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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단식하니까 패턴이 그려졌다...PKM 백현진 개인전

등록 2019.02.14 17: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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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현진 작가

【서울=뉴시스】 백현진 작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저게 화가냐, 나도 저만큼은 그리겠다'

그에게 익숙하다. '저게 가수냐, 나도 저만큼은 부르겠다'는 말도 들어봤다.

이어부 프로젝트로 가수로 데뷔한 게 22년전이다. '인디밴드 1세대'로 알려진 가수이자 배우이고 화가인 백현진(47))작가다.
 
프로젝트 팀 '방백'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이면서 배우로도 얼굴도장을 찍었다. 영화 '북촌방' '경주', '그것만이 내 세상'과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 출연도 했다. 하지만 '저게 무슨 연기냐' '나도 저렇게 연기 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화가로 데뷔한지도 20여년째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미술시장에서는 2005년 권오상 전준호 구동희등 유망작가 8명과 국내 최고 컬렉터이자 기업가인 김창일 회장이 설립한 아라리오갤러리와 전속해 주목받았다. 이후 2010년 유명 상업 화랑 PKM갤러리와 손을 잡고 현재까지 전속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PKM에서 연 개인전 '들과 새와 개와 재능'전은 화단과 평단에서 백현진을 화가로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저게 그림이냐'는 반응이 많다. 무슨 그림인지 종잡을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감돈다. 홍익대학교 조소과(3학기 수료)를 다니다 재미가 없어 그만뒀다.  

 세상은 달라졌다. 그의 그림은 국내외를 누비고 있다.

2015년 삼성미술관 플라토 '그림/그림자-오늘의 회화'전에 꼽혔고,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페리지 갤러리 개인전도 열었다. 독일 쾰른에 있는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의 전시도 마쳤다.

【서울=뉴시스】 백현진, 지워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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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전방위 작업 활동을 하던 그가 3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 가로·세로 93㎝인 정사각형 리넨(아마천)에 그린 신작 60여점을 걸었다. 

전시 타이틀은 '노동요: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 그림처럼 무슨 뜻인지 쉽게 감이 안잡히는 주제다. 그는 "체계 없고 엉망진창인 과정을 거쳐 직관적으로 결정한 제목"이라고 했다.  "1940년대 미국 흑인 죄수들이 노동하면서 부른 노래를 채록한 앨범을 좋아한다"는 그는 "일반적 노동요가 아니라 적막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부르는 또 다른 노동요를 떠올리면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전시기간 벽에 그림을 그리며 불경을 외우는 듯 노래하는 퍼포먼스(뮤지컬: 영원한 봄) 도 펼친다. 전시 제목 '노동요'를 실감할 수 있다.

PKM갤러리에 따르면 신작 '패턴 같은 패턴'은 17일 단식을 하면서 처음 그려졌다.   "작가는 국내외 전시가 이어지면서 '방전' 됐고, 우울감에 빠졌고 그것을 극복하려 단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상하좌우가 없는 그림 '패턴 같은 패턴' 시리즈가 등장했다. 수행(修⾏)하듯 직관적으로 나온 작업은 그의 '몸짓(gesture) 동작(action)이 중첩되어 추상과 일러스트가 어우러졌다. 그림은 전체이기도 하고, 부분이기도 하다.

'저것도 그림이냐'는 그림의 반란이다. '하품', '잘못된 제목'을 단 우스꽝스럽고 어정쩡한 그림은 묘한 존재감이 있다. 독특한 난장같은 리듬감을 전한다. 천장도 높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갤러리 분위기 탓일까. 전시는 3월31일까지.
 
【서울=뉴시스】 백현진, 잘못된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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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현진, 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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