 판화의 일종으로 가장 다루기 힘든 판종의 하나인 메조틴트 기법을 독학으로 습득했다. 판화의 현대적 재창조라는 평가를 받으며 피렌체 판화 비엔날레(1974)등 국제 판화제에서의 수상과 뉴욕 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 소장품에 포함되는 등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2000년 30년이 넘는 타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타향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 판화에서 회화로 회귀해 다시 신작을 선보인 그는 전시장에 걸린 그림을 설명할때 마다 "시계도 좋아하고 바이올린도 좋아하고 바위도 좋아한다"면서 "판화보다 자유롭게 화면을 구상하고 그리고 싶었던 것들을 제한 없이 그릴 수 있어 이번 전시 작업은 행복했다”고 했다.
 
사물이 의인화된 수수께끼 같은 그림앞에서 "모두 좋다"고 스스로 감탄하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다 외로워요. 내 그림은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전시는 3월10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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