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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 전국 40만명…"예산·체험학습·처우개선 필요"

등록 2019.04.16 1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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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말 서울에는 8만명…전체 20% 차지

당사자·부모·실무자, 정부·지자체 지원 호소

【서울=뉴시스】스쿨제프 수업하는모습-서울형 대안학교. 2019.01.30.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스쿨제프 수업하는모습-서울형 대안학교. 2019.01.30.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학교를 중도에 그만 둔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이 전국에 40만명, 서울시내 8만여명으로 추산됐다. 서울시가 학교 밖 청소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전국의 학령기(만 7~18세) 학교 밖 청소년 수는 40만명이다. 이 중 서울시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8만여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만 19~24세 중 중고교를 졸업하지 않은 인구는 2016년말 기준 35만명이다. 윤 연구원은 35만명 중 약 5만명이 고등학교 졸업자격이 없는 상태라고 추산했다.

윤 연구원은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청소년 8만명, 19~24세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청소년 5만명이 서울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고 있다"며 "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서울시가 올해 추진하는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는 이런 의문의 일부를 해소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당사자와 부모는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모군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랑스럽다. 저는 제 의지로 학교를 나온 것이 아니지만 다른 학교 밖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그것이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며 "그 친구들의 용기가 꺾이지 않게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은 "학교 밖 청소년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꿈드림(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는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꿈드림으로 많이 유입된다"며 "신기하게도 이 친구들은 꿈드림에서는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친구로 변한다. 학교 교육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친구들은 꿈드림활동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간다"고 소개했다.

김군은 현행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적어도 제가 경험한 학교라는 공동체는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가야했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필요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꿈드림은 아이들 한명 한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했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행동에 항상 '왜'라고 질문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군은 자신과 친구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노력하고 더욱 많은 부조리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군은 "학교 밖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그 한사람이 정의돼 버려선 안된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더이상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학교 밖 청소년을 키우는 권모씨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권씨는 자녀들에게 재택교육(홈스쿨링)을 시키는 이유를 설명했다. 권씨는 "대학입시 압박으로 가족간의 애정 등 소중했던 가치관이 깨지고 있다. 신기술이 열어놓은 세상에 아이들이 너무 일찍 노출되면서 언어폭력, 왕따, 음란물로 아이들의 영혼이 무너지는 시대"라며 "아이들의 나이에 맞는 맑은 정신과 순수한 영혼을 지켜주고 싶어 홈스쿨링을 택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재택교육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가정에서 교육을 하다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특히 예체능 부문의 경우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좋은 방과 후 프로그램들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열어주면 좋겠다"며 "방과 후 수업 선생님들께서 꿈드림 같은 곳에 주 1회나 2회 오셔서 가정에서 하기 어려운 과학실험이나 원어민 영어, 스포츠 등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또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박물관이나 역사 탐장, 문화공연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체험학습 기회도 월 1회나 분기별 1회 식으로 제공되면 좋겠다"며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치위생, 건강검진, 행사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해줬으면 한다. 학년에 맞는 교과서도 꿈드림을 통해 배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돕는 실무자들은 예산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심수현 구로구 꿈드림 청소년지원센터장은 실무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꿈드림센터의 실무자는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연락하고 약속하고 실망하고 다시 다짐하고 희로애락을 반복하며 아이들과 관계형성을 한다"며 "이런 밀도 높은 관계는 심리적 소진을 야기한다. 이를 버틸 환경적 요인이 열악하다보니 잦은 이직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은 "꿈드림 실무자는 상담자, 네트워커, 길잡이 교사, 코치 등 다양한 역할을 요구 받는다"며 "자살과 자해,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 다문화, 중독 문제, 비행, 복합심리적 외상 등 고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개입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약속했다.

신원철 시의회 의장은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특히 가정과 학교의 복합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체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영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우리 기성세대는 꿈을 꾸는 모든 청소년을 응원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모든 교육역량을 학교에 집중시킨 채 색안경을 쓰고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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