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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현경 "음악 저작권의 정답, 거래 플랫폼 뮤지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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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9 06:01:00  |  수정 2019-03-04 1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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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대표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 ‘엑소’, ‘워너원’의 저작권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창작자는 저작권을 존중 받고, 팬들은 좋아하는 음악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자산으로서 투자 가치까지 높다. 일석삼조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지코인’이다.

창작자가 이 플랫폼을 통해 저작권료 지분의 일부를 공개하면, 팬과 투자자들은 경매로 자유롭게 구매·거래할 수 있다. 2017년 7월 첫 선을 보인 뮤지코인은 2년이 채 안 됐지만 팬들뿐 아니라 가수, 작사·작곡·편곡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등공신은 뮤지코인 저작권 투자사인 뮤지코인인베스트먼트의 정현경(46) 대표다. 무형자산인 저작권을 주식처럼 조각 내 거래할 생각을 어떻게 한 것일까.

몇 년 간 사업 아이템을 고민한 정 대표는 ‘K컬처’, ‘IT’, 그리고 ‘시장’ 세 가지 키워드를 떠올렸다. 많은 가수들의 곡을 작사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정 대표는 가수 바비킴(46)의 ‘가슴앓이’, 양파(40)의 ‘기억할게요’, 베이지(33)의 ‘밥만 먹는 사이’,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서울사람들’, 울랄라세션의 ‘너와 함께’, 슈퍼쥬니어KRY의 ‘SKY’ 총 7곡을 작사했다.

처음에 저작권료가 통장으로 들어왔을 때는 신기한 마음 뿐이었다. 1~3년 정도 지나니 곡마다 공통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작권료는 금융상품, 즉 자산인데 패턴이 있다면 ‘예측 가능한 금융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하더라.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위에 부탁해 300여곡을 분석했다. 내가 작사한 7곡에서 본 흡사한 패턴이 보였다. 1000곡을 분석하니 고정된 패턴이 보였고, ‘특허내도 되겠다’ 싶더라. 신곡이 나오면 차트에 진입된 걸 보고 흐름을 파악한 뒤 일주일 동안 예측해봤는데 거의 딱딱 맞더라. 이런 작업을 몇 달 간 한 뒤 ‘확실히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금융 전문가인 김지수 대표를 영입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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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거래는 주식시장과 비슷하다. 뮤지코인은 노래별로 매달 저작권료를 분석, 저작권의 현재 가치를 산정한 뒤 창작자와 협의해 몇 퍼센트를 경매할는지 결정한다. 일부 곡은 전체 저작권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정 비율을 수백, 수천 조각으로 나눠 경매한다.

“1억원 상당의 저작권을 한 조각으로 경매에 내놓으면 구입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느냐”면서 “뮤지코인은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공유하는 투자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특정 몇 명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1만~3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분할해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팬들과 투자자들은 음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금리가 1~2%대인 데 비해 뮤지코인의 저작권료는 시작가 대비 8%를 보장한다. 이용자들은 경매에서 낙찰 받으면 저작권료를 매달 정산 받는다. 이용자 간 서로 거래해 차익을 올릴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저작권에 투자, 건전한 팬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아티스트의 얼굴이 들어 간 티셔츠, 인형 등 ‘굿즈’를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라며 “저작권은 작사·작곡·편곡 등 창작 활동을 해야 인정 받는 것 아니냐. 뮤지코인을 통해 창작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저작권을 소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뮤지코인은 최소 3년 된 곡을 경매해 안정성을 높인다. 1~3년 정도 지난 곡은 음원차트에서 순위 변동 등을 분석해 대략적인 추이를 예상할 수 있다. “오래된 곡일수록 안정적”이라며 “1년이 채 안 된 곡은 핫하지만 예측의 오류 범위가 높다. 곡이 공개된 후 3년까지는 저작권 하락 폭이 심해 하강곡선이 급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저작권 변동폭이 적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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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뮤지코인에서는 그룹 워너원의 ‘뷰티풀’, 샤이니의 ‘별빛바램’, god의 ‘하늘색 약속’, 걸스데이의 ‘보고 싶어’, 임창정(46)의 ‘소주 한잔’, 이선희(55)의 ‘그중에 그를 만나’, 김종국(43)의 ‘눈물 자국’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곡을 경매했다.

아이돌 그룹 혹은 인기곡이라고 꼭 낙찰가가 높은 것은 아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듣는 노래가 아닌 “팬과 투자자들이 직접 정한 입찰가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정 곡의 음원 성적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정 대표는 가수 에일리(30)를 예로 들며 “팬들이 좋아하는 ‘띵곡’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전에 에일리의 3곡 ‘너나 잘해’와 ‘저녁 하늘’, ‘이프 유’ 3곡을 경매한 적이 있다. ‘너나 잘해’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고, ‘저녁하늘’은 앨범 타이틀은 아니지만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더라. ‘이프 유’는 가장 최근 발표된 곡으로 멜론 차트 1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경매 결과 ‘저녁하늘’이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뉴이스트의 ‘잠꼬대’도 마찬가지다.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가치를 부여한다. 대중들은 ‘너나 잘해’를 가장 좋아했지만, 특정 팬들이 인정하는 노래는 따로 있다. 팬들의 경매로 많은 아티스트들의 숨은 명곡이 재평가 받고, 좋은 가치를 인정 받아 새롭게 조명 받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정 대표에게 뮤지코인은 단순한 수익 창출 플랫폼이 아니다. 팬들이 경매로 높인 금액의 50%는 아티스트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50%는 K팝의 생태계 지원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된다. “더 좋은 음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이유다.

“뮤지코인을 통해 K팝 창작 생태계를 선순환 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조명 받고 있지만, 창작 생태계는 좋은 편이 아니”라면서 “저작권은 창작자들에게 최고의 자산인데 금융권에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은 담보로 인정되지 않아 많은 창작자들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더라. 금리가 15% 이상이다. 저작권료는 목돈으로 받는게 아니라 매달 산정 받지 않느냐. 많은 아티스트들이 앨범 만들고, 공연하고, 작업실 마련하는 데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 힘들어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저작권료 시장은 일본, 미국 등에 비해 굉장히 열악하다. K팝이 대세이지만, 우리나라는 창작자가 활동하기에 좋은 시장이 아니다. 음악 생태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창작자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느냐. 이해 당사자들의 관계가 얽혀 있어서 근본적인 개선이 쉽지 않다. 당장 음원 가격을 높이면, 소비자들이 반발하니까. 뮤지코인은 경매로 저작권료의 가치가 오르면 50%를 창작자에게 지급해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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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e러닝 콘텐츠·솔루션 업계에서 인정 받은 1세대 벤처 기업인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1999년 e러닝 전문 서비스업체 중앙ICS를 설립했다. 여성기업인상과 정보통신부장관상, 미래과학부장관상 등 여섯 차례 장관상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서울여자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저작권 공유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정현경 대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처음 뮤지코인 사업 모델을 구상했을 때 누구와도 경쟁하는 시스템을 추구하지 않았다. 뮤지코인은 재미와 실리를 추구하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 중심엔 창작자들의 권익 증진이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 좀 더 단단히 한 후 일본으로 시장을 확장하려고 한다. 일본은 K팝의 접근성이 가장 좋고 저작권, 아티스트의 권익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뮤지코인의 성장을 지켜봐달라.”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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