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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나랏말소리가 중국과 달라③···4성7음

등록 2019.03.19 06:01:00수정 2019.03.25 11: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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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용하는 문자는 같지만 나라별로 그 단어에 대한 어음이 다른 경우. 한자는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단어임.

<사진> 공용하는 문자는 같지만 나라별로 그 단어에 대한 어음이 다른 경우. 한자는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단어임.

【서울=뉴시스】 나랏말소리가 중국과 달라③…4성7음

훈민정음 해례본 첫 문장의 “國之語音(국지어음)”은 ‘우리나라의 토속 어음’을 말한다. 주의할 점은, 조선의 토속 어음은 크게 둘로 나뉘니 첫째는 토속 한자음이요, 둘째는 현대 한국인들이 ‘고유어(토박이말)’라 부르는 비한자어의 어음이 그것이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으로 번역, 조선일보에 방종현의 이름으로 5회 연재(1940.7.30.~8.4)한 홍기문 선생 또한 ‘정음발달사’에서 국지어음을 ‘고유어’나 ‘조선 한자음’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둘을 모두 포괄한 개념이라고 짚었다.

세종대왕 당시 조선과 명나라는 동일한 한문, 한자어를 썼다. 두 나라가 글로써는 소통이 되었으나, 한자어의 어음이 서로 달랐다. 공용문자의 자형은 동일한데 그 문자를 발음하는 소리가 달랐다. 이는 <사진>에서 보듯 동일한 로마자 단어를 쓰면서도, nation과 pardon을 영국에선 ‘네이션’, ‘파든’이라 발음하고 프랑스에선 ‘나시옹’, ‘빠흐동’이라 발음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나시옹’이 불어요 프랑스의 토속 어음이지 영국의 어음이 아니듯, 공용 한자어에 대한 조선의 어음은 중국 명나라의 어음과는 달랐다.   

영명하신 세종대왕께서는 스스로 조선의 한자어음을 전수 조사했다. 파악된 우리의 토속 한자어음은 명나라의 어음과 대동소이하게 ‘4성 7음’으로 요약됐다. 7음은 아음(牙音: 어금닛소리), 설음(舌音: 혓소리), 순음(脣音: 입술소리), 치음(齒音: 잇소리), 후음(喉音: 목구멍소리), 반설음(半舌音), 반치음(半齒音)을 말한다.

그러나 7음의 경우 ‘홍무정운역훈(洪武正韻譯訓)’에서 증명되는 바와 같이, 명나라의 7음은 입술소리와 잇소리에서 조선의 음과 차이가 있었다. 우리와 달리 중국 명나라의 입술소리는 가볍게 발음되는 ‘순경음(脣輕音)’과 무겁게 발음되는 ‘순중음(脣重音)’의 두 종류가 있었다. 잇소리 또한 훈민정음 언해본에 기록돼 있는 것처럼 명나라에선 ‘치두음(齒頭音)’과 ‘정치음(正齒音)’의 두 종류가 있었다. 이런 까닭에 초성(자모)의 수가 명나라는 31개요, 우리나라는 23개로 서로 달랐다. 구체적으로, 명나라의 한자어음은 우리의 한자어음보다 입술소리에서 3개, 잇소리에서 5개, 합하여 총 8개의 초성이 더 많았다.

이렇게 스스로 파악한 사항을 가지고 세종대왕은 1444년 음력 2월 20일 훈민정음 제작의 부당함을 아뢰는 최만리, 신석조, 김문, 정창손, 하위지, 송처검, 조근을 향하여 물었다. “너희가 운서를 아느냐? 4성7음에 자모(字母)가 몇 개 있느냐? 만일 내가 그 운서를 바로잡지 아니하면 누가 이를 바로잡겠느냐?” 이 물음에 위 7명의 신하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자어가 아닌 토속 고유어의 어음에는 ‘4성 7음’에 된소리라는 것이 더 있었다. 4성은 평성(平聲), 상성(上聲), 거성(去聲), 입성(入聲)을 말한다. 이 네 가지 소리는 음의 높낮이에서 차이가 있었다. 평성은 평이한 낮은 소리요, 상성은 처음엔 낮은 소리로 시작하여 차츰 위(上)로 올라가는 소리요, 거성은 언해본에 기재된 것처럼 “맛=가장 높은 소리”이다.

‘대왕’이란 말을 천천히 발음하면서 스스로 그 높낮이를 관찰해보라. 분명 ‘대’는 ‘왕’보다 높은 음으로 소리하고 있을 것이다. ‘대(大)’처럼 높은 음을 ‘거성’이라 하고, ‘왕(王)’처럼 낮은 음을 ‘평성’이라 한다. 지금은 사극에서나 들을 수 있지만 “성은(聖恩)이 망극(罔極)하옵니다”는 4성이 제대로 표현된 말이다. ‘성(聖)’은 높은 소리니 거성이고, ‘은(恩)’은 평성이며, ‘망(罔)’은 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니 상성이요, ‘극(極)’은 종성이 ㄱ·ㄷ·ㅂ으로 끝나는 입성이다.

이처럼 세종 즉위 6백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의 어음은 큰 틀에선 전통적 4성을 유지하고 있는 ‘4성7음+된소리’ 체계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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