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궁금 인터뷰]유승엽 "슬픈 노래는 싫어요, 이제야 바로잡았소"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9-04-19 06:15:00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유승엽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1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궁금, 궁금한 금요일

 작곡가 유승엽(71)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뒤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다시 느꼈다.

1975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페라 록을 개척한 6분짜리 대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포함된 퀸의 4집 '어 나이트 앳 디 오페라'가 그해 발매됐다.

유승엽이 데뷔한 해이기도 하다. 자작곡 '슬픈 노래는 싫어요'를 내고 가수로 나섰다. 컴필레이션 앨범인 '골든집'에 이장희, 송창식, 김세환 등 당대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실렸다. 이장호 감독의 영화 '너 또한 별이 되어'(1975) OST로도 사용됐다.
 
당시 드물게 무그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곡은 혁신적인 사운드를 뽐냈다. 하지만 유승엽이 처음 만든 온전한 형태로 발표되지 못했다. 노랫말이 바뀌었다. 엄혹한 3공화국 시절, 시답지 않은 이유로 곡이 수정되거나 금지되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왜 슬픈 노래를 계속 불러달라고 하느냐"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는데, 음반사가 곡이 아깝다며 가사를 바꾸자고 했다. 결국 "우리의 슬픈 노래를 이제는 잊어요. 그 노래를. 그 노래를 잊어요"라고 개사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유승엽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19. chocrystal@newsis.com
'슬픈 노래는 싫어요'는 가수 유승엽의 데뷔곡이자 은퇴곡이 됐다. 바꾼 가사로는 노래를 부를 기분이 들지 않았다. 스스로 가수의 길을 접은 이유다. 하지만 이후 방송에서는 바뀐 노랫말로 종종 울려퍼졌다.

"그동안 제 영혼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젊었을 때 고생을 너무 한 거죠. 제 인생의 한곡인데···." 유승엽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하지만 곧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44년 만에 오리지널 곡으로 다시 태어나 최근 음원사이트에 등록됐기 때문이다.

"'슬픈 노래는 싫어요'와 같은해에 태어난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시 듣고, '다시 노래를 불러보자'고 생각했지요. 편곡도 처음 만들었을 때 그대로에요." 그 무렵의 엉터리 심의에 항의하는 뜻도 담았다.

44년이 흘렀지만, 목소리는 젊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미8군에서 음악생활을 시작한 유승엽은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가수였다. 매력적인 저음이 여전하다. "최근 지병수 할아버지가 '할담비'로 많은 노인들에게 희망을 줬잖아요. 저 역시 그러고 싶어요."

'슬픈 노래는 싫어요' 사건으로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자책한 유승엽은 와신상담했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대신 좋은 곡을 짓고자 했다.

1978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가수 이은하의 '밤차'로 스타 작곡가가 된다. 영화 '고고70'(2008)에서는 밴드 '데블스'가 이 곡을 만든 것처럼 묘사됐지만(유승엽의 허락을 받았다), 유승엽이 작곡한 멜로디였다. 이후 이은하의 '겨울장미', 심수봉의 '당신은 누구시길래' 등을 작곡하며 70~80년대를 풍미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유승엽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19. chocrystal@newsis.com
1996~1997년 시청률 65.8%로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 중인 KBS 2TV 드라마 '첫사랑'의 음악감독도 지냈다. 삽입곡으로 손현주가 부른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도 그의 작품이다. 이 곡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는 80만장이나 팔렸다.

1990년대 초, 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후 만난 오카리나에 취해 '오카리나 전도사'로 변신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오카리나 음반을 낸 이가 바로 유승엽이다. 오카리나는 흙을 빚어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형 취주악기다. 유승엽은 굽는 기술만 10년을 독학했다. 

그는 여전히 조명되고 있고, 현역으로 활약 중이다. 2015년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제185회 주인공으로 초대됐다. 작년에는 고 나성자씨의 유서를 '노모의 유서'라는 곡으로 재탄생시켜 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최근에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 독립선언문을 곡으로 만들었다. 사비를 들여 서대문형무소를 배경으로 현대무용수를 섭외해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유튜브에도 이 영상을 올렸다. 록적인 편곡과 모던한 영상이 젊은 음악가의 감각 못지 않다. "나이 들었다고 유튜브를 안 하면 안 되지요. 허허허."

놀랄 만한 일은 더 있다. 그는 극장장이기도 했다. 1980~1985년 마당세실, 현 정동 세실극장이다. 그때 한용운을 소재로 한 뮤지컬 '님의 침묵'을 무대에 올렸는데 20만명 넘게 이 공연을 봤다.

뮤지컬 제작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넘버를 만든 것은 물론 직접 대본도 쓴 '요정과 승려'를 뮤지컬화하는 것이 여생의 목표다. 우주 '님의 나라'에서 효봉·만해·법정 스님을 모셔 놓고 벌이는 청문회 이야기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작곡가 유승엽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19. chocrystal@newsis.com
그러나 이미 기적을 경험했다면서 큰 욕심은 내지 않는다. '슬픈 노래는 싫어요'가 처음 모습 그대로의 완전한 형태로 세상에 나왔으니 여한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방송사 PD들이 '슬픈 노래는 싫어요'를 선곡할 때, 원래의 버전으로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슬픈 노래는 싫어요, 어게인' 이 곡이 맞거든요. 한스러웠던 것을 44년 만에 돌려놓으니 한결 편안해졌네요. 작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유승엽은 '슬픈 노래는 싫어요, 어게인'을 불러달라는 무대가 있다면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오겠다며 팔을 겉어붙였다.

이재훈 기자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헤드라인

연예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