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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과 한자는 형제관계, 기원 면에서

등록 2019.04.02 06:01:00수정 2019.04.08 10: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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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훈민정음과 한자는 기원 상 형제관계. 훈민정음 ㅅ은 한자 ‘齒(치)’가 아닌 齒의 소전체에서 비롯되었음.

<사진> 훈민정음과 한자는 기원 상 형제관계. 훈민정음 ㅅ은 한자 ‘齒(치)’가 아닌 齒의 소전체에서 비롯되었음.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전통(傳統)이란 문자 그대로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계속 전해져서 조상들과 현대인, 나아가 미래의 후손들을 연결 통합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세종의 큰 꿈 또한 아직도 진행형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 28자에 대한 설명서이다. 그런데 총 33장으로 된 그 내용 안에 훈민정음 28자 및 전탁성 6자와 관련한 제자원리를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훈민정음에 대한 ‘설계도’라고 부를 수도 있다. 훈민정음에 대해 한 마디 말로써 종합적인 제자원리를 요약한 것은 정인지 후서와 조선왕조실록에서 나타난 ‘자방고전(字倣古篆)’이다. 훈민정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계도는 뉴시스 [박대종 문화소통] 훈민정음은 ‘자방한자’가 아니라 ‘자방고전’(2018.12.18.)을 시작으로, 한글+漢字문화 2019년 2월호 ‘훈민정음 자방고전의 실체 및 해례본 내 오자 정정(ㄱ→ㆁ)’ 논문 등에 공개한 바와 같다.

세종대왕의 큰 그림인 훈민정음에 관한 제자원리를 궁구해본 결과, 훈민정음 28자는 ‘자방고전’이란 말 그대로 자형 면에서 ㄴ·ㅇ·ㆁ을 제외하고 고전(古篆)을 모방 또는 응용한 것이었다.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진 한자 또한 고전의 변형이니, 기원과 자형을 기준으로 할 때 한글과 한자는 서로 매우 밀접한 형제관계이다. 한 형제라도 성격은 다르니 한자는 표의문자요 한글은 표음문자로, 서로 비교·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 긴밀한 협력·보완 관계이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처럼 사람의 이를 상형한 고전 ‘齒(치)’자에서 훈민정음 ‘ㅅ’이 나왔고, 또 한나라 때의 번체자를 거쳐 지금 중국에서 쓰는 간체자 ‘齿’가 나왔다. 살펴보면, 중국 간체자 ‘齿’는 복잡한 ‘齒’에서 ‘ㅂ(입 구)’ 안의 가로선을 삭제하고 또 네 개의 이빨 중 하나만 취한 글꼴이다. 그에 비해 훈민정음 잇소리 ‘ㅅ’은 소전체 ‘齒’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은 모두 빼버리고 오직 하나의 이빨만을 취한 것이니, 간체자인 ‘齿’와 비교해보면 슈퍼 간체자 즉 ‘초(超)간체자’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분명히 알게 될 경우,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쓰는 ‘齒’ 및 ‘齿’와 한글 ‘ㅅ’ 사이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고전 ‘ㅂ(입 구)’자에서 비롯된 한글 ‘ㅁ’과 ‘ㅂ’에서도 남다른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찍이 중국의 최고위급 중에 조선의 글자를 도입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진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중화민국 대총통이었던 원세개(袁世凱)는 중국인의 높은 문맹률을 해결키 위해 “조선의 글자를 가르치자”고 제안했으나, 신하들이 “망국의 소릿글을 어찌 국자라 이를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1950년대에 중국 류소기(劉少奇) 주석은 어문연구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중국의 문자개혁 목적을 위하여 우리는 학생들이나 학자들을 조선 등에 보내 배우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였으나 이 또한 무산되었다.

중국은 논의를 거쳐 1956년 간체자=간화자를 쓰는 방안을 채택하고, 1958년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비준을 거쳐 ‘라틴=로마자모’를 사용하는 ‘한어병음방안’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중국어 설치음을 표시하는 z와 c는 영어의 z 및 c음과 매우 달라 문제가 된다. 자형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어 권설음 표기 zh, ch, sh, r 또한 영어에서의 음과 다르다.

조선→대한제국→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코리아는 더 이상 망국도 아니고 가난한 약소국도 아니다. 표음문자 면에선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해마지 않는 가히 최첨단 문화국가이다. 앞서 언급한 원세개의 경우는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1940) 전이라 그렇다 치고 류소기가 한글에 관심을 가진 1950년대는 해례본 발견 뒤였다. 중국 자체적으로 순 한문으로 기록된 해례본을 정확히 해독하여, 훈민정음이 기원 면에서 고전에서 비롯된, 한자와는 형제 관계이자 보완적인 차원 다른 표음문자임을 알아봤더라면 그들의 당시 결정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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