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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염원과 예산은 정반대?…반쪽짜리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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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22 17:00:49
미세먼지 배출량 25% 車, 30% 배출시설, 50% 생활오염원
정부 예산은 자동차에 75% 몰려..생활오염원은 10%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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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과학자 보기에 좋은 정책이 아니다"

 문길주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은 정부가 2017년 내놓은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에 대해 이같이 촌평했다. 지난 21일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주최 '미세먼지 특별 세미나' 자리에서다.

문 위원장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량은 25%가 자동차, 30%는 배출시설, 45%는 생활오염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2017~2024년까지 정부의 투자 비중은 정반대다.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와 배출가스 관리 강화 등에 75%가 몰려 있고, 석탄화력발전소 관리 등 배출시설에 15%, 생활 주변 배출원 관리 등에 10% 예산을 배정했다. 경유차와 공장 규제 등으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데 많은 예산을 들였지만 초미세먼지 생성 원인인 암모니아 배출 관리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문 위원장은 "정부 입장에선 자동차가 제일 쉽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50%에 달하는 생활오염원은 암모니아성 물질을 배출하는 축사 및 가축분료 관리, 생활쓰레기, 농업 잔재물 소각 등 서민 생활과 맞닿아 있고, 가시적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편의성이 높은 경유차 규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인 물질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만든 '짬뽕' 대책도 문제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가 1940년대 자동차 배기가스 통제 등을 중심으로 '스모그 도시'에서 벗어난 사례 등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관련 대책에만 예산이 쏠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6μg/㎥이다.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이 20μg/㎥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고농도 횟수는 2015년 72회에서 2016년 66회, 2017년 92회로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며 지구를 반대로 돌릴 수 없을 바에야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을 가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 위원장은 "정부와 이해당사자, 전문가들이 함께 원인을 규명하고 우선 순위를 검토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중국발'로 일컬어지는 국외 요인에 대해선 국내에서 먼저 오염원 배출 감소에 나서고,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중국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비오면 우산 쓰고, 미세먼지가 있으면 마스크를 쓰라"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마침 미세먼지 범국가대책기구 위원장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임명됐다. 그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듯 하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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