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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두고 '이더리움 창시자' 부테린 vs '닥터 둠' 루비니 격돌

등록 2019.04.04 15:03:48수정 2019.04.04 15: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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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분산경제포럼서 암호화폐 지속가능성 토론

"암호화폐 거품 터진다" vs "아직 산업 초기...안정찾을 것"

"익명성이 범죄에 악용" vs "검열저항 측면...개인정보 보호 필요"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 2019'에서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누리엘 루비니(가운데) 교수와 비탈릭 부테린이 토론을 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측한 인물이며 암호화폐 개념과 기술 등에 대해 비판적이다. 부테린은 19세 때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상한 개발자다. 2019.04.04.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 2019'에서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누리엘 루비니(가운데) 교수와 비탈릭 부테린이 토론을 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측한 인물이며 암호화폐 개념과 기술 등에 대해 비판적이다. 부테린은 19세 때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상한 개발자다. 2019.04.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비해 안정성도 떨어지고 분산화도 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익명성 때문에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아직 암호화폐는 초기 산업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시스템에 근접한 편의성을 갖출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에서 암호화폐의 미래를 두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설전을 벌였다.

비탈릭 부테린은 대표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이더리움'을 만 20세의 나이에 개발했다. 특히,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도입해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예언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그는 그동안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규정하고 신랄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날 이들의 토론은 각각 대표적인 암호화폐 옹호론자와 비관론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해부터 트위터를 통해 설전을 벌여,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맞짱토론'을 펼친다는 점도 화제였다. 

루비니 교수와 부테린은 '암호화폐 본질적인 가치의 지속가능성(Fundamental Value of Cryptocurrency and its Sustainability)'을 주제로 맞붙었다.

첫 포문은 루비니 교수가 열었다. 그는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중앙화되어 있으며, '거품'이 꺼지면서 자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 위기에 대한 예언을 하면서 은행들이 월스트리트를 망치고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더 중앙화됐으며 비효울적"이라며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가치저장 기능도 없고 가격변동도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물물교환이나 다름이 없다. 비용도 많이 들고 정말 사기적이다"라며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 가능한데 이러한 '거품'은 언제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테린은 암호화폐가 아직 초기 산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금융적인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초기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된다. 주식이나 금 시장을 살펴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비슷한 위치에 올라서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의 효율성이 증가해 분산화된 시스템을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 2019'에서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비탈릭 부테린과의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측한 인물이며 암호화폐 개념과 기술 등에 대해 비판적이다. 부테린은 19세 때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상한 개발자다. 2019.04.04.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 2019'에서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비탈릭 부테린과의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측한 인물이며 암호화폐 개념과 기술 등에 대해 비판적이다. 부테린은 19세 때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상한 개발자다.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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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교수와 부테린은 암호화폐의 익명성을 두고 큰 시각 차이를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익명성이 범죄에 활용된다고 단정한 데 반해, 부테린은 이러한 익명성은 '검열에 대한 저항'이라고 맞받아쳤다.

루비니 교수는 "국가가 중앙화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는 범죄자들이 익명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국가도 모든 금융거래를 익명화하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만약 완전한 익명이었다면 어느 나라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것은 사회안정성의 문제다. 암호화폐가 다음 세대의 '스위스 은행 계좌'가 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부테린은 "정부가 금융시스템에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도 한다"며 "익명성은 검열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각 사회별로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오픈라인에서는 정부 당국에 저항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회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 기술의 한계로 지적받는 확장성, 안정성, 분산화 등 '트릴레마'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가 확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중앙화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확장 가능하고, 안전하며 분산된 시스템은 상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부테린은 "트릴레마의 해결책은 거래와 증명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확장성, 안정성, 분산화를 동시에 가져가기 쉽지 않지만 과학적 진전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의 지나친 가격 변동성 문제도 설전이 이어졌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해 암호화폐의 가치가 95% 이상 하락했다. 단 1년 만에 발생한 것"이라며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의 사례처럼 법정화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만, 그 대안은 암호화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일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암호화폐의 경제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한 준비금을 디지털 화폐로 발행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암호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발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를 중앙은행이 보유하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사람들은 금보다 자신의 디지털 화폐에 더 관심이 많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약 40분간 진행된 이번 토론은 청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사실상 적진에 홀로 들어온 루비니 교수의 발언이 이어질 때는 야유가, 부테린의 발언에는 환호가 나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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