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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화 비판 못 면한 예타 개편…균형발전효과는 미지수

등록 2019.04.03 18: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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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지역간 형평성 달성 못하고 무분별한 토건사업 늘 것"

수도권 사업 경제성 가중치↑…"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야"

【서울=뉴시스】정부는 3일 열린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선심성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도입 20주년을 맞아 전면 개편된다. 다음은 예타 평가체계 개편안.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정부는 3일 열린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선심성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도입 20주년을 맞아 전면 개편된다. 다음은 예타 평가체계 개편안.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정부가 3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게 지방 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특히 이번 제도 개편으로 광역시 등 지방거점 도시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실제 효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미지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평가 비중을 이원화한 것이 균형 발전이 아닌 기존의 인프라 격차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편 전과 비교할 때 예타 통과율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예타 평가 기준이 대폭 완화돼 제도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평가 항목의 비중과 가중치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이원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비수도권 지역 사업에 대한 평가 항목 가중치를 경제성은 35~50%에서 30~45%로 낮추고 지역균형은 25~35%에서 30~40%로 높였다. 경제성보다는 지역균형 평가에 무게를 둬 지방에서 수요가 적은 사업의 통과 문턱을 낮춘 것이다.

지역균형의 세부 항목인 '낙후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이 감점을 받게 되는 일도 사라진다. 현 제도하에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 36개 지역이 낙후도에서 감점을 받아 역차별 논란이 있었다. 임영진 기획재정부 타당성심사과장은 "가·감점제가 가점제로 바뀌면서 지방 거점도시가 가장 혜택을 많이 볼 것이다.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광역시에는 플러스(+) 요인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지역 사업이 본래 경제성은 낮고 균형발전 정도는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역 간 형평성을 높인다지만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비수도권은 비수도권대로 사업 진행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예타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 비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19.04.0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경실련은 "과거 4대강 등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무분별한 토건 사업은 단기간의 일자리 증가와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코 지속적이지 못하다"며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인한 수혜는 대부분 재벌 건설사들과 다단계 건설업자들이 누릴 뿐이며 청년층의 미래를 볼모로 해 국가 미래에도 악영향"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지역 사업에 대해선 경제성 평가의 비중을 60~70%까지 대폭 높인다. 기존에 감점 요인이던 지역균형 항목은 없앴다. 정부는 이같은 개편으로 수도권 사업의 통과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점수가 깎였던 부분이 사라지면서 예산 한계나 사업 우선순위가 낮더라도 경제성만 인정받으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어 경제성 분석에선 수도권 사업이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예타 제도 자체의 근본적 한계"라며 "경제성 항목의 가중치가 높아진다면 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수도권 사업에 대해선 오히려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더 엄격히 볼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책성 평가 부문에서 일자리, 환경, 안전 등 하위 항목을 늘린 것도 예타 통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다. 경실련은 "직접 고용 효과만 평가하던 것에서 간접 고용 효과까지 신설한 것은 일자리 효과를 과장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토건 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적이지도 않고 현재의 건설 산업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도 아니"라고 짚었다.
【세종=뉴시스】(자료 = 기획재정부 제공)

【세종=뉴시스】(자료 = 기획재정부 제공)

예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평가(AHP) 기능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분리, 기재부 내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전담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KDI에서 예타를 담당하던 사람들이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비용에 대해선 가장 잘 아는데 위원회를 따로 둔다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이미 23개 사업이 면제된 상황인데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직접민주주의의 확산 측면에서 이같은 거버넌스(governance)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 교수는 "비용과 달리 편익 추산 자체가 어려워 KDI 내 담당 박사들의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공론과 타협의 장을 만들어 풀어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은 총 12개다. SOC 사업 중에서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사업 등 수도권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3기 신도시의 성패와 맞닿아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중 마지막 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의 경우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기존보다 2배 이상이 투입, 예타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정부는 원인자 부담 등으로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에 대해선 정책성 부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개편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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