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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331'…사라진 일자리부서들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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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3 16: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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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331일.'

이 숫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만들어졌던 '중소기업일자리창출TF'의 수명을 담고 있다.

청와대가 일자리상황판에 불을 밝힐 무렵, 중소기업계도 일자리라는 지표에 나침판을 맞췄다. 중소기업중앙회와 12개 단체는 2017년 6월 '중기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다음달에는 전담 조직으로 TF를 만들었다.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교과서를 읽듯 “임금 인상은 안된다”던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커졌다. 절박함에 ‘성토’에 가까워지자 ‘일자리’라는 화두는 설곳을 잃었다. 지난해 6월 만들어진지 1년도 안된 TF는 그렇게 사라졌다.

비슷한 광경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된 기술보증기금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긴 수명이 더 짧다. 기보는 2년 전 8월 '좋은 일자리창출 추진단'에 이어, 일자리본부까지 만들었지만 이 역시도 지난달 8일 공식 조직도에서 사라졌다. 기보 관계자 A씨는 "잘해보자고 만들었던 건데...좀 오바했던 거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생긴 공석은 벤처 업무를 담당하는 ‘벤처혁신사업부’로 채워졌다. 임금과 근로시간에 성난 민심에 코너로 몰린 정부는 이제 소득주도성장을 뒤로하고 '혁신성장'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때를 막론하고 고용의 중요성은 크니, 이름을 잃었을 뿐 일자리 업무는 유지되고 있다. 또 조직개편의 주기도 편차가 클 수 있다. 그래도 말로 하기 어려운 아쉬움은 크다. 화려했던 시작에 비해 초라한 끝을 보고 있자면 이에 투입된 사람과 돈, 많은 부분이 재차 상기된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경영성과 기준으로 일자리창출이 도입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상황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정권이 해가 바뀔 때마다 내놔야 하는 성과는 산하기관의 액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시비를 가리고자 꺼낸 칼 끝이 해당 기관에만 향하지 않는 이유다.

현상을 두고 현 정부만을 질타하는 것도 무리다. 박근혜 전 정부 역시 '창조경제‘라는 실패작을 만들어 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사업에 투입된 국고는 국민의 피다. 위정자라면 혀부터 차고보는 행태에 일조한 과거를 넘어 멀리 보면 뼈아픈 역사로 남을 것이다.

이제 혁신성장에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가 이상할 것도 없다는 시선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부와 함께한 2년 남짓이 남긴 상처는 너무나 크다. 폭등한 임금에 중소기업들은 식구처럼 지내던 직원을 내보냈다. 적폐청산이 메아리치던 광화문 광장은 '최저임금 불복'을 부르짖는 소상공인으로 메워졌다. 정부의 친 노동 정책을 두고 ’방향성만큼은 이해한다‘던 이들도 "정부가 국민을 놓고 실험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운다.

혁신성장이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이유다. 기업의 혁신을 유도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정의가 신생기업과 소상공인에게도 와닿게 해야 한다. 규제에 가로막힌 신생기업의 애로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민감한 사안에서는 조정자로서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혁신을 외치는 지금도 공유택시는 기득권 세력에 막혀 있고, 공유 숙박에 대한 법규 역시 국회에 기약없이 머물고 있다.

과정의 조율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을 지킨다며 정작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홀대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염원을 딛고 선 정부가 실수를 거듭한다면 국민은 정치적 아나키스트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에 마주할지도 모른다. 연초부터 연일 이어지는 벤처·중소기업과의 간담회가 정부에게 통찰로 다가가길 바란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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