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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5·18 망언 사태, 정치권은 어떻게 재발 방지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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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9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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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논리적으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이종명)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김진태-영상메시지) "전두환은 영웅이다."(지만원)

지난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위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해당 의원들과 같은 당 김순례 의원, 발제자로 초청된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들이다.

이 발언 이후 한국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의도 정가는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일제히 "5·18을 모독한 망언"이라며 비판을 쏟아냈고 '망언 3인방'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 의원직 제명을 추진키로 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잇따라 국회를 찾아 한국당을 규탄했다. 일부 5·18 유공자 의원들은 해당 의원들을 고소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주말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발언이 파문을 불러온 것은 5·18이 이미 역사적 그리고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지속된 5·18에 대한 왜곡은 1995년 김영삼 정부와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5·18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민주화운동'으로 공식화됐다. 사법부도 5·18을 '신군부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규정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지만원씨 등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설'은 39년 동안 국가 차원에서 6차례 조사를 거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바 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2년 6개월간의 조사 끝에 "북한군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사를 부정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망언 3인방' 등 정치인들이 '5·18의 진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확대, 극우세력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 실제로 이번 5·18 공청회는 흡사 극우파들의 장(場)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다. 5·18을 '폭동',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 규정하며 적대와 배척의 대상으로 삼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국민들 사이에 역사적 사실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될 분열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청회는 주최 측 지지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문제의 발언을 한 의원들은 뒤늦게 "5·18 유공자 등에게 상처를 줄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유가족들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마주해야 했다.

여야 4당은 지난 12일 5·18 망언과 역사 왜곡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홀로코스트법)을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악의적 왜곡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만 한국당이 얼마나 협력할지 미지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한국당은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다시는 같은 아픔을 안기지 않도록 관련법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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