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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다이앤 리 "아픈 가족사, 드러내도 숨겨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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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6 15: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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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리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화자와 엄마가 소통이 안 되어서 갈등이 생겼다. 사람이 말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 다이앤 리(45)는 16일 장편소설 '로야'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리는 경북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대학교, 서울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20대 후반 캐나다로 이주했다.

 처음 쓴 소설로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뭔가 하나 내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해왔다. 첫 소설을 내는데, 만 44년이 걸렸다. 나에게 자신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소설가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설레이고 두렵다. 너무 아플 때는 소리도 못 낸다. 어느정도 건강해졌기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숨겨진 의도는 독자들이 읽고나면 알 것 같다."'로야'는 소설 속 화자의 딸 이름으로, '꿈'이나 '이상'을 뜻하는 페르시아어다. 중산층 삶을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남편과 여덟 살 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순조롭게 살던 '나'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사고였지만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을만큼 부상은 가벼웠다. 그러나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지지 않고,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그 원인이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나는 성인이 된 후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어린 자신과 대면하고 마음 회복이 시작된다. "여성이 주체가 되고, 그 다음으로 남편이 나온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둘 다 인간이다. 성역할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이다. 보편성을 추구했다. 현재의 가족인 남편과 딸이 나의 고통을 진정시켜주고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면, 원가족인 엄마아빠는 상처의 근원지다. 엄마는 현재 시점에서 화자가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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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는 여러 형태의 죽음이 등장한다. 현재의 죽음과 과거의 죽음이 있고, 어린 죽음과 나이 든 죽음이 있다. 가깝든 멀든 죽음은 무언가를 남긴다. 어떤 죽음은 좋은 것 만을 유산으로 남기고 어떤 죽음은 훗날 나를 찾아와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통증은 빠른 시간에 끔찍한 강도로 나를 덮쳐 왔다. 모든 움직임에 제약이 가해졌다. 불안감으로 눌렸던 목과 어깨는 단숨에 뻣뻣해지더니 어느새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굳어진 어깨와 연결된 팔은 팔꿈치에 고통을 저장하고 손목에 이르자 순환을 포기했다. 덩그러니 남은 손은 전해지지 않는 감각과 혈류로 인해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펴지지 않는 손가락에 무거운 추가 달렸다. 허리 아래 모든 신체 부분이 고통의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나의 고통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는 등과 팔의 통증을 언급했지만 고통의 정도나 출처에 관해선 자신 없어 했다. 아이 또한 팔과 어깨가 아프다고 하다가 난 괜찮아, 맑고 밝은 그곳, 높은 곳의 영혼으로 원상 복귀했다."

"어디에 발을 디뎌도 푹푹 빠지는 진흙탕이었다. 어디에 손을 짚어도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였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세상 끝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은 변방에서 가정 폭력을 제재하려고 경찰이 올 리 없었다. 그곳에선 득실거리는 깡패와 양아치들이 경찰을 이미 바쁘게 하고 있었다. 경찰이 온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할 아빠가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를 떼어 놓을 수 있고 나와 동생을 구해 줄 수 있다면 나는 경찰이든 법원이든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싶었다. 가족 내부에서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가 위협자 역할을 한다면 외부에 있는 수호자라도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도와줘야 했다. 누구든 우리를 도와줘야 했다.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면, 이런 끔찍한 세상에 태어난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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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손가락만 아파도 온몸이 아픔을 느낀다. 화자의 강박은 오랫동안 숨기고 감추어왔던 것에서 비롯됐다.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 '아프다'고 말함으로써 회복은 시작된다"고 짚었다.

"연민을 구하거나 동정을 얻기 위해 쓴 소설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아픔은 드러내도 아프고 숨겨도 아프다. 어떤 형태의 삶을 살든 가장 협소하고 내밀한 부분은 시공간을 초월해 유사하다. 가장 협소한 곳에 가족이 있고 가장 내밀한 곳에 자신이 있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해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288쪽, 1만3000원,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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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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