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 속의 악천후, 하린 '1초 동안의 긴 고백'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하린(48)의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이 나왔다. 시 65편이 담겼다.
'첫 행은 지극히 밋밋했고/ 마지막 행은 극단적으로 맥박이 없었지// 시를 보존할 방부제가 필요했지/ 모든 창문을 밀봉할 암막 커튼이 필요한 것처럼// 어떤 움직임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미열처럼 손가락만 겨우 살아 있도록// 골고루 외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 시에 미친 놈, 간명하게 욕이 뱉어졌지// 한 명이라도/ 단 한 명이라도/ '혁명을 흉내 내던 요절'이라고 하면 좋으련만'('엔딩극장' 중)
'새를 따라가던 사람은/ 얼음이 녹을 때쯤 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귀신의 발자국까진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혹한은 너무 많은 수렁과 실금을 숨긴다/ 목소리가 아직 저수지 안쪽에 있다'('얼음 위를 걸어간' 중)
시인은 "세 번째는 달라질 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여전히 내 시 속엔 '악천후'가 떠돈다/ 우글거리는 아웃사이더의 감정/ 칼날처럼 예민하게 날 선 감각/ 내가 시가 되고/ 시가 나를 길들인 지점/ 또다시 나만의 '독립 정부'를 세우고 말았으니/ 이것은 시가 나에게 부여한 천형이다." 172쪽, 8000원,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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