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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들도 블랙리스트 한통속…매년 '인비' 보고했다

등록 2019.02.12 20: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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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부터 신년인사 때 '인비' 제출

법원행정처 '물의야기 법관' 자료에 활용

"성추행, 음주운전 등 비위 법관보다 가혹"

고【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뿌리치고 있다. 2019.01.26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뿌리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각급 법원장들이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들은 매년 신년 인사를 위해 대법원에 방문할 때 '인비(人祕)'라고 표시한 봉투를 법원행정처장에게 직접 제출했다.

'인비'는 인사비밀의 줄임말이다. 각급 법원장들이 법관들의 근무평정표 외에 별도로 소속 법관들의 사법행정 비판 행적이나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내용 등을 정리해 '인사관리 상황 보고'로 작성한 내용이다.

이렇게 전국에서 모인 인비는 2013년 정기인사부터 시행돼 '물의야기 법관' 분류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판사가 사법행정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를 표출해 대법원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이른바 '튀는 판결'을 하는 경우 소속 법원장이 근무평정, 인사관리 상황보고 등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보고되게 조치한 것이다.

'물의야기 법관' 분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인사총괄심의관실로부터 법관 인사 원칙과 관행 등에 대해 보고받으면서 2013년도 정기인사부터는 '물의야기 법관'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대법원 정책에 반대한 법관들은 성추행, 음주운전 등 비위를 저지른 법관들보다 가혹한 인사불이익 조치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코트넷 게시판에 법원 직원 사망과 자살에 법원행정처 책임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글을 쓴 A판사, 노동사건에서 노동자 편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 B판사 등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검토하라고 통보한 사례도 확인됐다.

검찰은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관리된 판사들에 대해 필요한 경우 문책성 인사를 실시하고,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 정책과 방침을 따르지 않는 법관은 문제 법관으로 인식되게 해서 도태되거나 대법원 방침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법관 인사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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