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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민심의 경고-성난 물이 배를 뒤집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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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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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성난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는 순자가 말한 군주민수(君舟民水)로 여론의 중요성을 한 마디로 요약한 사자성어다. 민주당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군주민수'를 자주 언급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인 현재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 경구를 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지율이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물론 경기 둔화와 고용 부진 등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데다 북미회담 결렬로 인한 외교 역량 의구심이 큰 요인이지만, 위기에 대한 정부와 민주당의 안이한 대응이 볼썽사납다는 이유도 적지 않다.

거기에 경솔한 발언들이 잇따라 나오며 '오만한 집권여당'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설훈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를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해 20대 남성 비하성 발언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영표 원내대표가 사과하며 수습 차원으로 20대 청년들과의 소통을 위한 '청년미래기획단'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출범조차 하지 않아 공염불에 그쳤다.

곧이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을 향해 "미니 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고 표현해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얘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격분하며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 사례는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으로 꼽힌다. 이해찬 대표가 30년 전 폐지된 '국가원수 모독죄'까지 들먹인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역공까지 초래했다.

급기야 당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란 기사를 썼던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인 기자를 '검은머리 외신기자'로 지칭하고 매국을 운운했다. 인종 차별과 언론 자유 침해 지적이 나오자 대변인은 사과 논평을 냈으나, 과연 해당 외신기자가 '금발머리'였다면 그런 경솔한 발언을 했을까 찜찜한 의문이 남는다.

다수 국민의 촛불에 힘입어 정권을 획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온갖 사안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다른 정치세력과 적대적 대결구도에만 몰두하면 일반 국민들은 자연스레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으로 민주당의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는 총선 압승과 20년 장기집권을 천명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다 보면 민심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할 시기다. 정책을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으로서 겸허함은 물론 공동체 구성원 각계를 향한 이해와 관용도 갖춰야 한다. 나날이 작은 싸움에 일희일비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부동층, 보수층까지 두루 아우르는 중장기적 접근이 절실하다. '성난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경구를 되새길 때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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