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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하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기 위해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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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1 06:03:00
에세이집 '여행의 이유' 초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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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 ⓒ문학동네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길을 잃거나 잘못 들 수도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다리가 아파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흔히 인생은 여행에 많이 비유된다.

김영하(51)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사람들이 여행을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인생과 여행 모두 예측을 벗어난다. 생각지도 않은 일을 겪게 되는데,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신비롭다"고 짚었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좌절을 겪는다해도 우리는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린다. 깊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여행을 굉장히 좋아한다. 30년 가까이 거의 매년 여행을 다녔다. 꽤 오래 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책을 쓰기 위해 옛날 기록을 다 뒤졌다. 인생의 타임라인을 복원하는 계기가 됐다. 나도 몰랐는데 작가가 되기 전에도 여행에 대해 많이 적어왔다. '이 때는 여기에 갔구나' 하면서 인생의 마디마디가 글과 함께 떠올랐다. 독자들도 다녀온 여행을 중심으로 타임라인을 그려보면 좋겠다"고 청했다.

"여행이 인생에서 강렬한 경험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관한 책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쓰는 여행 이야기가 세상에 의미가 있을지 고민했다. 여행 철학이라고나 할까. 여행을 왜 가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이것이 동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여행 경험을 돌아보고 인생과 글쓰기, 작가의 삶과 엮었다. 우리가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과거를 회상한다. 집필하면서 지난 삶을 돌아보고,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보게 됐다. 쓰기 전에는 어떤 책이 될지 가늠하지 못했다. 쓰면서 모양이 잡혔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몸으로 가서 직접 읽어야 하는 텍스트"라며 여행 예찬론을 펼쳤다. "작가로서 계속 성장해오는데, 여행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우리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일순간에 제거한다. 근원적으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또 일상은 반복적으로 우리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여행은 오직 현재에 집중하게 한다. 명징하게 자기 자신과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여행을 소설 쓰기에도 비유했다. "소설과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똑같다. 늘 시작과 끝이 있고, 어느정도 계획도 있다. 그러나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좋은 여행과 소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변화가 일어날 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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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는 예약판매만으로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초판 양장본 2만부와 동네책방용 특별판 2000부가 배본당일(4월8일) 매진됐다. 뜨거운 반응에 문학동네는 중쇄(2만부)를 결정하고, 동네책방용 특별판은 3000부를 찍기로 했다. 출간(17일)과 동시에 주요서점 베스트셀러 차트 종합 1위에 올랐다. 출간 기념 낭독회 1000석은 단숨에 매진됐다. 알라딘에서는 낭독회 티켓이 30분 만에 동났다.

출판계의 '방탄소년단'(BTS)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쓴 책이 초반에 이렇게 많이 팔린 적은 없었다"며 자세를 낮췄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비워져 있었고 필요했는지는 책이 나오기 전에는 모른다. 다들 여행을 하지만, 나와 같은 질문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여행을 왜 하는지에 대해 근원적으로 묻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먹고 살기 바빠서 여행을 제대로 해내는 것만 해도 버거울 때가 있다. 책 제목도 '여행의 이유'라고 하니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제목은 아니지만, 출판사에 원고를 넘길 때부터 이 제목 밖에 없겠다고 싶었다. 다 읽고 났을 때 이 제목이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게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된다. 인생에 대한 상념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한 필치로 어루만졌다. 아홉 챕터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지만, 표지는 상당히 밋밋하다. 팬시용품 같은 책이 쏟아지는 출판계에서 이례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담담하다. 요즘 여행서는 화려하고 편집도 대단한데, 톤을 죽여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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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긴 여행이라면, 여행은 작은 인생이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다가 떠나면 마음이 가벼울 수 있다. 그럼에도 욕심이나 미련을 내려놓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김 작가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사유의 여행을 펼쳐보인다. 수만 가지 생각이 이어지게 만들고, 마음을 정리하게 만든다.

"한 선배 작가는 장편 출간에 즈음하여 가진 한 인터뷰에서 소설을 탈고하고 밖으로 나오니 자기만 겨울옷을 입고 있더라는 말을 했다. 매일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 작가는 대체로 다른 직업보다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우리들의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그 토끼굴 속으로 뛰어들면 시간이 다르게 흐르며, 주인공의 운명을 뒤흐드는 격심한 시련과 갈등이 전개되고 있어 현실의 여행지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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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김 작가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등을 냈다.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후배 작가들에게 "문학적 재능을 어떤 식으로 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전에는 작가들이 글만 쓰면 되는 세상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독자들에게 발견될 수 있도록 문학적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나영석(43) PD의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tvN·2017~2018)에서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팟캐스트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지난해에는 김작가가 직접 낭독한 '살인자의 기억법' 오디오북이 출시됐다. 10만회가 넘는 재생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일반인의 목소리로 오디오북이 만들어진다. 문학동네는 30일까지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함께 김 작가의 단편소설을 낭독할 사람을 공모한다. 5월16일 수상자 5명을 발표한다. 낭독료는 1인당 100만원이다. "전문 성우는 연기를 하도록 훈련받는다. 소설은 연기하듯 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면이 있다. 앞으로 오디오북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 같다."

다음 행보를 묻자 "차기작을 알리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나도 아직은 모른다. 하하."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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