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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그림자, 둥근 고리는 붉은 빛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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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2 11:27:45
전파 신호로 색 관측 못해...붉은 색으로 밝기 표현
EHT 연구진, 2년간 데이터 불확실성 제거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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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류역사상 최초의 블랙홀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팀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연구팀이 발표한 블랙홀 주변의 사진으로 트위터 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2019.04.10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상상 속 블랙홀이 현실로 확인됐다. 붉은 색 고리 모양의 블랙홀 사진은 전 세계 사람을 흥분케 했다. 블랙홀 관측과 데이터 분석에 참여했던 국내 연구진은 "고리 하나가 사람들을 얼마나 들뜨게 만들 수 있는지 놀란 하루였다"고 감탄했다.
 
 유럽남방천문대는 지난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을 통해 관측한 블랙홀의 이미지를 7개국에 동시에 생중계로 공개했다.

영상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보여준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블랙홀이 흐릿하게 붉은 색 도넛 모양으로 포착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것처럼 화려하고, 선명한 블랙홀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만든 이미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류 첫 블랙홀 관측에서 놓치기 쉬운 과학적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영상과 달리 블랙홀 이미지는 붉은 색이 아니고, 블랙홀이 아닌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했다는 점이다.

연구에 참여한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박사는 "전파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전파 신호는 색이 없지만 일반인들을 위해 붉은 색을 입혔다.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것처럼 다양한 색깔로 표현할 경우 색약인 사람들은 블랙홀 이미지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붉은 색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전파 망원경은 가시광선이 아닌 전자기파를 보는 망원경이기 때문에 색을 관측할 수 없다. EHT는 블랙홀 관측을 위해 전 세계 8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 것이다.

EHT는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8개 망원경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변도영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블랙홀 그림자가 실제 색깔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블랙홀 주변에 물질이 많이 둘러싸고 있어 가시광선은 빠져나오지 못한다. 대신 전파 신호는 뚫고 나올 수가 있어서 .1.3 밀리미터 파장을 사용한 것이다. 색깔은 밝으냐, 어두우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홀을 관측한 것이 아니라 블랙홀 그림자를 관측한 것이라는 점도 일반인들이 놓치기 쉬운 과학적 사실이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건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이로 인해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는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데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천체 물리학자인 우종학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일반인들이 블랙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블랙홀 해설'을 올리며"영상은 블랙홀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에 의해서 빛이 가려지는 블랙홀의 그림자는 본 것"이라며 "블랙홀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면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 그냥 검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M87이라는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주변에는 빛을 내는 소스가 두 가지 있다. 가스가 블랙홀로 들어가기 전에 원반을 형성해 매우 빠른 속도로 돌면서 빛을 내고, 상대론적 전자들이 운통하는 제트가 나온다"며 "빛이 EHT로 1.3밀리미터 파장에서 전파로 관측된다. 하지만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빛이 나오지 못하고 검게 나타나는 영역이 생긴다. 사진 중앙의 둥그런 부분이 블랙홀에 의해 생긴 그림자"라고 덧붙였다.

EHT는 지난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으로 블랙홀을 관측했다. 이후 이미지를 공개하기까지 200여명의 전 세계 과학자들은 2년여간 원본 데이터에서 오류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변도영 연구원은 "EHT가 공개한 블랙홀 영상 역시 '찰칵' 찍어서 나오는 영상이 아니다. 전파 망원경의 위치 차이에 따른 보정 등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여러 단계를 거쳐서 신뢰도를 높였다. 4개 팀이 독립적으로 다른 기술을 이용해 이미징을 하고, 비슷한 결론이 나온 후 확인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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