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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취업준비생' 계속 해도 될까요?

등록 2019.02.1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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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만 취준생 선택 합리적" 분석 나와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는 5.5억원

20대 취업준비 기회비용은 5023만원

기대소득 11배↑…"확률상 합리적 선택"

"취업준비 제로섬…채용제도 개선해야"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인사혁신처가 2018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계획을 공고하면서 행정직(고용노동)과 직업상담직(직업상담) 응시자가 '직업상담사 1·2급 자격증을 보유할 경우 9급 공무원 공채 때 각 과목별 만점의 5%, 7급은 3%를 가산점으로 주기로 했다.  공무원 시험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와 수험생들이 당장 취득하기 어렵고 변호사나 공인노무사 자격증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의 뜻을 담아 청원을 내기도 했다.  휴일인 7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한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8.01.0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인사혁신처가 2018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계획을 공고하면서 행정직(고용노동)과 직업상담직(직업상담) 응시자가 '직업상담사 1·2급 자격증을 보유할 경우 9급 공무원 공채 때 각 과목별 만점의 5%, 7급은 3%를 가산점으로 주기로 했다. 공무원 시험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와 수험생들이 당장 취득하기 어렵고 변호사나 공인노무사 자격증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의 뜻을 담아 청원을 내기도 했다. 휴일인 7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한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8.01.0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다음 명절엔 "언제 취직할 거니"라는 말 좀 안 듣고 싶다. '취업준비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뒤로 시간만 흘러가고 학원비, 교통비에 책값까지 경제적 부담만 쌓여간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규모나 처우 상관없이 어디든 취직을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닐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고민이 합리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직원 간 생애소득 격차가 최대 5억5000만원을 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 때문이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2019년 2월호'에 실린 '청년 취업준비생 증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은 2015년 44만6000명에서 2017년 54만명으로 1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취업준비생은 15~34세 청년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을 다니거나 집이나 독서실 등에서 취업준비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성별로 보면 2015년 21만8000명이었던 남성은 2017년 30만명으로 8만2000명 늘고, 여성은 같은 기간 22만8000명에서 24만명으로 1만2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준비생 성비는 남성 55.6%와 여성 44.4%로 나타났다.

시험별로 보면 경찰·소방·군무원 등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가장 많은 21만9000명으로 전체의 40.6%를 차지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등 일반기업체 준비생이 10만8000명(20.0%)으로 뒤를 이었고 미용사·조리사 등 기능 분야 자격증 준비생 8만8000명(16.3%), 사립교사를 포함한 교원임용고시 준비생과 공사·공단 등 국공영기업체를 준비하는 청년이 3만1000명씩(5.7%)으로 조사됐다.

취업준비 기간은 남녀 모두 시험준비가 18.5개월과 17.6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월평균 45만3000원과 41만7000원씩 총 838만1000원과 733만9000원에 달했다.

자격증 취득에는 남자가 12.3개월간 137만8000원을, 여자는 12.1개월간 129만5000원을 들였다. 준비기간이 가장 짧은 교육·훈련의 경우 남자는 4.8개월간 34만6000원을, 여자는 4.8개월간 82만1000원을 썼다.

취업준비생 규모는 21세 때부터 늘기 시작해 24세 때 8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31세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는데, 성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여성 취업준비생 비중은 24세에 40.4%로 높아졌다가 31세에 4.6%까지 줄어들지만 남성은 줄곧 늘어나면서 29세 때 66.7%까지 올라간 후 34세 때도 다시 26.1% 수준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취직보다 취업준비에 나선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봤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차이로 생애소득에서 최대 5억5000만원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연령별 임금격차를 보면, 30~49세 기간 남성 대졸자를 기준으로 500인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30~99인 기업체 직장인보다 5억5122만원을 더 벌었다. 남성 고졸자 4억7292만원, 여성 대졸자 4억332만원, 여성 고졸자 2억3340만원 등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총액 차이가 존재했다.

반대로 100인 미만 기업 취직을 포기한 20대 청년들의 기회비용은 11분의 1 수준이었다.

대졸 20~24세 월평균 임금총액과 25~29세 월평균 임금총액 평균값을 더한 금액(226만2000원)에 가장 길었던 시험 준비기간인 18.5개월을 대입해보면 취업 유예로 발생하는 손실은 4185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시험 준비 비용 838만원을 더해도 기회비용은 5023만원이다.

취업준비로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9.1%(11분의 1) 이상이라면 18개월간 취업준비생 기간을 감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기업·공기업 채용인원이 5만명 수준이므로 취업준비생 규모(54만명)는 기대소득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극화된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하에서 기대소득을 극대화하려는 청년들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는 현상을 손 놓고 바라만 봐선 안 될 일이다.

장 연구위원은 "장기간 취업준비와 한정된 채용인원을 놓고 벌어지는 제로섬 경쟁은 직접 비용과 기회비용 등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의 정신건강이나 자신감, 의욕, 사회관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취업준비 경쟁으로 발생하는 피해나 비용은 취업준비생 개인이나 사회 전체로 귀착되고 채용자나 채용 집단은 그러한 비용과 무관하다"며 "채용제도를 각 채용기관이나 채용기업에만 맡겨 놓는다면 사회적 최적 균형이 달성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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