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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보 슈사이 마지막 대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명인'

등록 2019.03.14 13: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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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보 슈사이 마지막 대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명인'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혼인보 슈사이 명인은 30여 년간, 흑을 잡은 적이 없었다. '이인자'가 없는 '일인자’였다. 명인이 살아 있는 동안은 후진 가운데 8단도 없었다. 동시대의 상대들을 완전히 눌렀고 다음 시대에는 그 지위에 맞먹는 자가 없었다. 명인의 사후 10년이 되는 지금, 바둑에서 여전히 명인의 지위를 계승할 방도가 마련되지 않는 것도 슈사이 명인의 존재가 그만큼 컸다는 게 한 가지 이유이리라. 예도로서 바둑의 전통이 존중한 '명인'은 아마도 이 명인이 마지막일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명인'이 번역·출간됐다. 가와바타의 대표작이다. 일본 바둑 '명인' 혼인보 슈사이(1874~1940)의 생애 마지막 은퇴 대국을 기록한 책이다.

일본 바둑계에서 명인은 당대 최고의 기사를 의미한다. 혼인보는 일본 바둑 300년 전통과 권위의 상징이다. 1938년 6월26일부터 12월4일까지 실제로 열린 혼인보의 은퇴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당시 도쿄 니치니치 신문에 가와바타가 관전기를 썼다. 바둑에 대한 애정, 명인에 대한 존경을 담아 승부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소설에서 명인은 실명을 사용했다. 대국 상대 기타니 미노루(1909~1975) 7단은 '오타케'라는 이름으로, 관전자인 가와바타는 '우라가미' 또는 '나'로 등장한다.

"흑 69가 공격의 귀수였다면 백 70은 받아치기의 묘수였다고, 입회한 오노다 6단도 감탄했다. 명인은 담담히 위기를 헤쳐 나갔다. 명인은 한 걸음 물러나며 위험을 피했다. 쓰라린 명수였으리라. 흑이 예리한 노림수로 쳐들어간 기세를, 백은 이 한 수로 늦추었다. 흑은 힘을 쏟은 만큼의 이득을 취했지만, 백은 상처를 떼어 버리고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백에게 선수가 돌아왔다. 명인은 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고, 얼굴이 어느새 적동 빛깔로 상기되었다. 볼살이 실룩실룩 움직였다. 바람이 이는 소리, 스님이 북 치며 지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명인은 47분 만에 두었다. 명인이 이토에서 보여 준 단 한 번의 장고였다."

옮긴이 유숙자씨는 "실제로 바둑은 작가가 평소에 즐기던 취미"라며 "명인의 은퇴 바둑 관전기를 쓴 공적으로 작가는 일본기원으로부터 초단 자격을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설 '명인'의 내레이터로서 관전기를 맡은 인물은 '나' 우라가미이다. 그의 시선이 유독 오래 머무는 지점을 함께 따라가 보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이다. '나'가 주목하는 것은 이토록 의미심장한 대국의 승패에 있지 않다. 눈에 보이는 현실적 결과를 떠나, 순수하고 비현실적인 숭고한 가치에서 그는 감동을 받는다." 208쪽, 1만4000원, 메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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