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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치두·정치음, 중국은 지금도 발음

등록 2019.04.09 06:01:00수정 2019.04.15 0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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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훈민정음 언해본에 기록된 중국 명나라의 치두음과 정치음. 지금도 현대중국어에 남아있어 훈민정음을 이용하여 표기할 수 있다.

<사진> 훈민정음 언해본에 기록된 중국 명나라의 치두음과 정치음. 지금도 현대중국어에 남아있어 훈민정음을 이용하여 표기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세종대왕 당시 훈민정음은 표음문자로써 창제되었다. 다시 말해 세종께서는 언문 국어의 일부 요소인 비(非)한자어=고유어=토박이말을 표현함과 아울러 표의문자인 한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표음문자를 만들었지 표의문자를 창제하진 않았다. 표음문자란 음(音: 말소리)을 전문적으로 표기하는 문자로, 자형으로써 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와는 구별된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과 종류가 다른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는 서로 분리되어 혼자서만 쓰일 때는 각기 장점과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즉, 표음문자는 음을 표현하는 면에서는 강하지만 뜻을 표현하는 데는 약하며, 반대로 표의문자는 시각적으로 뜻을 표현하는 데는 강하지만 음을 표현하는 점에서는 약하다. 따라서 어리석은 이는 이 둘을 잘못된 시각 하에서 대립관계로 보고 평생 분쟁 조장 및 갈등하며 살겠지만, 현명한 이는 이 둘을 보완관계로 여기고 통합시킴으로써 잘 활용, 지복(至福)의 어문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세종은 2중 국어에서 한문이 공식 국문이던 시절의 왕으로서 한문의 문제점인 ‘어음(말소리)’ 부분을 훈민정음으로써 완벽히 해결하였다. 그리하여 백성들의 편안한 어문 생활, 조정과의 바른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회, 나아가 뉴시스 2018. 10. 6일자 “훈민정음 ‘부국정신’ 최초규명” 등에서 밝힌 어제명칭시가에서처럼 풍요롭고 부강한 나라를 꿈꾸었다. 그러한 꿈과 훈민정음 창제로 인해 오늘날 한국은 세계 선진국 반열에 들기 직전의 상황에 있다.

훈민정음 언해본에서 증명되듯, 세종 당시 훈민정음이 표기하고자 한 ‘음’은 크게 둘로, 하나는 국내 조선음이요, 하나는 국외 중국음이었다. 물론, 당시 목적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훈민정음’ 편에선 다하지 못했던 ‘중국음’ 표기에 관한 규정을 훈민정음 언해본에 다음과 같이 추가하였다. “한음(漢音: 중국음) 치성(齒聲: 잇소리)은 치두(齒頭)와 정치(正齒)의 구별이 있나니, ᅎ ᅔ ᅏ ᄼ ᄽ자는 치두에 쓰고, ᅐ ᅕ ᅑ ᄾ ᄿ자는 정치에 쓰나니, (5성 중 나머지) 牙·舌·脣·喉자는 한음에 통용하나니라.”

이를 통해 우리는 세종대왕 당시 중국 명나라에는 우리나라의 치음(ㅈㅊㅉㅅㅆ)과는 다른, 치두음과 정치음이라는 두 종류의 치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치두와 정치음은 아직도 중국 대륙에서 발음되고 있을까? 물론이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북경어음을 표준음으로 삼은 보통화(普通話: 표준 중국어)에는 <사진>에서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발음하기 어려운 두 종류의 치음이 세종대왕 이래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다만, 오랜 세월이 흘렀고 국가가 몇 번 바뀐 탓에 그 명칭이 달라졌을 뿐이다.

치두음에 대해 훈민정음 언해본에서는 “이 소리는 우리나랏 소리에서 엷으니 혀끝이 웃닛머리에 다나니라(닿으니라)”라고 설명하였다. 현대중국어에서 혀끝을 윗니 안쪽에 댄 채 발음하는 ‘설치음(舌齒音)’ z, c, s가 바로 그것이다. 설치음은 ‘혀끝(舌尖: 설첨)’을 강조하여 ‘설첨전음(舌尖前音)’이라고도 하니, 그 이름으로는 치음임을 알 수가 없다.

정치음에 대해서는 언해본 보다는 ‘사성통고(四聲通考)’에 보다 정확히 “整齒則卷舌點腭(정치즉권설점악)”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 문구 안에 있는 말 그대로 현재 중국에선 ‘정치음’을 ‘권설음(卷舌音)’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로마자를 빌어 zh, ch, sh로 표기한다.

중국어 설치음 z, c, s는 훈민정음으로는 ㅈ, ㅊ, ㅅ의 왼쪽 사선을 더 길게 하여 각각 ᅎ ᅔ ᄼ로 표기하며, 권설음 zh, ch, sh는 훈민정음으로는 ㅈ, ㅊ, ㅅ의 오른쪽 사선을 더 길게 하여 각각 ᅐ ᅕ ᄾ으로 표기했다. 이 훈민정음 글자들을 쓸 경우, 자형 상 중국의 설치음과 권설음은 ‘치음’의 종류임이 시각적·이치적으로 명확히 구별·인지된다. 그러나 중국어 z, c는 영어 z, c음과는 전혀 다른 음일뿐 아니라 자형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계속>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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