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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학생 성공

등록 2019.02.22 17:25:20수정 2019.03.04 10: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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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학생성공센터장)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학생 성공‘'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학생성공센터장)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학생 성공‘'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학령인구감소와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동결로 지금 대학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어 혁신 없는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 교수(학생처장 겸 학생성공센터장)는 지금의 한국 대학교들을 위기라고 진단하고, 대학교육의 목표를 교육의 시대정신인 ‘학생성공’으로 시급히 정립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 교수는 22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개최한 조찬세미나에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 학생성공(student success)’이란 주제 강연을 통해 대학이 학생성공에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학생성공의 정의를 찾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높은 학점, 전공지식함양, 취업 외에 다양한 활동과 경험, 깊고 넓은 인간관계, 꿈과 진로의 설계,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과 내면적 성숙을 꼽았다며 결과 못지않게 과정의 중시, 수업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의 경험 등이 강조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밖에 자기주도성, 자신감, 협업능력, 개방적 태도와 같은 사회정서 역량의 함양 등이 학생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이에 따라 대학교육은 상대평가방식을 버리고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하고 전공도 쉽게 바꿀 수 있는 이동성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 방식으로는 프로젝트중심·커뮤니티 중심으로 전환해 자율과 협동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성균관대학교도 학생성공센터를 설립해 대학 교육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학생성공이야 말로 대학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뉴시스는 이날 배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대학 혁신이 화두다. 구조개혁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대학도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혁신’ 인가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이다. 선진국 대학들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학생 성공을 대학의 핵심 사명으로 내세우고 대학 차원에서 다양한 투자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왜 학생 성공인가. 우선 대학의 발전 과정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등교육 발전 단계에서 전체 학령인구의 15퍼센트 정도가 대학에 가면 엘리트 단계로 분류한다. 이 때 대학은 소수 천재적인 사람들이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다. 대학을 이끄는 주인공은 교수들이고, 학문적 수월성과 자유가 핵심 가치이다. 하지만 학령인구의 50퍼센트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면 고등교육의 보편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에 이 단계로 접어들었다. 원하는 사람 대부분이 대학에 가는 보편적 고등교육 체제에서 학생이 캠퍼스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것은 순리이다. 학생이 대학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얼마나 대학생활에 만족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대학에서 학생 성공이 중요한 가치이자 목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고등교육이 진화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학생 성공이 대학의 사명…지식창고에서 벗어나야

현실적으로도 학생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학생은 등록금을 내는 주체이고,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학생 없이 대학이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대학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대학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적인 평가 요소가 된지 오래다. 특히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그렇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성공이 중요함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학생의 학습, 성장, 발달을 돕는 것이 대학의 본질적인 존재 의의이자 사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연구중심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영혼없는 수월성(excellence without a soul)’ 이라는 책을 펴낸  하버드 대학 루이스 학장은 오늘날 대학이 지식 창고 역할에 머물고 교육이라는 숭고한 책임과 역할은 방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버드 대학에서도 대학이 그동안 ‘교육’이라는 사명을 잊었던 것은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 성공을 하나의 구호나 수사(修辭)로만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학생 성공의 의미를 취업에 국한해서 편협하게 이해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성균관대 연구팀은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하고 생각되는 학생들의 특징을 물었다. 많은 학생들이 높은 학점, 전공 지식 함양, 취업 외에 다양한 활동과 경험, 깊고 넓은 인간관계, 꿈과 진로 설계,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과 내면적 성숙을 제시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했고,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식 못지않게 내면적 성숙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주목할 대목이다. 글로벌 기업 CEO, 국내 유수 기업 취업자 등 학교 밖 전문가들에게도 물었는데, 학생들이 제시한 것 외에 자기 주도성, 자신감, 협업 능력, 개방적 태도 같은 사회정서역량의 함양이 학생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 성공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들은 100세 시대,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당연해 보인다.

학생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참여와 노력이 중요하다. 교과 수업, 대인 관계, 캠퍼스 안팎의 다양한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성찰하려는 노력도 요청된다. 그런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것이 최대한 결실 맺도록 하려면 대학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학 구성원들이 학생 성공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 대학의 교육 철학, 재학생의 집단적인 특징, 사회의 요구,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해서 학생 성공을 구현할 수 있는 교육 제도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문화 조성해야

무엇보다 대학이 학생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학생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여줄 때 학생들은 감동할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성균관대에서는 ‘학생성공센터(student success center)’가 출범했다. 꿈을 찾는 학생, 지치고 힘든 학생,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찾아와 자신의 얘기를 하도록 하고, 이를 공감하며 듣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중추적인 역할은 대학에 산재한 많은 학생 지원 서비스를 필요한 학생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gate way)가 되는 것이다. 학생 성공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내고, 학생 성공을 위한 노력이 캠퍼스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학생 성공은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다. 지속가능 발전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대학은 살아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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