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號 100일]매주 현장 찾지만…"상황인식·진단 부족" 지적
100일간 매주 현장 찾아…10여회이상 민간과 스킨십
靑-경제팀 불화설 불식…기재부 내에서도 '좋은 상사'
전형적 관료형 인물 평가 여전…"예전과 바뀐 게 없다"
"경제 상황 제대로 진단 못 하니 정책 처방도 미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03.13. [email protected]
민간과의 스킨십에 상당한 시간을 쏟고 있음에도 경제 상황에 대한 부총리의 진단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경제 활력을 살리겠다며 발표하고 있는 각종 정책 역시 과거에 이미 마련됐던 것을 '재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1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후 매주 1회씩 10여 차례 넘게 현장과 마주했다. 임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업체를 찾아 제조업 현장에서의 고충을 들었다. 바로 다음주 정부는 자동차 부품사들에 금융 지원을 하는 내용의 '부품 산업 활력 대책'을 내놨다.
【인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인천 중구 영종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방문해 수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9.03.06 [email protected]
취임 일성으로 '민간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만큼 현장과의 스킨십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소통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던 문 대통령의 주문에 그는 "민간과 가장 많이 만난 장관이었다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세종청사로의 출근 첫날에도 그가 강조한 건 현장과의 소통이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홍 부총리, 김수현 정책실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2019.02.26. [email protected]
기재부 내에서도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업무 스타일에 직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1급 요직들과의 '케미'도 좋다는 후문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실·국장들이 최대한 세종에서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대면 보고를 최소화한 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부총리께서 직접 세종에 내려와 간부 회의를 연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고 받을 때 크게 질책하기보다는 지시 사항을 명확하게 얘기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늘려주는 타입"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과천 KT사옥에서 열린 '5G 관련기술 현장방문 및 5G 콘텐츠 기업간담회'에 참석, 5G를 활용한 미세먼지 관리 서비스센터를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19.02.20.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mail protected]
나라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현실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정책의 최종 책임자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대한 최고의 '의사'가 돼야 한다. 즉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취임 당시나 지금이나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경기 군포시 산본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2019.02.01.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mail protected]
이필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정책 기조가 과거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기업 투자가 살아날 텐데 아직까지는 특별한 성과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그간 쌓아 온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 내지는 올바른 분석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됐던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해서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경제부총리로서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카드 소득공제가 과세양성화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고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그의 발언에 여론이 들끓었다. 총선을 의식한 여당과 청와대가 나서자 기재부는 "연장이 대전제"라며 일주일 만에 입장을 선회했고 결국 당·정·청 협의를 거쳐 3년 연장됐다.
최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종료를 위해선 조세 형평성 문제와 패키지로 작업하는 지혜가 필요했는데 그런 부분에서의 준비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지난 12일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13월의 월급이 줄어도 우리 가정 경제는 튼튼하다'는 설명이 있었어야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라며 "관료들의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정부에 대한 신뢰나 서민들의 속상함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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