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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을 '미소'로 기억합니다, 김수환 추기경 10주기

등록 2019.02.1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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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1898광장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추모 사진전'에서 시민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 사진을 찍고 있다. 김 추기경 생전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전은 2월 11일부터 23일까지 명동성당 1898 광장에서 열린다. 2019.02.11.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1898광장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추모 사진전'에서 시민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 사진을 찍고 있다.  김 추기경 생전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전은 2월 11일부터 23일까지  명동성당 1898 광장에서 열린다. 2019.0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6일 선종 10주기를 맞이하는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의 얼굴에서 '미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김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14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제8회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심포지엄'은 이 미소를 주목했다.

김남희 김수환추기경연구소 기획위원은 '김수환 추기경과 가톨릭시민-카리스마의 집중과 환상을 중심으로'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온 김 추기경의 웃음을 파헤쳤다. 그의 웃음에서 카리스마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김 추기경이 보여준 웃음은 '자기 고백의 웃음'이라고 짚는다. 일제강점에서 해방되고 일본에서 귀국한 뒤 신학교 복학을 앞둔 상황에서 한 여인의 청혼을 받게 되자 당시 본당에 있던 장병화 신부에게 자신의 결점만 골라서 과장되게 말했다는 일화가 보기다.

한달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청한 장 신부는 김 추기경에게 "신부는 모름지기 자신의 약점이 뭔지 알아야 해. 그래야 그걸 이겨 내고 성덕을 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꼭 신부가 돼야 해"라고 이야기했다.

김 위원은 "이처럼 (김 추기경의) 자기 자신에 대한 과장이 없는 성찰적 고백은 후에 본인이 직면한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습관이 됐으며, 은퇴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1898광장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추모 사진전'에서 시민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 사진을 보고 있다. 김 추기경 생전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전은 2월 11일부터 23일까지 명동성당 1898 광장에서 열린다. 2019.02.11.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1898광장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추모 사진전'에서 시민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 사진을 보고 있다.  김 추기경 생전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전은 2월 11일부터 23일까지  명동성당 1898 광장에서 열린다. 2019.02.11.  [email protected]

추기경의 솔직한 고백에 오히려 사람들은 타인을 향한 연민의 웃음을 봤고, 느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이와 같이 유머로서의 웃음은 코믹이나 위트처럼 눈앞에 보이는 하나하나의 현상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성실함이 녹아 있는 진지한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래서 자기 고백으로서의 웃음은 늘 유연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추기경의 웃음은 '예언자적이고 성자적인 카리스마'의 드러남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착취하지 않고 이웃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자기비움'의 웃음이자 '연대의 웃음'이었다"고 해석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위원회'가 연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는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에 대한 고찰과 앞으로의 방향'이다.

심현주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는 단체들의 실태 조사-가톨릭 사회복지와 사회적 공공성 운동의 연대를 향하여',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의 변화와 사업성과 분석-조직생애주기 관점에 기반하여' 등을 발표했다.
김수환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수환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 추기경은 '바보'를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기꺼이 바보를 자처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돌본 김 추기경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한국 종교계의 큰어른인 김 추기경은 모진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었다. 대중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 애창곡은 대중가요인 김수희의 '애모'로, 1995년 가톨릭대에서 열린 KBS 1TV '열린음악회'에서 이 곡을 열창하기도 했다.

각계각층에서 김 추기경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장례 기간 명동성당 앞에서 시작해 명동길에 위치한 명동성당가톨릭회관 정문을 지나 세종호텔을 거쳐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입구까지 약 2㎞가량 늘어선 조문 행렬은 쉽게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닷새 동안 추모 인파는 40만명이었다.

김 추기경 10주기를 전후로 고인을 다양하게 기리는 자리가 마련된다. 10주기 당일인 16일 오후 2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76) 추기경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18일 오후 8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기념 음악회가 열려 선율로 김 추기경을 추억한다.

생전의 활동상을 담은 사진전은 23일까지 명동 1898광장에서 열린다. 성경·제의·제구 등 유품 전시회는 16일부터 6월30일까지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펼쳐진다.
【용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메모 뒤로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2019.02.14. scchoo@newsis.com

【용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메모 뒤로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2019.02.14.  [email protected]

'내 기억 속의 김수환 추기경' 토크콘서트는 17일 오후 5시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열린다. 고인이 남긴 신앙의 유산을 되새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특별 미사는 3월5일 오후 7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김 추기경의 일생은 라디오 드라마로도 들을 수 있다. '바보, 김수환'을 월~금요일 오전 8시30분(재방 오후 5시50분) cpbc가톨릭평화방송 FM이 방송 중이다.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안의 바보, 김수환'은 16~18일 오후 1시 cpbc가톨릭평화방송 TV로 방송된다.

가톨릭인터넷 '굿뉴스'는 추모 사이트를 마련했다. 생명나눔·생명존중 작품 공모전은 포스터, 표어, 글짓기, UCC 등으로 세분해 5월부터 연다.

위원회는 "김 추기경이 생전에 몸소 보여준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기는 한편 추기경이 세상을 향해 지닌 지향과 정신을 이 시대에 다시 한번 구현하고자 한다"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교회 안 신앙인으로서의 모습, 함께 나누는 삶 등의 테마들을 일련의 행사들로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 외에도 문화계 여러 분야에서도 김 추기경을 기억하고 나섰다. 한국조폐공사는 김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메달을 공개했다.
【용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김 추기경 묘소에는 많은 꽃이 놓여져있다. 2019.02.14. scchoo@newsis.com

【용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김 추기경 묘소에는 많은 꽃이 놓여져있다. 2019.02.14.  [email protected]

LP제작사 페이퍼 크리에이티브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맞아 추모 바이닐(LP)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말로테 '주의 기도'를 비롯해 성가와 찬송가 등 11곡이 실렸다. 트럼페터 안희찬이 연주했다.

앨범 속지에는 김 추기경의 말과 시 등으로 엮은 책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다할미디어) 일부 문장을 발췌한 글도 실린다. 이해인 수녀, 법정 스님, 박노해 시인 등이 김 추기경에게 보내는 시와 서신을 덧붙였다.

김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도 제작한다. 정채봉 작 '바보 별님' 개정판이 원작인 '저 산 너머'를 리온픽처스 등이 제작한다. 4월부터 제작에 돌입, 내년에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배우 강신일, 이항나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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