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김규식·김천수·박남사···‘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9-04-19 06:10:00  |  수정 2019-04-19 11:49:07
associate_pic
ⓒ박남사 '밥그릇'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첨단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대에 사진 매체의 본성을 성찰하는 전시 ‘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가 서울 역삼동 스페이스22에서 19일 개막한다. 사진으로 촬영된 ‘대상’이 아닌,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가 지닌 의미를 입체적으로 탐색한다.

사진이 외부세계 대신, 사진 자신을 향한다면 거기서 도출된 이미지는 얼마나 환상적일까. 풍경, 인물, 사건 등을 소재로 한 사진 경향과는 완전히 다른, 사진 매체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associate_pic
ⓒ김규식 '콤비네이션 오브 서클스 n1'
associate_pic
ⓒ김규식 '펜듈럼 무브먼트'
대부분의 사진가는 ‘무엇을’ 찍을는지 고민한다. 하지만 사진 매체 자체를 고민하는 사진가는 카메라 뒤로 한발짝 물러나 자신이 다루는 시각적 장치에 대해 질문한다. 최첨단 그래픽, 가상현실 시대에도 언어나 회화와는 다른, 사진 만의 고유한 속성이 존재할까. 지금도 사진을 사진이게끔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associate_pic
ⓒ김규식 '콤비네이션 오브 서클스'
이 질문들을 간직한 채 오랫동안 서로 모르면서 작업해 온 세 명의 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김규식(47), 김천수(38), 그리고 ‘박남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박상우(51) 서울대 미학과 교수다. 이들의 작업 동기, 내용, 형식은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작품들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하나로 귀결된다. ‘과연 사진이란 무엇일까.’
associate_pic
ⓒ김천수 '0840 GMT, 파스니지 가든스, 맨체스터'
김규식은 사진의 본성에 직설적으로 질문한다. 그의 ‘진자운동실험’은 레이저를 공중에 실로 매달아 회전시켜 그 아래에 있는 감광판(인화지)에 궤적을 기록한다. 이 작품은 ‘빛이 감광판에 유발하는 물리적 효과’라는 사진의 정의를 가장 투명하게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사진은 빛의 효과지만 이 빛이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필름 혹은 센서 등 감광판에 도달하는 경로는 원근법의 질서에 종속된다. 김규식의 ‘원근법 실험’은 사진의 원근법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역으로 사진의 본성이 원근법에 기초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 그의 ‘추상사진’은 암실에서 아무것도 촬영하지 않은 원필름을 노광시간을 달리해 인화지에 차례대로 노광함으로써 흰색, 흰색이 중첩된 회색, 회색이 중첩된 검정색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사진은 근본적으로 노출시간, 노광시간 등 시간의 변화에 종속된 빛의 형상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associate_pic
ⓒ김천수'로-컷'
김천수는 사진의 ‘오류’에 관심이 많다. 사진가들이 대개 기피하는 대상인 오류를 작가는 오히려 작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사진의 실체는 사진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역설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테러 현장을 촬영한 디지털 사진을 코드 에디터로 일부러 변조하고 왜곡하면, 마치 잘못 찍힌 사진처럼 색깔이 화면에 번지거나 픽셀이 깨져 나타난다(처음에는 희극으로 다음에는 비극으로)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사진은 자신의 실체인 RGB(레드, 그린, 블루)의 조합, 픽셀의 조합을 드러낸다. 정상적인 사진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사진에 촬영된 대상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또 첨단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여러 오류를 교정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사진으로 제시한다. 그의 작품 ‘로-컷’은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된 첨단 전자셔터가 유발한 흔들리고 흐릿한 이미지를 크게 확대해 보여주고 ‘로-패스’는 렌즈를 차단하고 촬영해도 이미지 센서의 오류 작동으로 완전히 검지 않은 화소가 담겨있는 사진 이미지를 제시한다.
associate_pic
ⓒ김천수 '로-패스'

박남사는 회화가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이미지, 오직 사진 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사진의 두 요소인 카메라와 조명이라는 기계적, 광학적 방법을 통해 실재의 표면을 날것 자체로 드러내는 사진이다. 사물 표면이 지닌 비가시적인 섬세한 흔적들(휴대폰 액정 지문, 액정 스크래치), 그리고 사물의 독특한 물질성이 부각되는 순금, 깨진 휴대폰 액정 등의 오브제를 골라 마이크로 렌즈와 강력한 조명을 사용해 숨겨진 질감을 드러낸다. 거의 완벽한 검은 모노크롬으로 보이도록 지폐, 동전 등의 대상을 극단적인 노출부족으로 촬영한다. 작품을 멀리서 볼 때는 단조로운 모노톤의 색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멀리서 볼 때 보이지 않던 액정 스크래치나 지문, 동전, 지폐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물질의 비가시적인 표면이 사진 광학 장치에 의해 재발견될 때 ‘광학적 무의식’의 세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물질의 세계에서 비물질의 세계, 의식의 세계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associate_pic
ⓒ박남사 '휴대폰 액정 터치'
김규식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를 수료하고 ‘개에물린 남자’(아트갤러리21·2016), ‘노 플랜 B’(갤러리 B컷·2015), ‘어맨’(사진공간 배다리·2014) 등의 개인전과 ‘SP×코로그램-전시를 위한 전시’(코로그램·2017)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associate_pic
ⓒ박남사 '파열된 검은 사각형'
김천수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글라스고 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 제9회 일우사진상 전시부문 수상으로 로-컷, 로-패스(일우스페이스·2018) 전시를 열었다. ‘이외리조트’(인사아트센터·2009), ‘모텔 투어’(스페이스 바바·2007)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메타 픽스’(유아트스페이스·2018) 등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박남사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사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 모노크롬: 회화에서 사진으로’(갤러리룩스2·017) 개인전을 열었고 ‘미니멀 변주’(서울대미술관·2018), ‘포토, 미니멀’(갤러리룩스·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갤러리룩스·2016), 서울사진축제(서울시립미술관·2010)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전은 5월9일까지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즐길 수 있다. 개막식은 19일 오후 6시, 작가와의 대담은 5월3일 오후 4시다.


chocrystal@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