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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대신 '전월세' 택한 실수요자들…왜?

등록 2019.04.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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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확실성 '계속'…전세계약 연장뒤 1~2년 '관망세'

올해 서울아파트 입주물량 4만3000가구…전세 수요 흡수

강화된 대출규제, 매매 대신 전월세 계약 맺는 경우 늘어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외환위기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급락하면서 75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의 4배를 넘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매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19.02.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외환위기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급락하면서 75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의 4배를 넘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매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19.0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집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체감할 수 없고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어 선뜻 매매에 나서기가 망설여지네요."

직장인 정기훈(37)씨는 지난 3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59㎡) 전세계약을 보증금 4억3000만원을 주고 연장했다.

정씨는 고민끝에 내집 마련 꿈을 잠시 미뤘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집값 하락을 체감할 수 없고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집값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정씨는 "올해 내집을 살까 고민하다 집값 하락세가 더디고 집값을 예측하기 어려워 결국 전세계약을 연장했다"며 "전세 계약을 연장한뒤 1~2년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거래 절벽'을 넘어 '부동산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택 거래가 급감한 반면 전월세 거래는 늘고 있다.

봄 이사철이 정점에 온 가운데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아파트 매매량은 총 1745건으로 전월의 1578건보다 10.6%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달 1만3813건에 비하면 12.6%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역별로 노원구 거래량이 1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로구 113건, 성북구 108건, 강서구 10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권은 강남구 72건, 강동구 93건, 송파구 88건, 서초구 44건으로 나타났다. 강남구(2.9%)와 강동구(17.7%), 송파구(14.3%)는 전월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서초구는 6.4%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매매량은 2006년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후 3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전체 월별로 보면 ▲2013년 1월 1196건 ▲2008년 11월 1301건 ▲2008년 12월 1435건 ▲2012년 1월 1495건 ▲2019년 2월 1578건에 이어 6번째로 적은 거래량이다.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증가했다.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5만4467건으로 지난해 1분기 4만9462건에 비해 10.1% 늘어났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690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1만7832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집값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되면서 당장 주택을 구입하기보단 전월세 계약으로 연장하거나 관망세로 돌아선 실수요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은 '매수자 우위시장'에서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부동산시장에서 대세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집값 거품이 여전하고, 향후 집값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는 동안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3월 0.39% 하락하며 전월(-0.43%) 대비 낙폭은 축소됐지만,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재건축 등으로 사라지는 멸실 물량보다 많아진다. 5년 만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3106가구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으로 예상되는 멸실 3만7675가구와 합산하면 서울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서울 헬리오시티 등 강동구와 강남구, 북위례, 인천 송도 등에 쏟아진 입주물량이 전세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하다보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안정감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9.13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보유세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매매 거래보다 전월세 거래를 택하는 수요가 당분간 늘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올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입주 물량이 늘어나 전세 수요를 일정 부분 입수하면서 전세시장이 안정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실수요자 입장에서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매 대신 전월세 계약 맺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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