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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효 "제가 미래에서 온 싱어송라이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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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3 06:07:00  |  수정 2019-04-30 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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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문화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감히 2019년 판 '천변풍경'이라 명명한다. 싱어송라이터 우효(26·우효은)가 발매한 정규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는 그녀의 도시생활 관찰기다.

북적이는 도시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는 도시인들의 자화상.

"앞엔 토끼탈이 있어요. 나한테 주어진 삶이 오늘도 이 탈을 쓰고 웃어요. 어둠 속을 걷는 나라도 아무 쓸모 없는 나라도 옆에 있어주세요"라고 노래하는 타이틀곡 '토끼탈'을 듣고 있노라면 뭉클하다. 

서울 시내에서 복작이는 곳 중 하나인 합정역 조용한 뒷골목에 오도카니 앉은 우효가 말했다. "도시는 긍정적인 것도 많지만 조급하고, 이기적이고, 무례한, 저한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제가 원체 느린 성향의 사람이라 움츠러들었죠."

그래서 우효는 대도시를 방랑자처럼 떠돌았다. 대학(영국 런던시티대)을 다녔던 런던, 부모님이 살았던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고 지금의 서울까지. "큰 도시에서 사는 것이 제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곰곰이 생각하면서 만든 앨범"이라고 했다.

우효는 2014년 데뷔했다. 그룹 'f(x)'의 크리스탈(25), 그룹 '방탄소년단'(BTS) RM(25) 등 메이저 아이돌이 그녀를 추천하면서 '인디계의 아이돌'이 됐다. 작년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그녀의 콘서트는 단숨에 매진됐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현 음악 산업 흐름을 버거워하는 우효다. "한국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은데, 음악을 발매하는 주기나 홍보하는 방식,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엄청 빠른 사이클로 돌아가요.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느리게 작업한 것이 아니었는데 음악 시장의 속도에 비춰봤을 조급함이 들었죠. 경험이 쌓여서 노래가 나오는 것인데, 그 경험이 쌓이기도 노래를 만들어야 하니, 부담감이 크죠."

2015년 10월 '어드벤처' 이후 3년6개월 만의 정규 앨범. "인디 아티스트는 다양하게 본인만의 속도를 갖는 것 같지만 빠른 시스템이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창의적으로 여유 있게 음악을 만드는데 속도가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우효 음반은 KTX나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행운 같은 건 없어도'(토끼탈) '게임 속에서만 테니스 스타이더라도'(테니스) 천천히 가야 웃을 여유도 생기니까.

그 여백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우효의 노랫말은 공감의 힘을 갖고 있고, 사운드는 청자를 감싸준다. "잔잔해져라. 나의 마음아.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었잖아"라고 노래하는 '수영'을 들을 때는 마치 물 속에 몸을 풍덩 내던진 느낌이다. 그 때 느껴지는 묘한 해방감.

"노래를 듣고 다른 차원으로 옮겨졌으면 해요. 현재에 갇혀 있어 답답함을 느낄 때 다른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거죠." 이번 앨범 제명인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가 수긍이 되는 대목이다. "음악의 구실은 이런 해방감을 주는 것"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우효는 일곱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 접한 음악은 클래식이었다. 성장기를 거치면서 가요와 재즈로 관심이 옮겨갔다. 피아노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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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문화인
그의 뇌리속에 벼락처럼 가장 먼저 찾아든 대중음악은 미국 하이브리드 록 밴드 '린킨파크'의 '페이퍼컷'. 아홉 살 많은 오빠가 학교에서 밴드 멤버로 이 곡을 연주했다. "노래가 참 멋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밴드에 대한 로망이 생겼어요."

켈리 클락슨, 에이브릴 라빈, 밴드 ‘노 다웃’ 등의 팝과 오빠 덕에 알게 된 토이, 유재하 같은 한국 뮤지션들이 우효의 음악적 감수성을 부풀렸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다양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설 쓰는 것도 좋아했던 우효는 "제가 만든 멜로디와 가사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는데 반응이 좋길래 계속 만들었어요"라며 웃었다.
 
주로 발라드를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는 노래 제목은 '블랑카'다. 맞다, 개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외국인 노동자 캐릭터다. 인권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 성숙한 뮤지션은 떡잎부터 다르다. "당시 제 음악적 수준은 낮았지만, 노래가 나름 슬프게 다가왔었다"고 돌아봤다.

대학에서 문화창조산업을 전공한 우효는 '아티스트의 자율성'이 보장이 정말 중요하다는 학파의 이론을 굳게 믿고 있다. "자율성 보장이 안 될수록, 음악은 예술이 아닌 것이 되고 그저 하나의 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클리셰가 넘치고, 개성없이 똑같아질 거예요. 단순히 상품으로만 되지 않게 자율성을 가지고 비판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죠."

세련된 사운드를 선보이는 우효를 가리켜 어느 네티즌은 '미래에서 온 뮤지션'이라고 정의했다. 힙스터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아날로그적이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보수적인 면모도 있다. "옛날 사람 같은 면이 많고, 평소에 멋이 없어요"라는 고백도 한다.

그래서 우효의 음악에 더 공감이 된다. '자신의 집을 찾지 못했어도, 그 어느 때보다도 용감하게 자신을 지키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앨범이다.

"행운 행운이란 없어. 내 인생에 행운 같은 건 없어요. 그래도 기대를 해봐요 또다시. 내 앞엔 토끼탈이 있어요"라고 흥얼거리게도 된다. 누구나 집이나 마음에 토끼탈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나. 이 성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 울고 싶을 때, 오늘도 토끼탈을 쓰고 웃을 수 있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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