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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m 회색 커튼의 전시 미학...서울관 '덴마크 아스거 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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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1 15:26:38  |  수정 2019-04-11 17:30:01
국립현대미술관 김용주 기획관 연출...미술관 디자인상 휩쓸어
가벽 대신 패브릭 분할 첫 시도..입체적이고 세련 눈길
매시망으로 전시장 중앙에 설치한 영상룸도 독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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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덴마크 대표작가 아스거 욘(1914-1973)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5전시실에서 열린다.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출판물, 도자, 직조, 아카이브 등 90여 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투명한 공간 디자인 연출이 눈길을 끈다. 7m 길이 회색 커튼으로 공간을 구분해 아스거 욘의 다양한 매체를 구분없이 볼수 있게 꾸몄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품보다 액자'를 보는 사람도 있다. 이를 주제로한 전시도 있었다.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고 하지만 외모 지상주의 시대, '어떻게 보이는가'도 중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12일 개막하는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이 새롭다. 물론 덴마크 대표작가인 아스거 욘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소개한 전시장이 더욱 눈길을 끈다.

전시 칸막이 대신 회색 천이 길게 드리워져 투명한 전시장으로 연출됐다. 천을 타고 빛이 흘러 시각적으로 모든 것이 투과되어 있다. 구분은 됐지만 구분이 없는 공간 연출로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먼저 다가온다. 

 "가벽 대신 패브릭을 쓴 건 매체 실험을 다양하게 한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시도했어요."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운영 디자인 기획관은 " 세부섹션이 11개나 됐는데, 전시를 작은 룸의 연속으로 보여주지 말자"는 컨셉을 잡았다고 했다. 특히 5전시실은 서울관에서 가장 큰 전시장(80평)이어서 공간 크기를 그대로 살려 쾌적함과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김 디자인 기획관은 건축설계사 사무소에서 일하다 2010년 미술관에 들어와 전시공간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이중섭> <한국의단색화> <과천30주년기념전-상상의 항해> 등을 디자인해 독일 iF등 미술관 디자인상을 휩쓸었다.(12회 수상)현재 미술관 디자인 기획관 3명, 그래픽 디자이너 4명과 함께 미술관 3관 전시를 연출하고 있다.

"작품은 작고 공간은 크지만 작은 작품을 작은 공간으로 낮춰서 보이기 보다, 관람자가 편안하게 관람할수 있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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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1일 덴마크 대표작가 아스거 욘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 김용주 전시1과 디자인 기획관이 전시장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7m 높이 회색커튼과 함께, 3.8m 높이만 회색칠을 해 흰 벽도 조정했다. 바닥도 흰 실선으로 나누었는데, 벽이 없는 대신 관람 이정표같은 역할도 한다. 김용주 기획관은 "단순한 실선이지만 심리적인 구획을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회색커튼으로 공간을 분할 했지만, 단순하지만은 않다. 마치 건축 조감도 처럼 입체적인 분위기도 있다. 삼각형 가벽 연출도 독특하다. 모서리에서 3면의 작품을 동시에 볼수 있다.

특히 작가를 소개하는 아카이브실과 영상실이 이어졌는데, 전시장 중앙 공간에 띄어진 '영상 공간'은 이전 전시에서는 볼수 없는 연출이다.전시장 한 켠에 따로 마련된 방문을 열고 들어가 어두컴컴하게 선보인 '영상룸'과는 다르다.

 "이번 전시도 블랙박스 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하지만 이 공간에 갑자기 또하나의 박스룸이 구획된다는 건 어울리지 않았다. "아스거 욘의 회화-부조의 동적요소와 연계하고 싶었어요. 매시망으로 띄워올렸더니 회색천의 가벼운 재질과 이어져 반투과 연출이 효과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전시의 마지막인 축구장도 김 디자인 기획관의 아이디어로 구현됐다. 작품은 설계, 전개도만 있었다. 김 기획관은 "주변이 유리라는 점을 고려해 공이 튀어오르는 걸 막을수 있게 높이를 다운 시켰다”면서 “관람객 참여를 더욱 유도하기 위해 축구장안에는 계단도 만들었다”고 했다. 앉아서 보기도 하고, 공을 차고 놀 수도 있다.  '삼면축구'는 아스거 욘이 고안한 경기 방식으로,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여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이 작품은 아스거 욘이 냉전시대 미·소 양국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찾고자 한 대안적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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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덴마크 대표작가 아스거 욘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 디자인은 큐레이터 못지않게 작가와 작품을 연구한다. 김용주 기획관은 "이번 전시 디자인을 하면서 아스건 욘은 세련된 방식으로 사회저항을 표출한 것을 느꼈다"면서 "예술가는 시대 이야기를 던지는 파수꾼으로, 아스거욘은 평생 그것을 실천하는 작가라는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작가 자기를 경계밖으로 밀어내서 다시 그 상황들을 보려고 했다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주류라는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데에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가 남긴 명언같은 어구를 축구장 벽면에 써 넣었다. "미래는 과거를 놓아주거나 희생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등의 말을 보면서 철학자같은 예술가로 삶을 통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시 연출은 보이지 않는 손의 '포장 기술' 끝판왕이다. 전시 공간 디자인에 따라 작품과 작가가 살고 죽는다. 요즘 처럼 SNS로 사진 찍기가 열풍일때는 더욱 그렇다.

이번 전시공간 디자인은 타이틀부터 시작한다. 제 5전시 입구 흰 벽에 흰색으로 쓰여진 '대안적 언어'는 보이는 듯 안보이는 듯 읽힌다. 김 기획관의 의도가 담겼다.

"하얀색 톤에 두께 차이의 명암으로만 볼 수 있게 색을 다 뺐어요. 전시실에서 아스거 욘의 화려한 색감이 펼쳐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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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덴마크 아스거 욘 전시, 삼면 축구 경기장.

MMCA서울 5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전은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과 협력하여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출판물, 도자, 직조, 아카이브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1950~70년대 코브라(CoBrA),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 등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했던 덴마크의 대표작가 아스거 욘(1914-1973)은 덴마크에서는 잭슨폴록과 비교될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예술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예술적 창의력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9월8일까지. 관람료 통합권 4000원.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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