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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틴스' 칼 배럿 첫 내한공연, 이렇게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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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9 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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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 피터 도허티(왼쪽)와 칼 배럿, 2015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입사하자마자 야근이 이어졌다. 입사 초기여서 열정적이기도 했지만, 배경희(33) 월간 '더 뮤지컬' 편집장의 기자 초년 시절 엔진은 브릿팝 밴드 '리버틴스'의 노래들이었다.

1997년 런던에서 결성된 리버틴스는 2000년대 초 단 2장의 앨범으로 브릿팝 신에 획을 그었다. '업 더 브래킷(Up the Bracket)' '돈트 룩 백 인투 더 선(Don't look back into the sun)' 등 여전히 회자되는 명곡들을 남겼다.

브릿팝 대표 주자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52)는 리버틴스에 관해 "오아시스 세대가 물러간 후 공백기가 생겼을 때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평했다.

배 편집장은 "당시 사무실에서 노래를 함께 듣던 선배랑 얘기했어요. 리버틴스 이야기를 주크박스 뮤지컬로 만들면, 넘버가 좋은 것은 물론 드라마틱한 작품이 나올 거라고요"라고 돌아봤다.

결국 2017년 김영주 작가와 직접 창작뮤지컬 대본을 썼다. 극작가는 꿈 꾸지 않았던 그녀의 첫 뮤지컬 대본 쓰기였다. 대명문화공장의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 '2017 공연, 만나다 동행'로 선정돼 조용신 연출과 함께 쇼케이스 형태로 '보이즈 인 더 밴드'를 무대에 올렸다.

그렇다. 이것은 '성덕', 즉 '성공한 덕후'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성덕들에게 명함도 못 내민다. 1인 공연기획사 리버틴을 차리고 리버틴스의 보컬·기타 칼 배럿(41)을 초청하는데 이르렀다. 배럿은 23일 오후 8시 홍대 무브홀에서 자신의 솔로 밴드 '칼 배럿 & 자칼스'와 함께 공연한다. 배럿의 첫 내한공연이다.

칼 배럿 & 자칼스는 2015년 '렛 잇 레인(Let It Reign)'로 활동을 시작했다. '글로리 데이스', '빅토리 진(Victory Gin)' 등이 대표곡이다. 이번 내한은 아시아 투어의 하나다. 팬들은 기획자의 '성덕(盛德)'을 칭송하고 있다.

리버틴스는 2002년 정규 1집 '업 더 브래킷(Up the Bracket)'으로 단숨에 차트를 장악했다. 배럿은 피트 도허티(40)와 함께 팀의 공동 프런트맨을 담당했다.

록 음악사에서 대표적인 '애증의 콤비'로 꼽히는 두 사람의 음악적 파트너십이 팀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팀 해체의 원인이기도 했다. 2004년 셀프 타이틀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이듬해 해체했다.

배럿과 도허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뮤지컬 팬들이 선호하는 꼴을 갖추고 있다. 히피(배럿)와 장교 아들(도허티), 성향이 다른 두 프런트맨은 초반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이로 인해 결국 갈등을 빚는다. "리버틴스는 노래 자체가 본인들의 이야기에요. 둘이 노래를 하다 보니, 공동 드라마 진행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뮤지컬화를 위해서는 이들의 허락을 받아내야 했다. 제대로 된 기획사가 아니니, 접촉조차 막막했다. 기회가 왔다. 이들이 재결성해 2015년 새 앨범 '앤섬스 포 둠드 유스(Anthems For Doomed Youth)'를 발표하고 투어를 돈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배 편집장은 이듬해 봄, 유럽 투어로 무작정 쫓아갔다. 스위스 제네바 인근의 작은 도시였다. 주요 도시 공연은 모두 매진이어서 티켓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그곳에는 티켓이 남아 있었다. 마을회관 같은 작은 곳, 300명 규모였다. 노인들이 주로 사는 곳이다. 이런 영화 같은 풍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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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틴스 칼 배럿 ⓒ리버틴
배 편집장은 공연 시작 시간 한참 전부터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다가 스태프를 만났다. 작은 체구의 아시아인 아가씨가 공연을 보러왔다고 하니 신기한 듯 쳐다봤다. 이후 오스트리아 등 유럽 3, 4개 도시 공연을 모두 따라 다녔다. 덕분에 공연 스태프의 핵심인물이 그녀를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은 때였다. 같은해 여름 제안서를 지니고 다시 갔다. 이번에는 리버틴스가 아닌 두 멤버의 솔로 공연을 따라 다녔다. 도허티 투어 스태프 중에 일본계 혼혈이 있었다. 그 덕분에 백스테이지에서 도허티를 만날 수 있었다. 제안서를 그에게 보여줬더니, 대본은 누가 쓰느냐고 물었다.

배 편집장이 "내가 직접 쓴다"고 했더니,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배럿에게도 스태프를 통해 제안서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답이 없었다. 결국 뮤지컬 '보이즈 인 더 밴드' 쇼케이스 공연은 음반사에게 음원 사용 허락을 받아 이뤄졌다.

배 편집장의 집념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해 말 '보이즈 인 더 밴드' 쇼케이스 음원을 들고 다시 이들을 찾아 나섰다. 공연이 끝난 뒤 1시간을 기다렸다 배럿에게 직접 CD를 전달하고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응답은 없었다.

기적은 지난해 여름에 진짜로 일어났다. 배럿이 뜸하게 사용하던 트위터에 팬들에게 안부 멘션을 남긴 것이 신호탄. 한국 팬이 트윗으로 '너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쇼케이스가 한국에서 열렸다'고 알렸다. 

순간 배럿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자신에게 CD를 전달한 배 편집장의 모습이었다. 그는 '누가 그 CD를 훔쳐갔다. '러블리 코리안 걸'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연결이 됐고, 작년 가을에 올해 봄 일본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공연까지 추진해 성사가 된 것이다. 배 편집장의 열정에 감복한 배럿은 공연 전 미리 공개된 영상편지에서 "소주, 떼창, 토끼모자"를 기대한다고 했다.

리버틴스는 하드코어 팬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중국 공연도 팬들이 성사시켰다고 한다. 배 편집장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한결 같다는 점을 이 팀의 매력으로 꼽는다.
 
"리버틴스는 유럽에서 여전히 헤드라이너로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돈도 많이 벌겠죠. 그럼에도 예전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여전히 낡아빠진 차를 타고, 자신들 만의 지상 천국을 만들어가려고 하죠. 여전히 철부지지만, 지금도 로맨틱합니다. 거기에 대한 지지가 아닐까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자신의 일을 즐기는 청춘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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