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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 전 모형보트 찾았다, 경주 월성 해자

등록 2019.04.02 10: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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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전 사용된 의례용 목선이 경주 월성에서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추진한 사적 제16호 경주 월성 정밀발굴조사 중 해자 내부에서 의례용 축소형 목재 배 1점을 발굴했다.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선수 세부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선수 세부

모형 배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모형 배로는 가장 오래됐다. 형태는 준구조선(準構造船)으로 통나무배에서 구조선으로 발전하는 중간단계 선박이다. 실제 배처럼 뱃머리와 배꼬리가 분명히 표현됐다. 크기는 약40㎝다.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선미 세부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선미 세부


특히, 배 형태를 정교하게 모방하고 공 들여 만들었다. 안팎에서 불에 그슬리거나 탄 흔적이 확인됐다. 다른 유적에서 출토된 배의 사례로 보아 이 유물도 의례용으로 추정된다.

배는 약 5년생 잣나무류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제작 연대는 4~5세기 초인 350~367년 또는 380~424년으로 산출된다.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선수(왼쪽), 선미(오른쪽)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 선수(왼쪽), 선미(오른쪽)


모형 배의 경우 일본은 500점 넘게 출토해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월성의 모형 배는 일본 시즈오카현 야마노하나 유적에서 출토된 5세기 고분시대 중기의 모형 배와 선수·선미 표현방식, 현측판 표현 방법이 매우 유사하다. 앞으로 양국의 조선 방법과 기술의 이동 등 상호 영향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월성 해자 출토 방패 모양 목제품. 손잡이 없는 것(왼쪽), 손잡이 있는 것

월성 해자 출토 방패 모양 목제품. 손잡이 없는 것(왼쪽), 손잡이 있는 것

연구소는 모형 배 외에 4~5세기 제작된 가장 온전한 형태의 실물 목제 방패 2점, 소규모 부대 지휘관 또는 군을 다스리는 지방관 당주와 곡물이 언급된 문서 목간 1점도 발굴했다.

 방패는 손잡이가 있는 형태로 발견된 최초 사례다. 가장 온전한 실물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점 모두 수혈해자 최하층에서 나왔다.
월성 해자 출토 방패 모양 목제품, 날카로운 도구로 그린 밑그림

월성 해자 출토 방패 모양 목제품, 날카로운 도구로 그린 밑그림


하나는 손잡이가 있고, 하나는 없다.  크기는 각각 가로·세로 14.4×73㎝와 26.3×95.9㎝다. 두께는 1㎝와 1.2㎝다. 표면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기하학적 밑그림을 그리고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색칠했다. 일정한 간격의 구멍은 실과 같은 재료로 단단히 엮은 흔적으로 보인다. 실제 방어용 무기로 사용했거나, 수변 의례 시 의장용으로 세워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월성 해자 출토 목간 적외선 A면

월성 해자 출토 목간 적외선 A면


목간 3면 전체에 묵서가 확인됐다. 내용은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당주가 보고하거나 받은 것이다. 6세기 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 금석문에 나오는 지방관 명칭인 당주에 목간에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월성 해자 출토 목간 적외선 B면

월성 해자 출토 목간 적외선 B면


벼, 조, 피, 콩 등 곡물도 차례로 등장하고 그 부피를 일(壹), 삼(參), 팔(捌) 등 갖은자로 표현했다. 갖은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자보다 획이 많은 글자로 금액이나 수량에 숫자 변경을 막기 위해 사용했다.

앞서 현재의 동궁과 월지인 안압지에서 나온 7~8세기 제작 목간에서도 갖은자가 확인됐다. 신라의 갖은자 사용 문화가 통일 이전부터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월성 해자 호안 목제 구조물

월성 해자 호안 목제 구조물

이 외에도 월성해자 내부에서 호안(護岸) 목제 구조물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 목제 구조물은 해자 호안 흙의 유실울 먹는 시설로 수혈해자 북벽에 조성했다.
월성 해자 호안 목제 구조물 세부

월성 해자 호안 목제 구조물 세부

수혈해자 바닥을 파서 1.5m 간격으로 나무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는 판재로 연결했다. 최대 높이 3m인 나무기둥과 최대 7단의 판재가 남아 있어, 삼국통일 이전에도 이뤄진 대규모 토목 공사에 대해 알 수 있다. 신라 목제 구조물 전체가 확인된 최초 사례로, 당시의 목재 가공술 복원에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자 내부 흙을 1㎜이하의 고운 체질로 걸러 신라의 씨앗, 열매 총 63종도 확보했다. 국내 발굴조사 상 가장 많은 수량이다. 해자 주변 넓게 분포한 식물자료를 알아보기 위해 화분을 분석해 물 위 가시연꽃, 물 속 수생식물, 해자 외곽 소하천 변 느티나무 군락을 파악했다. 또 물의 흐름, 깊이, 수질을 알려주는 당시 물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분석해 해자에 담긴 물의 정보도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이 결과를 토대로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5세기 무렵 신라 왕궁의 풍경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성 해자 출토 복골(卜骨) 흔적이 있는 소 어깨뼈

월성 해자 출토 복골(卜骨) 흔적이 있는 소 어깨뼈

해자 내부에서 확인된 6개월령 전후 어린 멧돼지뼈 26개체는 신라인들이 어린 개체를 식용 혹은 의례용으로 선호했음을 시사한다. 삼국 시대 신라 왕경에서 최초로 확인된 곰뼈도 현재까지 최소 3개체의 15점이 나왔다. 앞발과 발꿈치 등 특정 부위 집중 활용이 특징적이다.
월성 해자 출토 수정 원석

월성 해자 출토 수정 원석

2~3세기부터 분묘 유적에서 다수 출토된 수정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으로 출토했다  통일기 이후 조성돼 사용된 3호 석축해자 바닥에서는 쇠도끼인 단조철부 36점도 확인했다. 철부는 실제 사용 흔적이 있었다. 석축해자 축조과정 혹은 의례와 관련해 한꺼번에 폐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월성 C지구 발굴조사 현장

월성 C지구 발굴조사 현장

경주 월성 발굴조사는 올해로 5년째다. 성벽, 건물지, 해자를 조사 중이다. 이제까지 월성 건물지인 C지구에서 건물 내부 공간 활용 방식과 삼국~통일신라 시대 층위별 유구 조성 양상을 확인했다. 월성 해자는 물을 담아 성 안팎을 구분하면서 방어나 조경 기능을 했으며, 다양한 의례가 이뤄진 특수 공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성 해자지구 발굴조사 현장

월성 해자지구 발굴조사 현장

방패, 목선 등 이번에 공개되는 유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월성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은 5일부터 6월2일까지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한성에서 만나는 신라 월성'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한성백제박물관이 2월 체결한 학술교류 협약을 바탕으로 월성 발굴조사 성과를 널리 알리는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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