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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혹을 원천차단하는 디테일, 영화 '공포의 묘지'

등록 2019.04.0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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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어릴 적, 대개들 자기 동네의 오싹한 전설을 들어 봤다. 집 뒤 야산에서 밤마다 귀신이 내려온다, 지하실에 귀신이 산다, 학교 밑이 공동묘지였다···.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살이 붙는다. 디테일도 촘촘해지면서 그럴싸한 스토리 한 편이 완결되고는 한다.

 이런 구전 괴담은 아마도 만국공통이다. 프랑스인 친구도 으슥한 길을 걸을 때면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를 하며 나를 겁주곤 했으니.

여기, 흔하디 흔할 수 있는, 어디서인가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뒷집 야산의 전설'을 '그럴싸하고 있음직하면서 빠져들게 유도하는' 이야기로 만든 작품이 있다. 미국 버전이지만 감성만큼은 한국 영화팬, 나아가 지구촌 영화팬들 모두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제인슨 클락(왼쪽), 존 리스고

제인슨 클락(왼쪽), 존 리스고

11일 개봉하는 '공포의 묘지'(Pet Sematary)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딸이 '죽은 것이 살아 돌아오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묻힌 뒤 집으로 되돌아와 가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단순할 수 있는 얼개다. 원작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 시각적 장치를 통한 디테일은 그러나 100분을 '순삭'시켜 버린다.

'공포의 묘지'는 가장 미국적인 호러 소설가 스티븐 킹의 작품이 원작이다. 킹의 소설은 세계에서 3억5000만권 이상 팔렸다. '쇼생크 탈출', '미저리', '샤이닝', '그것', 이것들을 다 킹이 썼다.

 '애완동물 공동묘지'는 출간 당시 32주 간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를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자식을 잃을뻔한 킹의 자전적 사연에서 비롯된 소설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출간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작품"이라며 3년 동안 서랍에 숨겨 뒀다는 일화까지 유명해졌을 정도로 호러 팬들의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주드 크랜들' 역을 맡은 존 리스고(74)는 "각본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고 저절로 몰두하게 됐다"며 "깊고 진실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무서워하게 만든다"고 극찬했다.
주테 로랑스(오른쪽)

주테 로랑스(오른쪽)

존 리스고를 포함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력은 몰입도를 최고로 끌어 올린다. '퍼스트맨',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제이슨 클락(50)이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는 가장 '루이스 크리드'를 열연한다. '돈키호테'로 친숙한 존 리스고는 '더 크라운'에서 윈스턴 처칠로 빙의하다시피 해 미국배우조합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엘리 크리드' 역의 어린 배우 주테 로랑스가 탄성을 자아낸다.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강렬한 애어른이다. 루이스의 아내이자 엘리의 어머니인 '레이첼 크리드' 에이미 세이메츠(38)는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공포스러운 모습까지 완벽히 다른 두 모습을 차별화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며 이 어린이에게 매료됐다. 제작자 마크 바라디언은 로랑스를 "영화의 핵심이 되는 대단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에이미 세이메츠

에이미 세이메츠

시각적 장치는 헤어, 메이크업, 시각효과, 특수효과 담당자가 팀을 이뤄 완성했다. 이들은 긴 협업을 통해 영화 속 설정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작품에 참여한 어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죽었지만 다시 살아난 존재' 만이 지닐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면서 "되살아난 엘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아이피스를 붙이고 머리 양옆으로는 정맥이 드러나게 해 야윈 모습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디테일이 없으면 고급이 아니다.

작품 중심에 자리잡은 '부성애'도 특기해야 한다. 신의 존재,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극히 이성적인 남자가 딸의 죽음 앞에서 가장 비이성적인 존재로 변한다!

제작자 바라디언은 "제이슨 클락은 아이를 잃은 아빠의 끔찍한 슬픔을 이해했고 동시에 그 아이를 다시 살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위드미어 감독은 "이야기의 출발이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하려는 남자의 마음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리뷰]미혹을 원천차단하는 디테일, 영화 '공포의 묘지'

원작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원작 작가의 골수팬이 많을수록, 책을 영화화한 작품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게 마련이다. 결국 스티븐 킹 팬들의 호평을 얻어낼 수 있느냐가 이 영화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97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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