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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핫한 조각 서울展...토비 지글러 VS 코헤이 나와

등록 2019.03.19 17: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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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초월·디지털시대 3D 모델링 작업 공통점

PKM갤러리, 英 작가 토비 지글러 4년만의 신작전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 코헤이 나와 7년만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영국 작가 토비 지글러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한국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영국 작가 토비 지글러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한국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현재 세계 현대 미술계에서 '핫한 조각가'로 부상한 2명 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동시에 열고 있다.

일본 출신 조각가 코헤이 나와(44)와 영국 조각가 토비 지글러(47)다. 국내 짱짱한 갤러리가 전속으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려온 작가들이다. 코헤이 나와는 7년만에, 토비 지글러는 4년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

코헤이 나와는 아라리오갤러리 김창일 회장이, 토비 지글러는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가 탁월한 안목을 발휘했다.

'크리스탈로 뒤덮인 사슴 조각'으로 유명한 코헤이 나와는 2005년부터 아라리오갤러리와 손잡고 일취월장했다. (그의 사슴 조각은 삼성미술관 리움 로비에도 설치되어 있다)

토비 지글러는 2014년경 영국 런던에서 연 개인전을 본 박경미 대표가 반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40대인 두 작가 모두 신 기술과 고전(전통)을 융합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컴퓨터와 3D로 탄생한 정교한 작업으로 신비하고 신기한 작품으로 유혹한다.

차별화된 재료가 무기다. 토비 지글러는 알루미늄으로, 코헤이 나와는 탄화규소와 황금으로 강렬하게 반짝이며 작품을 체험하게 만든다.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감각의 경계를 횡단하는 경험을 선사하며, 디지털 시대속에서 '예술의 미래, 미래의 예술'을 가늠하게 해준다.

갤러리 위치도 독특해 봄 나들이 전시 관람을 해 볼만하다.  PKM갤러리는 삼청로 청와대 옆에, 아라리오갤러리는 홍대 라이즈호텔 지하에 있다.

【서울=뉴시스】 토비 지글러 Flesh in the age of reason 1, 2018

【서울=뉴시스】 토비 지글러 Flesh in the age of reason 1, 2018


◇PKM 갤러리 토비 지글러 개인전= 2015년 PKM 갤러리에서 전시이후 4년만에 열리는 두번째 한국 개인전이다.

작품은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로마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예술품 원본 이미지를 컴퓨터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변환해 금속, 합성 소재등의 현대식 재료에 입힌 후, 이를 사포질, 페인트칠과 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해체한다.

'이성의 속살(Flesh in the age of reason)'을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는역사적 미술품의 한 부분, 특히 손, 발등의 신체 형상에 기인한 회화와 조각, 영상 신작 10점을 공개했다.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토비 지글러는 "디지털 시대의 인체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디지털 사회에 고전을 어떻게 다시 고유한 작업으로 풀어낼지를 고민해 왔다"고 했다.

 대표 작품은 알루미늄 페인팅 시리즈다. 알루미늄을 캔버스 대신 사용한 건 공항 수화물에서 본 알루미늄 박스를 보며 착안됐다. 깨지지도 않고 섬세한 흔적이 남는 점에 매료됐다.

작품은 스케치가 아닌 인터넷 구글링을 통해 이미지를 찾아낸다. 르네상스, 바로크 예술품속 손과 발의 도상의 저해상도 이미지를 디지털 렌더링으로 조작한다. 이후 알루미늄판 위에 오일 페인팅으로 얇게 도포했다. 물감이 마르고 나면 표면은 전기 사포(orbit sander)로 빠르게 갈리고, 기하학적 패턴의 붓 터치로 완전히 생략되기 직전까지 지워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금속판 위의 얇은막 사이로 창조와 파괴, 구상과 추상, 전통과 현대, 자동과 수동, 원본과 차용등 수많은 대립항과 그 경계가 압축되어 있다. 이런 복잡한 과정과 의미들과 달리 추상화로 납작해진 작품은 빛과 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이며 난해한 작품으로 변신, 미술애호가들을 홀리고 있다.
 
고전 모티브와 기계·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것이 특징이다. 조각은 3D로 모델링해 탄생한다. 고대 '콘스탄티누스 거상'의 검지를 든 손이 작업의 모티브이지만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게 이어져 있다. 투명 아크릴수지(Perspex)다면체로 균질하게 조합한 작업이다. 귀도레니(Guido Reni)의 회화, 세바스찬의 몸 도상, 조르주 바타유의 에세이 삽화를 영상으로 접합한 미디어도 시작도 끝도 없이 현재의 시공간을 가득 메우는게 특징이다.

현재 런던을기반으로 활동하는 토비 지글러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테이트 갤러리, 영국문화원, 버밍엄 박물관및 미술관, 홍콩K11 파운데이션, 파리 카디스트예술재단(Kadist Art Foundation)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4월30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아라리오갤러리서울 라이즈 호텔에 선보인 코헤이 나와 신작 'VESSEL' 어두운 전시장에서 빛을 내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아라리오갤러리서울 라이즈 호텔에 선보인 코헤이 나와 신작 'VESSEL' 어두운 전시장에서 빛을 내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 '코헤이 나와' 개인전 = 7년만의 서울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는 베셀(VESSEL)시리즈와 2018년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었던 쓰론(THRONE)을 포함해 약 30여점의 신작을 소개한다.

어둡게 연출된 전시장은 인체 형상들이 뒤엉켜 반짝인다. 춤을 추는 사람들을 3D로 모델링한 후 탄화규소로 제작했다. 조명에 따라 빛의 움직임이 강렬한 인체들은 모두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인 것 같은데 드러나지 않는 머리때문에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래알 같은 재료는 무대에도 뒤덮여 오감을 자극한다.

19일 서울 라이즈 호텔에서 만난 코헤이 나와는 "움직이는 퍼포먼스로 조각으로 끌고 왔다"면서 "어떻게 조각속에서 그 움직임을 살릴수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재료"라고 했다. "탄소규소는 세번째로 강한 물질로 다이아몬드 형제라고도 불린다. 빛의 움직임이나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지게 한다. 어쩌면 망령이나 영령이 있는 재료라고도 생각했다."

머리가 드러나지 않는 동작들로 엉켜있는 형상들은 사후 세계를 담았다. "영혼을 가지지 못한 육체, 육체가 영혼을 찾아서 발버둥치는 모습을 댄스로 표현했다.인종도 성별 구분이 안된다. 육체 덩어리라는 느낌으로 시각화했다."

의상도 없고, 맨 몸으로 댄서들은 '댄스와 육체의 융합;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길이 약 30미터, 너비 4.5미터의 무대를 제작해 베셀 시리즈의 인체조각 전 작품을 선보였다. 안무가 데미앙 잘레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퍼포먼스 작품이다. 머리가 없는 인간(인간성을 부정하는 것)이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인체 조각은 음악도 함께한다. 일본 사운드아티스트 마리히코 하라가 특별 제작한 음악이 사운드 스케프로 설치됐다. 물질에서 표면으로 표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공간으로 확장하며 장르를 초월한 매체의 가능성을 끈질지게 시도해온 작가의 20년간의 역작이다.  

코헤이 나와는 "머리를 감춘 포즈는 한치 앞도 알수 없는 세계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어떤 것이 옳고 바르고 정확한지 어려운 세계다. 낙관적으로, 비관적으로 볼지, 또한 판단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항적이고 대항적으로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9일 서울 홍대 라이즈호텔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코헤이 나와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9일 서울 홍대 라이즈호텔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코헤이 나와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파리 루브루미술관 피라미드에 7개월간 전시해 화제를 모은 쓰론(THRONE)을 축소비율로 제작한 황금조각도 선보인다.

버블경제로 도쿄가 파괴되지만 2019년 올림픽이 열린다는 일본 만화 '아키라'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후 제작한 이 작품은 "문명을 지지하는 지성이나 권위 권력 대신 인공지능이 내려보는 것이 인간의 미래 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루부르 미술관에 선보인 '쓰론'에는 왕좌의 자리가 비워있지만, 이번 작품에는 왕좌에 어린아이가 앉아있다. 사무라이 투구를 연상케도 하지만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라고 했다. 작가는 "금박의 최고 일본 불상 장인들이 제작했다"면서 쓰론의 파리 전시는 금박의 기원이 원점으로 회귀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오래된 전통과 융합시켜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 있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기하학적인 드로잉같은 작품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 '모멘트' 시리즈는 추의 원리 이용했다. 캔버스를 움직이거나 잉크통을 움직여서 움직임의 형태를 가시화해서 한 작품이다.

코헤이 나와는 "동시대 예술가로서 현재 느끼는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며 "이번 전시는 규모는 작지만 작은 세포부터 보이지 않는 중력, 권력과 권위. 사후의 세계까지 조각의 물질로 다 표현해 담아낸 큰 세계다.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조각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현재 도쿄시립예술대학 부교수로 재직중이며 예술, 디자인 건축 창작 플랫폼인 샌드위치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7월21일까지.

【서울=뉴시스】 Kohei Nawa, Throne (SiC_p_boy), 2019, 80 x 23.7 x 38.2(d) cm.

【서울=뉴시스】 Kohei Nawa, Throne (SiC_p_boy), 2019, 80 x 23.7 x 38.2(d)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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