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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합산규제 어디로①]케이블TV 지고, IPTV 뜨고…유료방송 재편 '부채질'

등록 2019.02.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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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25일 합산규제 논의 위한 법안소위 취소

KT, 합산규제 재도입 땐 딜라이브 인수 추진 차질

7월 채권 만기 딜라이브,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

SKT, LG유플 추가 인수 나설 경우 33%룰 발목


【서울=뉴시스】14일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지분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관련 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정부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14일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지분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관련 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정부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유료방송 시장이 케이블TV와 IPTV의 합종연횡으로 들썩이고 있다. 가입자 감소, 수익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케이블TV와 IPTV를 발판으로 미디어·콘텐츠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최근 미디어 시장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M&A를 부채질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외형을 확대한 뒤 콘텐츠 투자를 늘려 해외 플랫폼에 맞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합산규제 논의가 국회 파행으로 또다시 연기되며 M&A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5년 6월에 도입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인터넷(IP) 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전체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3년 한시법으로 도입된 후 지난해 6월 일몰됐다.

◇유료방송 주도권, 케이블TV에서 IPTV로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은 케이블TV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하반기 IPTV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를 넘어서며 왕좌를 탈환했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IPTV 평균 가입자 수는 1472만명으로 케이블TV 가입자수 1398만명을 넘었다. 2017년 11월 IPTV 가입자는 케이블TV를 앞지른 데 이어 가입자수 격차도 지난해 말 12만명에서 6개월 만에 108만명으로 확대됐다.

적자 행진을 보였던 IPTV 매출도 2015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업계에 따르면 IPTV는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적자가 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방송사업자 재산 현황에 따르면 IPTV가 매출 2조3277억원으로 케이블 TV를 따라잡았다.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IPTV 결합상품 판매를 확대하며 가입자를 확대하고, 인터넷을 활용한 지난 방송보기, 영화 등 콘텐츠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개선한 결과다.

반면 케이블TV는 IPTV를 보유한 통신사의 자본력에 밀리며 2009년 151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다. 케이블TV의 방송사업 매출도 2013년 2조3791억원을 찍고 매년 줄어들고 있다.
 
IPTV와 케이블TV가 손잡은 것은 이같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가입자와 수익 감소로 경쟁력이 떨어진 케이블TV는 통신사와 M&A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통신사 역시 M&A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수익원인 미디어와 콘텐츠 사업 확대를 꾀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공세도 유료방송 시장의 합종연횡을 부추기고 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이통사들도 살 길을 모색에 나섰다. 

◇국회 논의 불발…재도입 여부는 '안갯속'

지지부진했던 유료방송 합종연횡이 연초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2일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CJ헬로 지분을 인 53.92% 중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지난 21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티브로드의 최대 주주인 태광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KT 계열이 30.7%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LG유플러스는 24.43%, SK텔레콤은 23.8%로 1강(强), 2중(中) 구도가 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추가 M&A를 통해 2강 체제 전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국회 파행으로 또다시 연기되며 유료방송 M&A에 변수로 꼽히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뒤 재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KT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 방안'을 제출받은 후 지난 25일 법안소위를 진행키로 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논의가 무산됐다.

과방위 관계자는 "합산규제 이슈는 당론이 없는 데다 여야 의원들간 의견이 달라 재도입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 M&A 이슈가 있어 국회에서도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법안소위 일정을 협의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KT와 딜라이브는 속을 태우고 있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206만명(점유율 6.45%)을 보유한 케이블TV 3위 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 왔다. 최근 국회에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우회 인수를 중단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직접 인수하는 방안은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KT계열과 딜라이브의 합산 점유율이 37.3%로 M&A가 불가능해진다.

오는 7월 1조원에 달하는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딜라이브 상황도 다급하다. 딜라이브는 합산규제 도입으로 M&A 논의가 지연될 경우 7월 말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문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딜라이브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는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 중이며, KT, SK텔레콤 등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의 자율적 시장 재편을 봉쇄해 방송시장의 성장을 저해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는다"며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볼 것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사실상 미디어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점유율 제한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이 IPTV를 소유한 통신 3사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의 공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은 국내 기업의 자율적인 재편을 가로막는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3년 전과 달라진 유료방송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국회가 하루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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