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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오현 "필라테스, 큰 도움"···45세 프로젝트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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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4 11: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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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시스】권혁진 기자 = 만 41세인 여오현(현대캐피탈)은 여전히 코트에 있다. 이름값에 의존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성기에 비해 그 범위가 줄어들긴 했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디그는 여전히 수준급이다.

현대캐피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8~2019시즌에도 여오현의 활약은 대단했다. 정규리그를 함형진과 나눠뛰며 체력을 비축한 여오현은 포스트시즌에서 남은 힘을 모두 쏟아냈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차례로 따돌리고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여오현은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정말 할 때마다 좋다"며 웃었다.

어느덧 그의 우승 반지는 9개가 됐다. 삼성화재 시절 7번 정상에 선 여오현은 현대캐피탈로 이적해 2번 영광을 맛봤다. 고희진과 김정훈(이상 8회)을 넘어 V-리그 사상 최다 우승자가 됐다.

모든 우승이 뜻깊지만, 여오현은 2년 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현대캐피탈 이적 후 좀처럼 우승 기록을 늘리지 못하던 여오현은 2016~2017시즌 마침내 악연을 청산했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웃었다.

"참 극적이었다. 다 지던 시리즈를 막판에 뒤집었다"고 회상한 여오현은 "그때 우리팀 외국인 선수 대니가 발목을 다쳤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 돌아봤다.

 "작전 타임 때였다. 대니 옆에 있었는데 숨소리부터 아픈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동료들을 위해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놀랐다. 나는 실제 소름이 돋았다. 그때는 정말 대니 때문에 우승했다."

지금은 '리베로의 교과서'로 통하는 여오현이지만 대학교 시절에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175㎝의 작은 신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1997년 처음 도입된 리베로 제도는 그와 한국 배구의 운명을 180도 바꿨다.

여오현은 "이 키로 내가 레프트를 했다.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때 리베로라는 포지션이 생겼다. 소식을 듣고 바로 리베로 연습에 돌입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난 실업리그에 가지 못한 채 배구를 그만뒀을 것이다. 행운이 따랐다"고 했다.

레프트가 아닌 리베로 여오현은 특별했다. 믿고 보는 수비로 대한민국 최고의 리베로가 됐다. 역대 수비 성공(1만2099개), 리시브 정확(7728개), 디그(4871개) 부문 통산 1위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여오현은 "초창기에는 조금 서운한 점도 있었다. 내가 어렵게 받았는데 공격하는 에이스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팬들이 힘들게 공을 받았기에 득점이 나오고 흐름이 바뀐다는 것을 알아준다"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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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력 뿐 아니라 어떤 상황이 와도 떨지 않는 강심장을 갖춰야 좋은 리베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여오현의 지론이다.

 "리베로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인 포지션이다. 서브 하나 못 받으면 바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훈련 때는 엄청 잘하는데 경기 때 못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다. 불안함을 극복 못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평소 여오현은 후배들의 플레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정민수(KB손해보험)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민수가 가장 핫하다. 물이 오른 것 같다. 경기를 보면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고 칭찬했다.

현대캐피탈은 2년 전부터 여오현을 위한 '45세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여오현의 선수 생활을 45세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의지다. 예전부터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여오현은 '45세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더욱 몸만들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배구와 그리 접점이 없어보였던 필라테스를 시작한 것도 '45세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1주에 2차례씩 필라테스 강습을 받은지 벌써 2년이 됐다. 여오현은 "배구 선수들 중 의외로 뻣뻣한 이들이 많다. 필라테스를 하면 유연성이 좋아져 부상을 피할 수 있다. 최태웅 감독님이 '45세 프로젝트'를 언급한 후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운동 못지않게 신경 쓰는 일 중 하나는 후배들과의 소통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오현과 후배들의 나이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허수봉과는 스무살 차이가 난다. "세대 차이를 느끼긴 한다. 아무래도 애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여오현은 "선수들이 나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장난을 친다. 내가 무뚝뚝하게 있으면 애들과 더 멀어질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경기장 안팎에서의 부단한 노력으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여오현은 부상만 없다면 45세까지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코트를 떠나는 날까지 투치 넘치는 선수로 남고 싶다. "훗날 은퇴를 하면 사람들에게 '여오현은 항상 코트 안에서 파이팅 넘치고 밝은 선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뛰겠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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