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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수련, 노무현 대통령 경호한 품격으로 태후마마 모셨다

등록 2019.03.01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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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수련, 노무현 대통령 경호한 품격으로 태후마마 모셨다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탤런트 이수련(38)은 SBS TV ‘황후의 품격’의 ‘홍 반장’이나 다름없다. ‘태후 강씨’(신은경)의 심복인 ‘최 팀장’ 역을 맡아 1회부터 52회까지 단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심지어 황제 중화요리 홍보대사로 포스터에도 깨알 등장해 웃음을 줬다. 어디선가 부르면 꼭 나타나는 홍 반장이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최 팀장은 황실 비서팀의 팀장 중 한명이다. 늘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을 입고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태후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며 때때로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수많은 캐릭터들 사이에서 튀려고 하기보다, 태후와 케미스트리를 살리는데 집중했다.

“태후마마 옆에는 항상 최팀장이 있지 않았느냐? 정말 마음으로 모셨다. 신은경 선배가 최팀장 캐릭터를 살려줬다. 선배가 최팀장을 부르는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있는데, 정말 다양한 버전으로 부른다. 이렇게 긴 호흡을 가지고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나 빼고는 다 알려진 선배들 아니냐. 이 안에서 잘 어우러지려고 노력했다. ‘황후의 품격’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는데,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 경호원 ‘추 대장’(하도권) 오빠와 서로 ‘언제 죽냐?’고 묻곤 했다. 살아서 행복하다 하하.”
[인터뷰]이수련, 노무현 대통령 경호한 품격으로 태후마마 모셨다

어렸을 때 드라마 ‘종합병원’(1994~1996)에서 본 신은경(46)과 함께 연기하는 부담감은 어마어마했다. 대선배의 카리스마에 기가 죽기도 했지만, 단 한 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신은경이 먼저 ‘넌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봐 줬기 때문이다. 친언니처럼 ‘수련아~’라며 살갑게 불러줬다.

옆에서 신은경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 자체만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촬영 전에는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장난치다가도 슛만 들어가면 돌변했다. “신은경 선배는 표정이 수천만 가지로 바뀐다. ‘집에서 연습해오는 걸까?’ 생각했다”며 “선배를 닮고 싶다”는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래도 최고의 악녀는 “태후마마를 따라갈 자가 없다”며 웃었다. “‘민유라’(이엘리야)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나와서 공감됐다”며 “태후는 자식을 버리고, 양귀비로 마약을 만들어 사업도 하지 않았느냐. 가장 나쁜 캐릭터지만, 항상 옆에서 보살피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52회에서 태후와 최팀장은 교도소에 수감됐다. 교도소 생활 1년 후, 최팀장은 추락한 태후를 괴롭히며 반전의 재미를 줬다. 솔직히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태후마마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데, 작가님은 항상 권선징악으로 결말을 맺더라”면서 “끝까지 충성하면 멋있지만, 태후가 심복인 최팀장에 배신당하는 게 가장 큰 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너무 진지하게 배신하면 극적인 요소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가발을 쓰고 약간 코믹한 모습으로 갔다. 가발 쓰기 망설이지지 않았냐고? 망가지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인터뷰]이수련, 노무현 대통령 경호한 품격으로 태후마마 모셨다

이수련은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SNS에 팬들이 달아주는 댓글, 정성들여 그린 그림을 하나하나 챙겨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0~40대 연령대를 아우르며 사랑 받은 것은 처음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췌팀장’이라는 별명도 만들어줬다”며 좋아라했다.

이 캐릭터를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속사 없이 혼자 프로필을 돌리고, 수없는 오디션에서 떨어지길 반복했다. 직접 차를 운전해서 지방 촬영장으로 가는 것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맛집을 다 섭렵했다”며 낙천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동민 PD와 김순옥 작가는 가장 고마운 존재다. 특히 주 PD는 ‘이수련이 최팀장 역할에 딱’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 여성 경호원 1호 출신인 이력이 캐스팅되는데 한 몫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여 년 간 노무현(1946~2009), 이명박(78), 박근혜(67) 대통령을 경호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2년차 때 청와대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여성 경호원을 뽑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본관 근무를 할 때 대통령이 들어오면 경호원들이 문을 열어준다. 의전적으로 여는 게 아니라, 수행원을 체크해야 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내가 문을 여는 걸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더라. 한 바퀴 돌아서 와 ‘언니는 누구에요?’라고 묻는데 정말 귀여우셨다. 그때는 신입이니까 완전 얼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되나?’ 고민하면서 땀을 삐질 흘렸다. 옆에 선배가 ‘이번에 처음 뽑은 여성 경호원’이라고 하니 ‘수고해요~ 잘 부탁해요’라면서 친절하게 대해줬다.”
[인터뷰]이수련, 노무현 대통령 경호한 품격으로 태후마마 모셨다

경호원 근무 경험은 최팀장을 연기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몸에 배어 있어서 황후를 에스코트하거나 차 문을 열고, 총을 잡을 때 자연스럽게 자세가 나왔다. 스태프들은 ‘역시 청와대 출신은 다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수련은 2014년 드라마 ‘피노키오’에 단역으로 데뷔했다.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꾼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SBS에서 프리랜서 리포터로 활동하며, PD·기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언론사 취업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본 청와대 경호원 모집 공고가 인생을 바꿨다. 한국사, 시사상식, 영어 등 언론사 시험 과목과 비슷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됐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해 체력시험도 문제 없었다.

10년 동안 경호원 생활을 하다가 회의가 몰려왔다.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이지만, 60세가 되면 정년 퇴직하고 의미없이 산다고 생각하니 갑자지 너무 슬펐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연기가 떠올랐다. 막연히 ‘나라고 못할게 있나’ 싶더라. 나이 들어서 도전해서 아줌마 역할만 해도 ‘주어진 것을 성실히 하다 보면 새로운 것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조·단역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화려한 유혹’(2015), ‘아이가 다섯’(2016),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지난해에만 ‘황후의 품격’을 포함해 ‘사생결단 로맨스’ ‘여우각시별’까지 세 작품 연달아 출연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 남는 법을 알아야 하니까. 경호원 시절에도 대걸레질,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했듯이 연기판에서도 처음부터 배우고 싶었다. 물론 텃세 아닌 텃세도 많이 겪었다. 오디션을 보러 가면 연기 보다 나이, 결혼 얘기를 하며 ‘애는 안 낳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청와대 경호원이 멋있고 명예로워 보이지만 고충도 많았다. 연기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서는 단역부터 많은 내공을 쌓아야 하지 않느냐.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기자로 오랫동안 사랑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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